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코엔 (지은이) | 주명철 (옮긴이) | 시유시
파리 제1대학 경제학교수인 다니엘 코엔의 저서입니다. 아시아 경제위기 이전에 쓰여졌다는 점과, 프랑스의 학자가 쓴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었습니다. 유럽인들은 가난한 나라들의 세계 무역시장 진출을 마치 무슨 야만인들의 침략이나 되는 양 경계하고 무서워하고 있는데 쓸데없는 걱정 하지 말고 내부적으로 잘 해라, 내부의 불평등을 없앨 궁리를 하는게 세계화에 대한 가장 올바른 대처방식이다, 그런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세계화-> 불평등 확산'의 직접적인 등식을 거부하고 있네요.
여기저기 쓴 글을
모아놓은 것 같아서 크게 재미있지는 않았는데 하나 재미있었던 것은 '오링(O-ring) 이론'입니다. 원래 마이클 크레머의 이론인데, 이 틀을
가지고 세계화시대의 소득불균형 문제에 접근합니다.
O링은 말 그대로 동그라미를 가리키는데,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생산과정에서의
수직구조(line)가 깨어지고 동그라미가 대신하게 됐다는 얘깁니다. 동그라미는 라인보다 더 속속들이 결합돼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일련의 생산공정
중 작은 부품 하나라도 기능을 못하면 생산의 전과정이 위협을 받습니다. 그러니 동그라미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자질이나 자격이 거의 비슷해야 한다는
거예요. 수직선에서는 윗사람은 고숙련자, 아랫사람은 미숙련자여도 됐지만 동그라미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거죠.
그런데 동그라미가
소득 문제로 가서는 어떻게 되냐면, 최고는 최고끼리, 처지는 이들은 처지는 이들끼리의 능력별 짝짓기로 간다는 겁니다. 잘 나가는 동그라미의
사람들은 못 나가는 동그라미의 사람들보다 턱없이 많은 돈을 받게 된대요. 동그라미 세계에서 임금은 더이상 협상으로 좌우되지 않는다는 거죠. (그럼 임금협상이 아닌 무엇으로 결정되느냐? 아이디어? 시장 선점? 개방성? 그건 잘 모르겠네요)
하나 염두에 둘 것이
있다면, 세계적인 차원에서 진행되는 기업들의 '끼리끼리 편갈라 동그라미 만들기' 방식은 가난한 나라들이 슬쩍 끼어들 수 있는 새로운 틈새를
만들어낸다는 겁니다. 물론 동그라미를 주도적으로 만드는 것은 서구의 기업이겠지만요.
일리 있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개도국들은 발바닥 부르트도록 뛰어라? 코엔이 얘기하는 것은 분명 그런 것은 아닌데, 이 사람 '선진국' 인간이다보니 개도국에 대한 얘기가
하나도 없어서...
세계화에 대한 얘기가 너무 많습니다. 책도 너무 많습니다. '담론'이 많은 건 아니고, 세계화 자체가
거대담론이 되다보니 그 말을 팔아먹으려는 책들이 많습니다. 이 책은 시대에 뒤진 느낌(불과 4년!)이긴 하지만 '동그라미' 얘기는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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