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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프레스센터에서 홍콩케이블TV 기자인 윌리엄을 만났다.
3년전 홍콩에 갔더니 사람들이 아주 친절하더라고 얘기해줬다.
"그래요? 당신, 운이 좋았던 거예요. 홍콩 사람들 안 친절해요."
나는 프레스카드를 아직 안 만들어서 곧 만들어야 한다고 했더니, "그럼 지금은 어떻게 들어왔느냐, 문 앞에서 검사하는데"라고 물었다. 몰래 들어왔다고 했다.
"당신은 정말 lucky한 모양이네요."
그의 말처럼 나는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 앞으로도 운이 좋았으면 좋겠다.
원래 혼자 돌아다니면 안 되는데 그냥 몰래몰래 다니고 있다. 스트리트 택시를 타면 끔찍하긴 하지만 재미도 있다. 어떻냐고?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잘 보니 사이드 미러가 한 개도 없다. 아슬아슬. 영어는 당연히 안 통한다. 어제 운전을 해줬던 하미드. 아미리야 방공호(shelter)로 가자고 했더니 쉐라톤 호텔로 가려한다. 내 발음에 문제가 있었다. 여기서는 셸터가 아니라 셸따르라고 발음을 한다. 길거리의 통역 사무실에서 도움을 받아 무사히 아미리야에 갈 수가 있었다.
아미리야에서 돌아오는 길에 노천카페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양고기 버거. 접시만큼 크다. 양고기 중에서는 그럭저럭 먹을만한 수준이었다. 이제 시내로 들어가자는데, 난데없이 티그리스가 나온다. 유원지 같은데, "경치가 좋다"면서 하미드가 나를 이리로 데리고 온 것이었다. 아저씨, 난 다른 곳에 가야한단 말이예요.
포기했다. 이들의 과잉친절은 정말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하미드는 내게 이슬람식 묵주를 주었다. 파란색 플라스틱 구슬들이 엮여 있어 그렇게 조악할 수가 없다. 나는 그것을 손목에 감았다. 하미드는 내가 자기의 선물을 가지고 무슨 짓을 하는지, 신기해하는 눈으로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쑤시개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나는 이쑤시개를 선물로 받아넣었고, 하미드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조수석 앞자리에 떨어져 있던 돌 조각도 몰래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나중에 헤어지면서 하미드에게 10달러를 주었다. 하미드가 손짓발짓으로 얼마냐고 묻는다. 아라비아 숫자를 모르는 모양이었다. 1달러냐고 해서 10달러라고 알려줬더니 감지덕지하면서 돌아갔다.
저녁때 프레스센터에서 나오는 길에 에삼을 만났다. 알 무스탄시리야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가야 하는데 학비를 모으느라 잠시 쉬고 있다. 에삼은 영어를 잘 했고, 공부에 관심이 아주 많았다. 수퍼마켓에 들러 먹을 거리들을 좀 사고, 에삼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제법 괜찮은 레스토랑이었는데 저녁값이 9달러나 나왔다.
에삼은 솔직했다. 둘이 영어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가이드가 없으니까 이런 점이 좋다. 남들 못 알아듣는 틈을 이용해 속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이 곳 사람들은 절대 '모른다'는 말을 안 하죠. 오픈 마인드가 있는 사람들만 모른다는 것을 인정해요"
"사람들이 왜 we love saddam 이라고 입을 모으냐구요? 두려우니까요."
"내 남동생은 뚱뚱해요. 이라크 사람들이 왜 뚱뚱한지 알아요? 희망이 없기 때문이예요."
두 차례의 이라크 방문에서 희망을 얘기하는 사람은 에삼이 처음이었다.
팔레스틴 호텔의 내 방 베란다 바로 앞은 티그리스다. 강물과 갈대밭, 둔치가 내려다보인다. 다듬지 않은 호텔 정원, 물 빠진 풀장, 멀리 사담 타워와 강 건너 고층아파트 숲, 대통령궁과 저 멀리 후세인 모스크도 보인다. 내가 지나가면서 본 얼굴들 100명 중에 5명이 죽을 거라고 생각하면 100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작은지 알게 된다. 그것 때문에 못 견디겠다.
3년전 홍콩에 갔더니 사람들이 아주 친절하더라고 얘기해줬다.
"그래요? 당신, 운이 좋았던 거예요. 홍콩 사람들 안 친절해요."
나는 프레스카드를 아직 안 만들어서 곧 만들어야 한다고 했더니, "그럼 지금은 어떻게 들어왔느냐, 문 앞에서 검사하는데"라고 물었다. 몰래 들어왔다고 했다.
"당신은 정말 lucky한 모양이네요."
그의 말처럼 나는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 앞으로도 운이 좋았으면 좋겠다.
원래 혼자 돌아다니면 안 되는데 그냥 몰래몰래 다니고 있다. 스트리트 택시를 타면 끔찍하긴 하지만 재미도 있다. 어떻냐고?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잘 보니 사이드 미러가 한 개도 없다. 아슬아슬. 영어는 당연히 안 통한다. 어제 운전을 해줬던 하미드. 아미리야 방공호(shelter)로 가자고 했더니 쉐라톤 호텔로 가려한다. 내 발음에 문제가 있었다. 여기서는 셸터가 아니라 셸따르라고 발음을 한다. 길거리의 통역 사무실에서 도움을 받아 무사히 아미리야에 갈 수가 있었다.
아미리야에서 돌아오는 길에 노천카페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양고기 버거. 접시만큼 크다. 양고기 중에서는 그럭저럭 먹을만한 수준이었다. 이제 시내로 들어가자는데, 난데없이 티그리스가 나온다. 유원지 같은데, "경치가 좋다"면서 하미드가 나를 이리로 데리고 온 것이었다. 아저씨, 난 다른 곳에 가야한단 말이예요.
포기했다. 이들의 과잉친절은 정말 사람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하미드는 내게 이슬람식 묵주를 주었다. 파란색 플라스틱 구슬들이 엮여 있어 그렇게 조악할 수가 없다. 나는 그것을 손목에 감았다. 하미드는 내가 자기의 선물을 가지고 무슨 짓을 하는지, 신기해하는 눈으로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쑤시개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나는 이쑤시개를 선물로 받아넣었고, 하미드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 조수석 앞자리에 떨어져 있던 돌 조각도 몰래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나중에 헤어지면서 하미드에게 10달러를 주었다. 하미드가 손짓발짓으로 얼마냐고 묻는다. 아라비아 숫자를 모르는 모양이었다. 1달러냐고 해서 10달러라고 알려줬더니 감지덕지하면서 돌아갔다.
저녁때 프레스센터에서 나오는 길에 에삼을 만났다. 알 무스탄시리야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가야 하는데 학비를 모으느라 잠시 쉬고 있다. 에삼은 영어를 잘 했고, 공부에 관심이 아주 많았다. 수퍼마켓에 들러 먹을 거리들을 좀 사고, 에삼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제법 괜찮은 레스토랑이었는데 저녁값이 9달러나 나왔다.
에삼은 솔직했다. 둘이 영어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가이드가 없으니까 이런 점이 좋다. 남들 못 알아듣는 틈을 이용해 속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
"이 곳 사람들은 절대 '모른다'는 말을 안 하죠. 오픈 마인드가 있는 사람들만 모른다는 것을 인정해요"
옳소, 옳소. 아저씨들, 제발 길을 모르면 모른다고 말을 해달라구요.
"사람들이 왜 we love saddam 이라고 입을 모으냐구요? 두려우니까요."
"내 남동생은 뚱뚱해요. 이라크 사람들이 왜 뚱뚱한지 알아요? 희망이 없기 때문이예요."
두 차례의 이라크 방문에서 희망을 얘기하는 사람은 에삼이 처음이었다.
팔레스틴 호텔의 내 방 베란다 바로 앞은 티그리스다. 강물과 갈대밭, 둔치가 내려다보인다. 다듬지 않은 호텔 정원, 물 빠진 풀장, 멀리 사담 타워와 강 건너 고층아파트 숲, 대통령궁과 저 멀리 후세인 모스크도 보인다. 내가 지나가면서 본 얼굴들 100명 중에 5명이 죽을 거라고 생각하면 100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작은지 알게 된다. 그것 때문에 못 견디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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