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리비아 난민선 지중해서 침몰

딸기21 2011. 5. 1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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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참사'가 결국 일어났군요.

리비아를 탈출한 난민들을 태운 배가 지중해에 침몰했습니다. 
배에는 약 600명의 난민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배는 지난 6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를 떠나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으로 향하고 있었답니다. 그런데 트리폴리 바닷가에서 얼마 가지도 못한 채 9일 리비아 근해에 가라앉았습니다.
해안에서는 이 배에서 떠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시신 16구가 발견됐는데 그 중엔 아기도 2명 있었다고 하고요. 다른 이들은 아직 주검을 건져내지도 못한 상태입니다. 

 
  

배에 타고 있던 난민들은 대부분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출신으로, 리비아에서 일하고 있다가 유럽으로 가려던 사람들이나 혹은 리비아를 중간기착지 삼아 유럽행 배를 탔던 사람들로 보입니다. 


리비아에서 카다피군과 시민군 간 싸움이 시작되기 이전부터 리비아는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가는 불법 이주자들의 통로였습니다. 그런데 리비아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최근 리비아를 탈출하는 난민 성격의 사람들까지 합해져, 이탈리아 등지로의 불법 이주선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참고 ▶ 난민 탈출도 빈부격차)

유엔난민기구 집계로만 봐도 리비아에서 이탈리아나 몰타 등지로 건너간 난민들이 리비아사태 이후 1만1230명에 이른답니다. 지난주에도 2400여명을 태운 난민선 5척이 람페두사에 착륙했습니다. 이번 사고를 포함해서, 지난 3월 이후 리비아를 탈출한 난민선 3척 이상이 실종됐고 800명 넘는 이들이 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In this picture made available by the Italian Coast Guard, migrants are rescued by Italian Coast Guard scuba divers in Pantelleria, Italy, Wednesday,

In this picture made available by the Italian Coast Guard, migrants are rescued by Italian Coast Guard scuba divers in Pantelleria, Italy, Wednesday, April 13, 2011. (AP Photo/Italian Coast Guard, Francesco Malavolta, HO)



난민 대탈출 사태를 놓고 서방과 리비아 간 책임공방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마로니 내무장관은 카다피가 난민들을 동원해 이탈리아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리비아가 사실상 난민들을 무기화하고 있다는 거죠. 나토군은 계속 리비아를 산발적으로 공습하면서 반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이 상황이 장기화되면 리비아 난민들의 유럽행 러시가 계속될 것이고, 그러면 유럽도 득이 될 것이 없다, 카다피 측이 이렇게 유럽을 압박하려 하고 있다는 겁니다.


이주자들이나 난민들을 다루는 기구 가운데, 유엔 기구는 아니면서 국가간 기구 형식으로 만들어진 국제이주기구(IOM)라는 것이 있습니다. IOM은 리비아 군인들이 자국 내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을 억지로 배에 태워 지중해에 떼밀었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유엔난민기구도 리비아 정부가 최소한 불법이주 브로커들을 묵인하는 방식으로 난민들을 최악의 상황에 내몰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특히 난민선이 출항한 트리폴리 항구는 카다피 측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리비아 정부의 묵인이 없이는 출항 자체가 불가능했을 거라는 거죠. 


반면 리비아 정부는 서방의 공습으로 해안경비 체계가 무너지면서 국경 통제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대량난민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리비아 정부 대변인 무사 이브라힘은 “나토군이 해안경비대를 공격하는 바람에 난민들을 통제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것도 일면의 진실인 듯 합니다. 리비아 정부의 조직적인 난민 방출이 아니라 하더라도, 내전을 틈타 경찰이나 해군 병사들이 난민들의 승선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돈을 받거나 심지어 수백~수천달러씩 받고 불법이주를 알선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가여운 난민(혹은 불법이주자들;;)들은 바다 위를 떠돌다 고기밥이 되곤 합니다. 혹은 굶어 죽든가. 며칠전 가디언이 보도했던 내용인데, 지난 3월 트리폴리를 떠난 난민선이 지중해에서 16일간 조난을 당했는데 이탈리아 해안경비대와 나토군 군함, 비행기들은 본체만체 했다죠. 결국 아프리카 출신 난민 61명이 굶어죽었고요.


국제기구들은 유럽국들이 난민선의 위험을 뻔히 알면서도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유엔난민기구의 멜리사 플레밍 대변인은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장거리 항해를 할 수 없는 배들이 정원을 훨씬 웃도는 난민들을 싣고 운항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고 있다”면서 “지중해를 순찰하는 유럽국들 해안경비대는 이런 배들로부터 구조신호가 오지 않더라도 일단 구조를 해야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리비아에서 출발하는 모든 선박은 사실상 지원이 필요한 선박으로 봐야 한다는 거죠.

하지만 현실은 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과는 너무 거리가 먼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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