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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홍영남 옮김. 을유문화사
책 표지에 '진화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써 있고, 느낌표까지 찍혀 있다. 그 말이 아니더라도,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제목 정도는 안 들어본 이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이제야, 큰맘먹고 읽었다. 1976년에 발표됐다가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왔는데 내가 본 것은 을유문화사에서 새로 나온 책이다. 널리 알려진 책이고, 그동안 재미나게 읽었던 매트 리들리의 <게놈> <이타적 유전자> <붉은 여왕>이 모두 이 책을 바탕으로 쓴 것이어서, 정작 도킨스의 '획기적 이론'(발표 당시)은 아주 낯익게 다가와버렸다.
이기적 유전자 개념이나 확장된 표현형 개념은 수긍이 가고, 또 다양한 시뮬레이션 과정이 참 재미있는데, 정작 인간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뜬금없다 싶었다.
동식물(개체)은 '이기적인' 유전자가 자기복제를 위해 이용해먹는 생존 기계, 즉 운반자에 불과하다--라고 결론 내렸으면 그 논리를 고수할 일이지. 사회학자들에게 욕 먹을까 걱정되어 '인간의 특수성'을 억지로 꿰다 맞춘 꼴이 된 느낌도 살짝 있다. 인간의 '이타주의'를 몽땅 부정해버리면 안 되니까? 그보다는 오히려 인간의 이타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이기적 유전자를 중심에 놓은 듯도.
유전자 gene에 대비되는 문화적 유전자 meme의 개념을 제안한 것은 매우 인상적이지만 다소 뜬금없게 들리기도 한다. '인류에게 있어 소크라테스의 유전자보다 의미있는 것은 소크라테스의 정신, 즉 meme의 전달이다' 라는 논리를 만든 셈이다. 이기적 유전자 개념도 혁명적이었지만 정보통신의 시대에 역설적으로 이기적 유전자보다 밈 개념이 더 커다란 생명력을 얻은 것같다.
논리적 일관성 면이나, 칼로 끊듯 불필요한 부분 잘라내고 개념 딱딱 집어내어 설명하는 것이나, 도덕성 최대한 배제하고 건조하게 유전자의 속셈을 까발기려 한 것 따위는 아주 맘에 들었다.
(여담이지만, 내가 이 책을 읽기도 전부터 도킨스를 좋아했던 이유는 다른데 있다. 스티븐 제이 굴드나 리처드 르원틴은 도킨스식의 과학낙관론에 극도로 반대하면서 '감성에 호소하는' 글들을 많이 내놨다. 그렇지만 나는, '히틀러 복제'가 무서워서 파킨슨병 환자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짓따위는 그야말로 비인도적인 짓이라는 쪽이다. 나는 '과학기술 발전에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는 도킨스의 장담에 오히려 마음이 간다)
논리적 일관성 면이나, 칼로 끊듯 불필요한 부분 잘라내고 개념 딱딱 집어내어 설명하는 것이나, 도덕성 최대한 배제하고 건조하게 유전자의 속셈을 까발기려 한 것 따위는 아주 맘에 들었다.
(여담이지만, 내가 이 책을 읽기도 전부터 도킨스를 좋아했던 이유는 다른데 있다. 스티븐 제이 굴드나 리처드 르원틴은 도킨스식의 과학낙관론에 극도로 반대하면서 '감성에 호소하는' 글들을 많이 내놨다. 그렇지만 나는, '히틀러 복제'가 무서워서 파킨슨병 환자들을 벼랑으로 내모는 짓따위는 그야말로 비인도적인 짓이라는 쪽이다. 나는 '과학기술 발전에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는 도킨스의 장담에 오히려 마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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