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매물로 나온 영국 항공모함

딸기21 2010. 12. 1. 17:58
728x90

요새 항공모함 얘기 많이 듣네요.
조지워싱턴에서부터...
영국 국방부가 5년전 퇴역한 항공모함 인빈서블 호를 매물로 내놨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영국 국방부에는 남는 군사장비를 처분하기 위한 www.edisposals.com 이라는 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에 인빈서블 호를 매물로 등록했습니다. 내년 1월 5일까지 판다고 하네요.


결국 이것도 돈 때문입니다. 영국 정부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재정적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으면서 예산도 줄이고 정부 재산 내다파느라 정신이 없는데, 퇴역한 항공모함까지 매물로 내놨습니다.




항공모함 팔아요~  사이트에 매물로 올라온 항모 사진입니다. 

Shopping Cart에 Wishlist 까지 있는 거 보니 재미있죠? 하나... 사볼까;;




인빈서블 호는 1977년 진수됐는데요. 동급의 배가 여러 척인데, 인빈서블이라는 이름을 갖는 배 중에서는 7번째로 제작된 것이고, 동급 항모들을 이끄는 대장 격인 배였습니다. 공식 명칭은 HMS Invincible (R05).
최근 서해에서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미국의 조지워싱턴 핵항모 같은 것보다는 훨씬 작고요. 


길이가 220m, 2만2000t의 경량급 항모입니다. 하지만 영국 해군에는 자존심의 상징이었습니다. 82년 아르헨티나와의 포클랜드 전에 참가했었죠. 또 옛 유고연방 내전 때 유고 근해에, 그리고 이라크전 때에는 걸프에 배치됐었습니다.




이것이 위풍당당 포클랜드전 때의 모습입니다. /위키피디아


영국 해군은 로열 네이비라 해서 자부심이 대단하다는데, 아무래도 마음들은 아플 것 같습니다.


특히 기함(flag ship)은 해군의 상징이나 마찬가지라던데, 인빈서블은 포클랜드전 이후로 영국 해군의 기함 역할을 해왔거든요. 그러다가 노후해서 2005년에 퇴역했고, 그 뒤로 주로 포츠머스 항구의 해군기지에 정박돼 있었습니다.
인빈서블 이전에 영국 해군의 기함이었던 HMS헤르메스호는 퇴역한 뒤 인도에 팔려나갔었죠. 인빈서블 이후의 기함인 아크로열 항공모함도 운영예산 등등의 문제로 해체하겠다고 지난달에 국방부가 발표를 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제 영국 해군에는 앞으로 적어도 10년간은 고정날개 제트기를 실을 수 있는 항모가 없게 된다고 합니다.


항공모함이 팔리면 무엇에 쓰일까요?

항공모함도 은퇴 뒤의 운명은 천차만별입니다. 사실 격침되지 않고 명운을 다하는 것도 항모 입장에선 복이라면 복인 것 같은데요(일본도 2차 대전 때 항모를 여러 척 갖고 있었는데 거의 격침됐죠;;). 앞서 팔린 헤르메스호의 경우는 인도에서 1984년에 사다가 비라아트(Viraat)라는 이름으로 쓰고 있습니다.
미국의 호넷 호는 1970년 민간에 팔려 선상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고요. 미국의 미드웨이호도 박물관이 됐고... 3년 전 퇴역한 JFK호는 40년을 복무하다가 은퇴했는데 역시 박물관으로 기증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합니다.




좀 더 쌔끈해 보이는 인빈서블. /위키피디아

저는 순전한 평화주의자인데 이상하게 군함, 항모, 전투기, 이런 얘기가 재미있어요 ㅠ.ㅠ



인빈서블호의 경우는 수명이 유지될 지 회의적입니다. 사실 2005년 8월에 퇴역시키기 직전까지도 국방부가 수리를 해서 복무 연한을 10년 이상 늘리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배들에 필요한 부품이 있어서 계획을 폐기하고 부분적으로 사실상 해체 작업을 했습니다.
원래 롤스로이스 엔진 4개로 움직였는데 엔진들은 이미 빼내가서 없는 상태고요, 발전기와 펌프도 유지보수가 안돼 작동이 안 된다고 합니다.  

국방부 대변인 말로는 어떤 용도로든 팔 수 있지만 고철용으로 팔리지 않겠느냐고 했다는군요.



영국은 그 말고도 대대적인 군축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에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가 항공모함 아크로열과 수직이착륙전투기 해리어 80대 등을 퇴역시키는 등의 군축 계획을 발표했었습니다. 2015년까지 육군 7000명, 공군 5000명, 해군 5000명 등 1만7000명을 감축하고, 국방부 공무원도 2만5000명 줄이기로 했지요.
탱크와 중화기는 전체의 40%를 없애고, 해군 호위함과 구축함도 점차로 줄일 계획입니다. 항공모함 퀸엘리자베스호와 프린스오브웨일스 호 건조계획은 계약을 파기할 경우 배상해야 하는 액수가 커서 일단 예정대로 하기는 했는데, 어차피 항모를 만들어봤자 신형 전투기 도입이 2020년 이후로 미뤄지기 때문에 무의미한 일이 됩니다.

인빈서블도 인빈서블이지만 해체 결정이 난 아크로열 항모 역시 1990년대 발칸전쟁과 이라크전에 투입됐던 영국 해군의 자랑거리였죠. 지난달 24일에 해리어 전투기들과 아크로열은 눈물의 이별식도 치렀습니다. 마지막으로 항모를 떠나 출격하는 해리어를 보면서 전투기 조정사들이 눈물을 흘렸다고 영국 언론들이 보도를 했었습니다.

당분간 이라크전 같은 대규모 전쟁에 영국이 참가하기는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2003년 이라크전이 시작된 이후 영국이 가장 많이 파병을 했을 때 4만5000명까지 동시 파병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군축계획 때문에 앞으로는 3만명 이상 파병은 불가능해진다고 합니다. 이제는 이라크전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처럼 영국군이 주도적으로 참전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힘들겠군요. 


그래서 파이낸셜타임스나 인디펜던트같은 언론들은 “영국이 앞으로 전쟁을 하려면 동맹국들의 지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고요. 영국 내 참전군인 단체라든가 보수단체의 반대도 만만찮았습니다. 미국 언론들도 자기네를 늘 옆에서 도왔던 영국이 저런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