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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폭탄테러의 역사

딸기21 2005. 7. 13.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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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연쇄 폭탄테러 전모가 속속 밝혀지면서 유럽은 "서유럽에서 처음으로 자폭테러가 일어났다"며 충격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자폭테러는 폭약의 발명과 함께 시작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이슬람의 전유물도 아니다. 자폭테러는 인간이 스스로의 생명을 폭탄 운반도구로 이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어떤 정규전보다도 잔인하고 처참한 공격이다. 특히 최근에는 주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살상이 자행되면서 21세기 `인류의 적'으로 부상했다.

십자군에서 알카에다까지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가 최근 몇 년 새 늘기는 했지만, 자폭테러는 이슬람 교리와는 상관없으며, 이슬람의 발명품도 아니다. 역사 상으로는 13세기 십자군 전쟁 때 이슬람을 침공한 유럽 성전기사단의 군함 자폭공격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겠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2차 대전 때 일본의 `가미카제'가 원조로 꼽힌다.

이후 일본 적군파 등에게 사용되다가 반이스라엘 무장단체 하마스와 지하드 등에 이르러 중동 분쟁의 고질적인 이슈가 됐다. 스리랑카 반군 `타밀 엘람 호랑이'와 러시아 체첸공화국 분리독립운동세력도 자폭테러를 자주 사용해왔다. 2003년 미군에 점령된 이라크에서는 자폭테러가 대규모화, 일상화됐다.


사자(死者)의 스위치 

팔레스타인과 체첸 무장세력은 폭약다발을 허리에 두르는 `폭탄 벨트'를 많이 썼지만, 최근 몇 년 동안 팔레스타인에서는 검문검색이 심해지면서 차량을 이용한 자살폭탄테러가 많아졌다. 자폭테러범의 폭탄을 서방에서는 `사자의 스위치(Dead man's switch)' 혹은 `사자의 손잡이(Dead man's handle)'라 부른다. 열차 등 대중교통수단에서 폭발했을 경우 `사자의 브레이크(Dead man's brake)'라 하기도 한다. 

2001년 9.11 테러범은 대형 항공기를 건물에 충돌시키는 상상을 초월한 방법을 동원했다. 2차 대전 때 일본 가미카제는 특수제작된 비행기에 `오카'라는 로켓탄을 싣고 자폭 공격을 감행했다.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테러범과 이번 런던 테러범들은 군용 폭탄을 배낭에 넣어 운반했다.




여성과 아이들까지 자폭 전선으로

자살폭탄테러가 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성과 어린이들을 동원한 공격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폭테러의 본거지 격인 중동과 체첸 등지에서 이스라엘과 러시아의 검문검색이 강화됐지만 자폭테러가 줄어드는 대신 검색을 피하기 쉬운 여성, 아동 테러범이 늘어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여성 자폭테러범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은 1991년 인도의 라지브 간디 총리를 살해한 다누(본명 텐물리 라자라트남). 중동에서는 86년 레바논에서 처음으로 히야달리 사나라는 시리아계 여성 자폭테러범이 등장했다. 스리랑카 타밀 반군의 경우 지금까지 일으킨 자폭테러 공격 중 200여건이 여성 테러범의 소행으로 드러났으며, 자폭테러범의 30~40%가 여성이라는 외신도 있었다.

2002년 10월 러시아 모스크바 극장 인질사건을 일으킨 체첸 테러범들은 상당수가 여성이어서 언론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남편을 잃은 뒤 무장게릴라전에 뛰어든 체첸의 여성들은 `검은 과부단(블랙 위도우)'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라크에서도 지난 2003년4월 여성테러범이 자살폭탄공격을 일으킨 바 있다. 18세 이하의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자폭테러에 동원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02년 팔레스타인에서는 12, 13, 14세 소년들이 자폭테러단을 구성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감행, 세계에 충격을 던져줬다. 지난 2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휴전협정이 맺어지기 직전에도 15, 16세 소년들이 이스라엘 나블루스 부근 하와라에서 폭탄을 허리띠에 두르고 자폭테러를 일으켰다. 무장단체들은 투쟁전선에 자원해 나온 `어린 순교자들'이라고 주장하지만 일부에서는 어린이들이 자폭테러에 동원되는 줄도 모른 채 시한폭탄 운반을 지시받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다.

왜 `자폭테러'인가

자살공격은 정규군이 아닌 게릴라 집단의 전투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막강한 정부군과 정면 승부하면 밀릴 수밖에 없다는 `무력 비대칭'과 그로 인한 좌절감, 패배감이 게릴라집단을 자폭테러로 내몬다고 지적한다.

냉전이 끝나고 미국의 세계지배가 가시화된 1990년대 이후 전세계에서 자폭테러는 기록적으로 늘어났다. 미국이 소련에 맞서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키워낸 무장요원 `아프가니스'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알제리, 파키스탄 등으로 돌아가 자국 정부와 미국으로 칼날을 돌렸다. 오사마 빈라덴은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의 오만함과 세계화된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 무슬림 청년들의 절망과 분노가 결합돼 뉴욕, 런던, 마드리드에서 터져 나온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13일(현지시간) "자폭 공격을 `최대의 헌신'이라 여기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런 현상은 서방 국가들에게는 `최대의 악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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