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아옌데 시신 부검한다고.

딸기21 2011. 4. 1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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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당국이 살바도르 아옌데 전대통령 시신을 부검하기로 했다고.

지난 15일, 칠레 법원이 살바도르 아옌데 전대통령의 정확한 사망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주검을 부검할 수 있도록 묘소를 발굴해도 좋다는 허가를 내렸습니다.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다음달 중순 이후 발굴 작업을 해서, 법의학자들이 부검을 한다고 합니다. 아옌데 전대통령 조카인 이사벨 아옌데는 ‘영혼의 집’ 등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작가고요(이사벨 아옌데의 'Of Love, Of Shadow'를 예전에 엄청 재밌게 읽었어요!). 딸인 마리아 이사벨 아옌데는 현직 상원의원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아옌데 상원의원이 아버지의 죽음의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요청해서 이번 부검 허가가 나온 거라고 합니다.


 

-아옌데는 권총자살하지 않았나요.

아옌데는 38년 전인 1973년 9월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이끄는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잃은 뒤 대통령궁에서 권총으로 자살을 한 걸로 알려져 있죠. 당시 아옌데는 65세였습니다. 피노체트 군이 전투기까지 동원해서 대통령궁을 공격한 뒤에, 관저 안에서 총기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당시 군부는 아옌데가 친구였던 쿠바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에게서 선물받은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피노체트 군사독재정권에 맞서 싸웠던 야당 인사들과 아옌데 유족들은 피노체트 측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꾸준히 의혹을 제기해왔습니다.



-그 사건이 왜 이제야 조사가 되는건지.

비운의 대통령 아옌데가 숨진 뒤 피노체트 군사정권은 혹독한 탄압과 인권유린을 자행했습니다. 아르헨티나 군부정권과 더불어, 국민을 상대로 암살·납치·고문·감금 등 ‘더러운 전쟁’을 벌인 것으로 유명하지요.
피노체트는 1990년 국민투표에서 패배한 뒤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습니다. 1994년 에두아르도 프레이 당시 대통령이 군부정권 잔재를 청산하는 작업을 시작했지만 급진전되지 못했습니다. 피노체트가 권좌에서 물러난 뒤에도 참모총장에 종신상원의원이라는 자리를 꿰차고 계속 정계를 좌지우지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피노체트 시절의 어두운 과거에 대한 청산 작업이 본격화된 것은 몇년 되지 않는다.

[오들오들매거진] 칠레의 과거사 청산 



-과거사 진상규명 작업은 어떻게 되고 있나. 

1998년 참모총장에서 물러난 피노체트가 영국 방문 중 체포돼, 국제적인 이슈가 됐었죠. 2년 뒤인 2000년 칠레로 송환됐지만 범죄 수사는 지지부진했습니다.
2006년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이 집권했는데, 바첼레트는 아버지가 피노체트 쿠데타세력에 희생된, 과거사의 직접적인 피해자였죠. 그래서 진상규명에 적극 나서겠다고 선언을 했는데 그 해 말 피노체트가 가택연금 한달 만에 노환으로 사망했습니다.
사실상 과거사 청산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것은 그 이후 입니다. 2007년에 군정 희생자 유가족에게 처음으로 정부가 보상을 해주기로 했고, 2008년에는 비밀경찰 총수에게 종신징역이 선고됐습니다. 


 

-아옌데 사망 경위가 밝혀질 가능성이 있는지.
 
부검을 해봐야 알겠지만, 이미 시간이 오래 지난 일이니 자살이다 타살이다 밝혀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타살로 드러나더라도, 누가 어떻게 그를 살해했는지 알아낼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고요.
아옌데 사건을 포함해서, 지금 칠레 과거청산 위원회나 법정에 제기된 사건이 726건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작업들은 속성상 신속하게 이뤄지지가 힘들죠. 과거 아옌데의 주검을 검시했던 의사는 “당시 아옌데 가족들도 자살임을 받아들였다”고 주장을 했습니다만, 대통령궁에서 일어난 사건을 자세히 증언해줄 수 있는 사람도 없고 지금 아옌데 가족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아옌데는 잘 알려진 대로 ‘칠레식 사회주의의 길’을 추구했던 사회주의자였죠. 그래서 미국으로부터도 미움을 받았고 사실상 미국이 군부 쿠데타를 방조한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러가지 의혹이 많기 때문에 정리를 하는 편이 낫다는 게 당국의 판단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964년 아옌데를 지지하는 노동자들의 행진
 

-자칫 과거사 밝히려다가 갈등이 깊어지는 것 아닌지.

아옌데의 딸 이사벨 아옌데 의원은 “진실을 규명한다는 차원에서 아버지가 사망한 경위를 밝혀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칠레의 갈라진 여론이 더 갈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는 않다고 BBC 등은 전했습니다.
피노체트 정권 시절 살해되거나 실종된 사람들이 3000명이 넘습니다. 고문·감금당한 사람들은 훨씬 더 많고요. 그 피해자들과 유족들은 진상규명을 바라기야 하겠지만 아픔을 되새기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정작 피노체트는 자기 집권기 일어난 범죄행위의 책임을 인정한다면서도 한번도 사죄는 하지 않았고, 91세까지 천수를 누리다 갔습니다. 아무 처벌도 받지 않은 거죠. 피노체트 사후의 모든 수사는 사실상 그 하수인들에 대한 수사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자조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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