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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크 스트로스-칸 망신살...

딸기21 2011. 5. 1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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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성폭행 미수 혐의로 체포됐네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가 미국 뉴욕의 한 호텔에서 32세 여종업원을 성폭행하려던 혐의로 긴급체포돼 미국시간 15일 현지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스트로스-칸은 전날 오후 뉴욕 JFK 국제공항에서 파리행 에어프랑스 1등석에 타고 있다가, 이륙 10분 전 뉴욕 경찰의 요청을 받은 공항경비대에 붙잡혀 연행됐답니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죠. 혐의는 성폭행 미수와 불법 감금 등이라고 하네요.

사건 당시 스트로스-칸은 뉴욕 맨해튼의 소피텔에 묵고 있었습니다. 피해 여성이 경찰에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14일 오후 1시 쯤 청소를 하러 객실에 들어갔는데 마침 샤워를 마친 뒤였던 스트로스-칸이 벌거벗은 상태에서 성폭행을 하려고 했다는 겁니다. 여종업원이 저항을 하자 화장실로 끌고가 성폭행을 다시 시도했다고 합니다.

AP통신 등에는 더 구체적인 내용도 실렸지만 소개해드릴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여성이 강하게 저항하자 호텔 방에 휴대전화를 비롯한 소지품들도 몇 개 놔둔 채 부랴부랴 도망치듯 호텔을 떠났다고 합니다. 여종업원은 저항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스트로스-칸은 뉴욕 이스트할렘 경찰서 특수수사대에 끌려가 피의자로서 신분확인 절차를 했고요. 피해 여성이 경찰서에 출두해 여러명의 사람들 중 스트로스-칸의 얼굴을 보고 용의자가 맞는지 지목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하네요. 법원은 현지 법률에 따라 유전자검사 영장도 발부했습니다. 당초에는 15일 바로 재판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법정 출두는 미국시간 16일 오전까지 하루 연기됐습니다.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스트로스-칸의 보석 신청은 기각됐네요.)

스트로스-칸은 세번째 부인인 프랑스 유명 방송인 안 싱클레르(63)와 살면서 네 자녀를 두고 있습니다.

IMF는 일단 존 립스키 수석부총재의 대행체제로 전환했고, 비공식 집행이사회도 16일 이후로 연기했습니다.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존 회의에는 네마트 샤피크 부총재가 대신 참석한다고 합니다. 15일 예정됐던 스트로스-칸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면담은 취소됐습니다. IMF 총재직 사퇴는 불가피할 것 같습니다.

스트로스-칸을 둘러싼 성추문은 처음이 아닙니다. 2008년 IMF 아프리카지부 책임을 맡고 있던 여성 경제학자 피로스카 나기와 혼외관계를 맺었던 사실이 알려져 한 차례 풍파가 일었죠. IMF 이사국에서 공식 조사에 들어가자 스트로스-칸이 사과하는 선에서 마무리가 됐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또 일이 터지니 과거의 여러 추문들이 쏟아져나오는 양상입니다. 2002년에도 한 지역정치인 딸을 성폭행하려 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습니다

저런 인물이 어떻게 그 막강한 IMF의 수장이 되었나 생각하면 황당하기도 합니다만... 거기엔 또 '국제지정학'이라는 말로 포장되는, 유럽과 미국의 나눠먹기가 깔려 있죠.

이 참에 IMF 얘기 좀 하자면.

전통적으로(누구네 전통인데 -_-;;)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에서, IMF 총재는 유럽에서 내왔습니다. 미국 네오컨 출신으로 조지 W 부시 시절 큰소리 좀 쳤던 존 볼턴 세계은행 총재를 기억하시나요. 이 자는 세계은행에서 근무하던 자기 여자친구 승진시켜줬다가 한번 구설수에 올랐었죠. 이번 건보다 강도가 약한지는 몰라도, 뭐 오십보백보입니다. 

역대 IMF 총재 명단
 

1946 – 1951  카미유 구트Camille Gutt (벨기에)
1951 – 1956  이바르 루트 Ivar Rooth (스웨덴)
1956 – 1963  페르 야콥슨 Per Jacobsson (스웨덴)
1963 – 1973  피에르-폴 슈바이처 Pierre-Paul Schweitzer (프랑스)
1973 – 1978  요하네스 비테핀 Johannes Witteveen (네덜란드)
1978 – 1987  자크 드 라로시에르 Jacques de Larosière (프랑스)
1987 – 2000  미셸 캉드쉬 Michel Camdessus (프랑스)
2000 – 2004  호르스트 쾰러 Horst Köhler (독일)
2004 – 2007 로드리고 라토 Rodrigo Rato (스페인)
2007 – 현재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Dominique Strauss-Kahn (프랑스)


미국과 유럽이 세계은행과 IMF에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여기서 '지분'은 분담금을 말하는 겁니다. 하지만 분담금의 비중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우리도 겪어봐서 알지만;; IMF가 전세계 여러 나라를 얼마나 윽박지르고 멋대로 움직여왔습니까. 
그래서 그 이면에서는 반발과 비판도 커져오던 차였습니다. 작년, 재작년 재정위기로 탈이 난 유럽에서는 IMF 관리들어가는 것 싫다고(권리는 다 행사하는 주제에;;) '유럽통화기금(EMF)'을 별도로 만드는 방안을 논의했죠.
아시아에서도 이미 1997~98년 금융위기 때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통화기금(AMF)'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일본이 워낙 이미지가 이미지인지라 불신이 크고 해서 성사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부작용 많은 IMF 대신에 지역통화기금을 만들자'는 논의에 힘이 실리고 있었습니다.

IMF 회원국별 지분

국가                    쿼터(SDRs)           %

미국                    37,149.3            17.09
일본                    13,312.8            6.12
독일                    13,008.2            5.98
영국                    10,738.5              4.94
프랑스                 10,738.5              4.94
중국                      8,090.1              4.42
이탈리아               7,055.5               3.24
사우디아라비아      6,985.5              3.21
캐나다                  6,369.2               2.93
러시아                  5,945.4              2.73
인도                     5,898.2              2.44
네덜란드               5,162.4              2.37
벨기에                  4,605.2              2.12
스위스                  3,458.5             1.59
호주                     3,236.4              1.49
멕시코                  3,152.8              1.45
스페인                  3,048.9              1.40
브라질                  3,036.1              1.40
한국                     2,927.3              1.35
베네수엘라           2,659.1              1.22
기타 166개국        62,593.8             28.79

(SDR은 실제 화폐단위는 아니고, IMF에서만 통용되는 일종의 가상화폐입니다) 



요즘 목청 높아진 거대 개도국들은 IMF 지분에 비해 유럽국들보다 대접을 못 받아왔죠. 
이렇게 되면 성폭행 혐의로 체포된 총재 때문에 IMF가 휘청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당장 여러가지 애로사항(?)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스트로스-칸이 이 기구를 맡은 것이 2007년. 그 이듬해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뒤처리도 했고, 지난해에는 유럽국들과 밀고당기기를 하면서 유럽 재정위기 수습방안을 논의하던 차였습니다. 


존 립스키 수석부총재는 어차피 8월에 임기가 끝납니다. 지금 대행체제에 들어간다고 밝혔지만 차기 수장이 누가될까요. 또 유럽에서 지들 밥그릇이라며 가져가려 하겠죠. 그럴수록 이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커질 겁니다. 영국의 재무장관을 오래 했던 고든 브라운 전총리가 차기 총재 물망에 오른다는 보도도 있던데... 알 수 없고요.


프랑스 정치권도 시끄럽게 됐습니다. 스트로스-칸은 프랑스 산업장관, 재무장관을 지낸 뒤 2007년부터 IMF 총재를 맡아왔는데요. 내년 프랑스 대선의 유력한 야권 후보로 꼽혀왔습니다. 지난해부터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현대통령과 지난 대선 사회당 후보였던 세골렌 루아얄 전 당대표 등을 제치고 부동의 1위를 지켜왔는데 이번 일로 큰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다음달 사회당 경선후보 등록이 시작되는데, 이번 사건으로 프랑스 정치권에 요동이 치고 있습니다. 그동안에도 스트로스-칸의 성추문이 여러 차례 있기는 했지만 이번엔 성격이 다르죠. 남의 나라에서 성범죄를 저지르려다가 붙잡혀 구속되고 법정에까지 서야 하는 처지가 됐으니까요. 아무리 성 문제나 사생활에 관대한 프랑스 유권자들이라 해도 이번 일까지 넘어가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르몽드를 인수한 3자 컨소시엄의 마티외 피가스는 유력인물은 금융자산가이면서 스트로스-칸과 가까운 사이로 유명합니다. 이런 유력인사들이나 프랑스 좌파들 사이에 흐름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봐야하겠지만, 일단은 대권 경쟁에서 낙마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대통령의 고문으로서 사회당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크 아탈리는 “스트로스-칸은 사회당 경선에 참여해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회당의 마르틴 오브리 현 당수, 그리고 대선에서 패배한 뒤 당권도 내줬던 루아얄, 루아얄의 동반자였다가 얼마전 갈라선 프랑수아 올랑드 전 당수 등등 사회당 내 주자들 사이에 후보 자리를 놓고 각축전이 심해질 것 같습니다. 요새 지지율이 바닥으로 떨어졌던 우파 사르코지도 이 틈에 반전을 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음모론도 없지는 않습니다. 바로 얼마전 프랑스 언론들이 스트로스-칸이 포르셰 승용차를 타는 모습을 보도하면서 “진보적인 말을 하지만 실제로는 호화생활을 하는 ‘캐비어 좌파’다”라 비판했었습니다. 

잇달아서 야권 제1 유력주자에게 수난이 들이닥치니, 음모론이 나올 법도 하지요. 스트로스-칸이 성폭행을 했다는 호텔이 프랑스계 소피텔이라는 점. 스트로스-칸의 약점이 성추문이라는 건 정가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었는데, 누군가 파놓은 함정에 걸려들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일각에선 보는 모양입니다. 15일 독일 총리와 만날 예정이던 칸이 13일과 14일 왜 머나먼 뉴욕의 고급호텔에 묵었는지, 하필이면 포르셰 사건이 터진지 얼마 안 되어 또 이런 일이 생겼는지 의문이라는 거죠. 

스트로스-칸 본인은 지금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과거 마이클 잭슨의 아동성추행 혐의 재판 때 변호인을 맡아 무죄평결을 이끌어냈던 유명 변호사 벤저민 브래프먼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고 하니 법정 공방을 통해 진실이 가려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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