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수퍼박테리아 감염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독일에서 ‘장출혈성 대장균’(EHEC) 식중독에 감염돼 숨진 사람이 14명으로 늘었습니다.
독일 질병관리당국은 장출혈성 식중독 증세를 보인 50세 여성과 75세 남성 환자가 추가로 숨져 이 EHEC 식중독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사망자수가 14명으로 늘었다고 30일 발표했습니다. 첫 사례가 독일 북부에서 보고된지 근 2주만에 확진환자, 의심환자는 1200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감염자 중 329명은 식중독에 따른 치명적 합병증인 용혈성 요독증후군이 나타나는 등 중태로 알려졌습니다.
-독일 이외 지역에서는.
독일 외에 스웨덴과 영국,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 폴란드에서도 환자가 보고됐는데, 이들은 모두 최근 독일을 다녀왔거나 독일 여행자와 접촉한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유럽 질병통제예방센터(ECDC)는 이번 집단 식중독이 독일 사상 최대 규모이고, 세계적으로도 초대형 식중독 사고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가 예전에 많이 들어봤던 O157(오157)과 O111 등이 대표적인 장출혈성 대장균이죠. 장출혈성 대장균에 감염되면 간이 손상돼 용혈성 요독증후군이라는 합병증에 걸리게 되는데,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합병증입니다.
-그 합병증에 감염되면 어떤 증상?
용혈성 요독증후군에 감염되면 심한 복통과 설사가 나고요. 빈혈이 생기고, 신장이 손상을 입습니다. 심할 경우 환자가 사망하게 되는데요.
보통 어린이들에게 더 많이 일어나는 세균성 질병인데, 독일에서 지금 발생한 이 병은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환자가 가장 많은 독일의 경우 발생환자의 87%가 성인이고 그 중 68%가 여성입니다.
감염된 환자들이 모두 오이와 양상추, 토마토를 보통사람들보다도 많이 먹는 이들이었다고 하네요. 대장균은 섭씨 60도 이상의 고온에서 5분 이상 가열하면 죽기 때문에 유럽 각국들은 날 토마토나 오이를 먹지 말라는 권고들을 하고 있습니다.
용혈성 요독증후군은 사람끼리는 직접 전염되지 않는 병이지만, 감염된 사람이 요리한 음식을 먹을 경우 드물게 전염될 수 있다고 합니다.
-식중독균은 규명이 됐는지.
이번 독일 환자들에게서는 O104H4형 독소를 가진 장출혈성 대장균이 분리됐습니다. 그런데 과거의 것들보다 유난히 독성이 강한 걸로 보아, 기존의 장출혈성 대장균과 다른 새로운 변종일 지도 모른다고 과학자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독일 의료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식중독균이 아주 공격적이고, 용혈성 요독증후군으로 발전되는 비율도 유독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원래 수퍼박테리아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져서 잘 죽지않는 균을 가리키는 용어죠. 식중독에 의한 용혈성 요독증후군에는 항생제를 잘 쓰지 않기 때문에 이 식중독균을 수퍼박테리아라 부르는 것은 적절한 표현은 아닌데, 확산 속도가 빠르고 사망자가 많다는 점에서 언론들이 수퍼박테리아라 부르는 것 같습니다.
O157:H7 군집의 모습
-식중독 원인은 스페인산 유기농 오이라던데.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그렇습니다. 환자들이 먹은 스페인산 유기농 오이에서 문제의 대장균이 검출됐습니다. 그래서 독일 유통업계는 스페인산 채소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체코 등도 스페인산 유기농 채소에 대해 회수명령을 내렸습니다. 벨기에와 러시아는 스페인산 채소 수입을 금지했습니다.
러시아는 독일산 채소 수입도 중단시켰습니다. 스웨덴 당국은 독일을 여행 중인 자국민에게 오이와 토마토, 샐러드를 먹지말라고 권고했습니다. 독일 당국은 네덜란드와 덴마크산 채소도 오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검사 중입니다.
-채소 수입중단조치를 놓고 무역마찰도 빚어지고 있다고.
스페인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스페인산 오이에서 원인균이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오염이 발생한 곳이 생산지인지 아니면 독일에 수입된 후 유통단계인지는 불명확한 것이 사실입니다. 게다가 아직 스페인 내에서는 환자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 판매제한 조치들에 반발하면서, 유럽연합(EU)에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페인 정부에 따르면 이번 식중독으로 안달루시아 채소농가에서는 하루 700만~800만유로, 우리 돈으로 100억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하네요. 독일에서 채소 수요가 줄자 독일 시장에 채소를 많이 팔았던 네덜란드도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광범위한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전염병들이 속출하는 양상.
지금은 두려움이 많이 가셨지만 작년, 재작년 신종플루 때문에 세계에 비상이 걸렸더랬죠. 신종플루는 돼지 바이러스가 변형을 일으켜 사람에게 전염되면서 인체 대 인체로 감염이 확산된 케이스입니다. 2003년 아시아를 강타한 사스는 처음에 병원체가 규명되지 않아 ‘괴질’로 불렸습니다. 뒤에 신종 바이러스가 규명돼, ‘사스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최근의 ‘글로벌 전염병’들은 여행, 항공기, 이주, 지역간 식량교환(식품 원재료의 수출·입) 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이번 독일 오이 사태도, 원인을 규명하고 피해를 줄이기 힘든 것이 채소의 장거리 유통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죠.
과거에 비해 예방시스템과 치료제가 발달해 대규모 희생자를 내는 전염병의 종류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확산 속도나 범위는 오히려 커져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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