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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디폴트'에 이를까

딸기21 2011. 6. 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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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채무 문제가 세계 경제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군요.

미국 경제에 대해 신용평가사의 경고가 또 나왔습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8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피치는 미 의회가 8월 초까지 국가부채 한도를 증액하는 데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현재 AAA인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대상에 올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무디스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도 최근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리겠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옐로카드를 받은 셈이 됐습니다(실은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됐을 때부터 신용평가사들이 미국에 대해서는 너무 느슨한 잣대를 들이댄다는 얘기가 많았죠. 지금의 트리플A도 실제보다 고평가된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Fed: Default would be dangerous; Fitch may cut rating /로이터

피치는 ‘제한적 디폴트’를 거론했습니다. 제한적 디폴트는 한시적으로 또는 특정 국채에 한해 지급불이행 상태가 되는 걸 말합니다. 피치는 1차로 오는 8월 2일 만기가 돌아오는 300억달러 규모 미국 국채가 상환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 신용등급을 ‘부정적 감시대상’으로 분류하겠다는 경고를 붙였습니다. 이 국채의 등급에 한해 AAA에서 투기 수준인 B+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뿐만 아니라 피치는 오는 15일 시한인 270억달러 국채 상환과 250억달러 이자 지급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모든 미국 국채 등급을 B+로 낮추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미 정부가 일시적으로 상환이나 이자지급을 이행하지 못하는 디폴트를 겪은 뒤 시한을 넘겨서라도 이행을 하면 국채등급을 회복시켜주겠지만, AAA로 복귀하지는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피치의 입장입니다.


 
Sheets of one dollar bills are printed. China, the top holder of US debt, urged Washington to put its fiscal house in order Thursday after a third ratings agency issued a warning over a possible US debt default. /AFP
 
 

지금 미국 국채발행은 중단된 상태입니다. 지난달 16일 미 재무부가 총 720억달러 어치 채권과 달러화를 발행했죠. 그 날로 연방정부 부채가 법정한도인 14조 2940억달러에 도달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채무한도를 올려달라고 압박을 했습니다. 상한을 2조 4000억달러 정도 더 높여주면, 국채를 발행해 급한 불을 꺼보겠다는 거였는데요.
하지만 지난달 31일 공화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는 하원은 연방정부 부채한도 상향조정안을 부결처리했습니다. 반대 318표에 찬성 97표로 압도적 부결이었습니다. 공화당은 대부분 의원들이 반대했고, 민주당에서도 82명이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이대로 계속 빚 내고 국채 발행해 막고, 다시 빚을 더 내는 구조로는 안된다는 게 의회의 주장이었습니다. 데이브 캠프 하원 세입위 위원장은 당시 “정부가 구체적으로 재정지출을 줄일 계획을 내놓고 예산안을 개혁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당리당략도 적잖이 작용했겠죠. 공화당은 내년 예산안에서 메디케어(고령자 의료보장)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장) 예산을 줄이라고 압박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이 두 정책은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정부의 핵심 공약이죠. 어쨌든 부채한도를 올리자는 방안은 그렇게 부결됐고, 미국은 언제 디폴트에 떨어지느냐 하는 위기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FACTBOX-Brief U.S. default would roil financial system /로이터

GOVERNMENT DISRUPTION

The government's inability to issue new debt could cause a federal shutdown, resulting in a furlough of government workers and delayed payments to creditors, contractors and aid recipients. The last government shutdown occurred in 1995.

The following are some key payment dates shortly after the Aug. 2 debt ceiling deadline:

Aug 3: Monthly payment of $61 billion to 55 million Americans who receive Social Security.
Aug 4: $30 billion in Treasury bills mature.
Aug 11: $27 billion in T-bills mature.
Aug 15: $25.6 billion in quarterly interest payments on coupon-bearing Treasuries due.

FOREIGN CENTRAL BANKS

China and other countries have slowed their accumulation of Treasuries amid worries over government's heavy debt load. A U.S. default could cause this huge group of creditors to lose faith in owning Treasuries. Analysts worry a default will cause them to dump Treasuries outright.

Foreigners held $4.45 trillion in Treasuries at the end of March, of which 70 percent are held by overseas central banks. Overall foreign demand for Treasuries has fallen every month but one between September 2010 and March 2011, according to the U.S. Treasury Department.

Reduced overseas demand may be part of a broader attempt by central banks to diversify their dollar-heavy portfolios for fear an extended period of low U.S. interest rates will continue to erode the dollar's value.

Since January 2009, the dollar has lost 9 percent against a basket of major currencies .DXY.

China is the United States' biggest lender with $1.1 trillion in Treasuries at the end of March. Japan is second, with $908 billion in Treasuries, the latest Treasury data showed.

Each had Treasuries holdings smaller than those of the Federal Reserve, which had $1.56 trillion on June 8 after two rounds of bond purchases to help the U.S. economy. 



미국이 디폴트 상황을 맞은 전례가 있을까요?
 
모라토리엄하고 디폴트라는 게 있죠. 1998년에 러시아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던 것이 기억나는데요.
모라토리엄은 쉽게 말하면 빚갚는 걸 미루는 것, 즉 '채무지불 유예'를 뜻합니다. 무리해서 빚을 갚으려다가 기업들이 도산하고 은행에 사람들이 몰려가는 뱅크런 같은 위기를 맞을 수 있으니까 국가가 나서서 일시적으로 취하는 응급조치가 모라토리엄이고요.
디폴트는 아예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걸 가리킵니다. 우리말로 하면 '채무 지급불능'이죠. 한마디로 부도가 나는 상황입니다. 미국은 대공황 기간 때인 1931년에 전쟁채무 배상에 대해서 1년간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당시 대통령 이름을 따서 '후버 모라토리엄'이라고 하죠.
미국이 디폴트를 선언한 적은 없습니다만, 미국 상업은행이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뒤에 이란에 대해서만 디폴트 선언을 하고서 이란 측이 맡겨놓은 예금 지급을 중단한 바 있습니다. 그 때는 이란에 빌려준 돈을 못 받게 되어 그걸 상쇄하기 위해 취한 조치였으니 지금과는 상황이 완전히 다른 거고요. 외채상환이 안되면 통상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그 다음에 디폴트로 갑니다.

미국이 정말로 지금 디폴트에 몰리게 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그게 관건인데요.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연방정부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만 월 1300억달러라고 하네요. 그래서 디폴트 얘기가 나오는 거겠죠. 공화당 일각에서는 백악관과 끝내 타협이 이뤄지지 않으면 일시적 디폴트로 가는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실제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피치의 오늘 경고도 결국은 의회에 채무한도를 올려 국채발행할 수 있도록 하라는 의미로 보이고요. 의회가 오바마 정부에 으름장을 놓고는 있지만 연방정부가 부도나도록 내버려둘 가능성은 낮습니다. 밀고당기기를 하다가 결국은 증액에 합의해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 과정에서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에 예치해둔 돈 1000억달러에, 현재 동원가능한 돈이 2000억달러 규모라고 하니까 8월까지는 어떻게든 시간을 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의회 합의가 안 되면 비축해둔 금 4000억달러 어치, 석유비축고 800억달러 어치 등등을 파는 방법도 있겠죠.
하지만 연방정부가 비축해둔 금이나 석유비축고는 사실 건드리면 안 되는 거라서 역대 정부들이 재정적자 속에서도 보관해두고 있던 거거든요. 이런 얘기가 나오는 자체가 미국의 위기를 보여주는 거죠.

Government Finance: Latin America vs USA - Main Fiscal Indicators

                   Public Sector Gross Debt (% of GDP)
                        2008             2009             2010            2011e              2012e
US                    71.2              84.6             91.6              99.5               102.9
Mexico              43.0              44.6             42.7              42.3                42.1
Argentina           58.1              57.6             47.8              40.7                36.7
Brazil                70.7              67.9             66.1              65.7                65.0
Chile                  5.2               6.2              8.8               10.9                10.2

                    Public Sector Primary Expenditure* (% of GDP)
                        2008           2009             2010          2011e             2012e
US                  36.2             40.9              38.5              38.6               37.1
Mexico            21.4            24.3               23.9              22.3               23.1
Argentina         30.7            36.0               37.4              38.4               38.5
Brazil              32.3            33.5               35.0              33.3               33.2
Chile               22.3            25.9               25.0              24.2               24.8

*What governments spend.

                  Public Sector Overall Balance (% of GDP)*
                      2008          2009           2010            2011e           2012e
US                 -6.5           -12.7         -10.6            -10.8             -7.5
Mexico           -1.3            -4.8           -4.1             -1.8             -2.4
Argentina        -0.8            -3.8           -1.7             -3.1             -3.1
Brazil             -1.4            -3.1           -2.9             -2.4             -2.6
Chile               4.3            -4.4           -0.4             -0.4              0.4

*public obligations, plus debt service.

Source: International Monetary Fund,
Regional Economic Outlook, “Western Hemisphere: Watch Out for Overheating”, April 2011, P. 75.
 



만일 디폴트 상황을 맞으면 어떻게 될까요?
 
피치는 “세계 최대 차입국이자 기축통화 발행국인 미국이 디폴트에 들어가면 전세계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미국의 한 싱크탱크는 디폴트 사태가 일어날 경우 미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포인트 떨어질 것이고, 주가가 폭락할 것이고, 64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미국 경제가 이런 상황에 이르면 세계 경제가 다 흔들린다고 봐야겠죠. 미국이라는 세계경제의 중추가 신뢰를 잃는다는 거니까요. 피치가 밝힌대로 일시적 디폴트를 거쳐 미국 국가신용등급까지 강등된다면 엄청난 파장이 올 겁니다.
중국의 경우 지금 1조달러 어치 이상의 미국 국채를 갖고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은 불장난을 하지 말라”며 디폴트 운운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고요. 인도나 호주 같은 나라들은 “생각하기조차 끔찍한 시나리오”라고 경고했습니다.

China calls for US action on debt crisis /AFP

하지만 미국이 부채한도를 올려서 국채를 더 발행하면 급한 불은 끄겠지만, 그렇다고 사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미국은 계속 전쟁비용이다 뭐다 해서 적자를 내고, 국채를 발행해서 그걸 메우고, 세계의 다른 나라들이 그 채권을 사서 미국 재정적자를 지탱해주는 구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의문이고요.

미국 경제가 2년여 만에 다시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이 되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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