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유럽이라는 곳

거리로 나선 프랑스 고교생들

딸기21 2010. 10. 1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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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국제부 기사창고를 뒤지다 보니... 프랑스에서 고교생들이 가두시위에 나섰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제가 너무 좋아하는 최민영 기자의 글에 따르면-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반대하는 프랑스 노동계의 총파업이 현지시간 14일로 3일째를 맞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프랑스 전역에서 수만 명의 고교생들이 처음 가두시위에 동참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은 셈입니다. 

아직 사회생활에 뛰어들 나이가 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이 노동자들과 연대를 하겠다고 거리로 나온 것인데요. 심각한 청년실업과 사회보장제도의 약화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는 겁니다.


프랑스 전국학생연합(UNL)은 1100개 고등학교가 이번 총파업에 동참했으며 이중 700곳에서 수업이 중단됐다고 밝혔습니다. 남부 툴루즈에서 1만명, 보르도 7000명 등이 대체로 평화적인 거리집회를 가졌지만 BFM TV에는 파리 중심가에서 바리케이드를 치는 학생들과 남부에서 쓰레기 수거통을 던지며 경찰과 충돌하는 장면이 보도됐습니다. 

파리에서는 경찰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한 학생이 시위진압용 고무탄에 눈을 맞아 실명 위기에 처했고 수십 명이 연행됐다고 합니다.





High school students vote during a general assembly during their protest 
against the pension reform, Thursday, Oct. 14, 2010 in Rennes, western France. (AP Photo/David Vincent)




학생들 "미래에 영향미칠 이슈"


빅토르 콜롬바니 UNL 회장은 일간 르몽드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연금개혁안에 대해 목소리를 낼 만큼 충분히 성장했다”며 “앞으로도 계속 집회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학생들은 개혁안으로 정년이 60세에서 62세로 연장될 경우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일자리가 150만개 모자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2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년층 실업률이 24%에 이른다고 AFP통신 등은 전했습니다.

10대 학생들이 거리로 나오자 정부는 당혹해하는 모습입니다. 파리 시 관계자는 “자칫 도심폭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고, 집권 국민행동연합은 야당이 학생들의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과거에도 학생들이 정부 정책에 대거 반발하고 나서면서 정부안이 결국 철회된 전례는 적지 않습니다.


1968년 샤를 드골 대통령의 퇴진을 불러온 68혁명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지난 20여년 동안 4~5년 간격으로 학생들이 거리에 나왔습니다.
86년에는 대학개혁법안에 반대하는 대학생 수십만명이 시위에 나섰다가 한 학생이 숨지면서 시위가 가열됐고, 결국 법안이 철회됐죠. 

90년에는 리오넬 조스팽 교육장관의 개혁안에 반발하면서 고등학생들이 파리에서만 10만명이 모여 시위를 했고요. 이어 94년에는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의 최저임금안에 수십만명의 학생들이 뛰쳐나와 결국 임금안이 폐기됐습니다.
발라뒤르는 한때 대권을 노리고 있었는데 시위가 단초가 되어 결국 대선에서 탈락했고요.





High school students demonstrate in Marseille,
southern France,Thursday, Oct. 14, 2010.

(AP Photo/Claude Paris)




니콜라 사르코지 현대통령도 사실 학생 시위 덕을 본 사람이랍니다.


아이러니한 일입니다만, 2006년 자크 시라크 대통령 밑에서 2인자였던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가 최초고용계약이라는 정책을 추진했다가 거센 반발에 부딪쳤습니다. 

최초고용계약은, 26세 이하 근로자를 고용할 경우에는 2년 안에 아무 조건 없이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를 담은 노동법 개정안이 의회에서 통과됐는데 결국 시위에 밀려 철회됐죠. 학생들, 야당들이 엄청나게 반발한 이 법안 때문에 결국 빌팽 총리는 중도 낙마했고 집권당 내 대권 경쟁자였던 사르코지가 어부지리를 얻었습니다.

그 때만 해도 사르코지는 최초고용계약이 너무 심하다면서 은근히 정부 시책을 비판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청년 시위에 부딪치는 입장이 됐습니다. (사실은 2008년에도 사르코지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인다면서 교원 수를 줄이겠다고 했다가 파리에서 십만 명 이상의 고등학생들이 가두시위를 벌인 적이 있기는 했습니다.)


프랑스 노동계는 

지난 12일 총파업을 강행했습니다. 한달 새 네 번째 파업입니다.
시위는 12일 이후로도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고요. 노동계는 16일 다시 전국적인 시위를 벌일 계획입니다. 12일 파업의 경우 노동계는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이 350만명 정도라고 주장하고, 정부는 120만명 정도로 추산하는 등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어쨌든 잇단 파업에 수많은 이들이 참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원에서 통과된 연금개혁법안은 지난 11일 상원에서도 통과가 됐으니 이제 시행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반발이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는 않습니다.
지난 11일 여론조사기관 CSA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9%가 파업을 지지한다고 했고, 61%는 노동자들의 무기한 파업에도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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