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일촉즉발 예멘

딸기21 2011. 3. 23.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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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예멘 상황이 일촉즉발인 것 같네요.


예멘의 장기집권자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면서 연내에는 퇴진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야권이 못 믿겠다면서 즉각 물러나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살레가 유혈 내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으르고 나왔습니다. 살레는 국영TV를 통해서 “쿠데타로 권력을 탈환하려는 이들은 국가에 유혈 내전을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수도 사나에서는 어제, 그제 수만명이 반정부 시위를 벌였습니다.





-실제 내전 조짐이 있나요.

 

아직은 내전 조짐이라 볼 수는 없고요. 군부가 친 살레, 반 살레 파로 나뉘면서 긴장이 커지고는 있습니다. 살레의 최측근이었던 알리 모흐센 알 아흐마르 장군이 22일에 반 살레 선언을 하고 살레에게 즉각 퇴진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아흐마르는 과거 살레가 남예멘계 군벌들을 진압할 때에 선봉에 섰던, 말 그대로 오른팔이라고 합니다. 그랬던 아흐마르가 살레에게 등을 돌리자 장성급 대여섯명이 줄줄이 살레에게서 이탈해갔습니다. 아흐마르는 지금 육군 제21기갑사단장인데, 자기 휘하 부대 병력과 탱크를 끌고 시위대를 지키고 있습니다. 반대로 살레 쪽에서는 살레 아들이 지휘하는 친위부대, 대통령궁 경호대 등이 주요 시설들을 둘러싸며 맞서고 있습니다.

-살레는 어떤 인물?

 

살레는 원래 초등학교도 마치지 않은 사람인데, 10대 시절에 군대에 들어갔습니다. 하셰드라는 유력 부족 내에서 수완을 발휘해 부족 지도자가 됐고,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1977년에 정권을 사실상 장악했습니다. 78년에는 북예멘 대통령이 됐죠. 
그리고 90년 사실상 남예멘을 무력으로 흡수해 하나로 합치고 통일예멘의 대통령 자리에 올랐습니다. 지금까지 33년째 집권하고 있는 거고요. 근래에는 미국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지금도 예멘은 사실상 준전시상태 아닌가요.
 

예멘이 300여년 남북으로 갈라져 있다가 1990년 하나로 통일이 됐지요. 그런데 중동 걸프지역에서도 가장 좀 전근대적인 부족사회 요소가 많이 남아 있고, 경제적으로도 가장 가난합니다.

남북 예멘이 합쳐진지는 20년이 넘었지만 완전히 정서적으로도 통합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살레는 시아파 무슬림이지만 그동안 세속국가를 유지해왔는데 2000년대 들어 한쪽에서는 알카에다 같은 수니파 극단세력이 테러범 양성기지를 만들어서 기승을 부리고 있고, 또 한쪽에서는 시아파 반군들이 예멘 정부와 사우디 등에 맞선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남쪽 아덴만 근처에서는 소말리아 해적들이 왔다갔다하며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과 사우디는 살레와 결탁관계였다던데.
 

살레가 쫓겨나면 미국은 상당한 타격을 입습니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은 살레와 손잡고 알카에다와의 싸움을 해왔습니다.

재작년 성탄 전야에 미국 공항에서 테러를 시도한 나이지리아 청년이 붙잡혔는데, 조사결과 예멘의 알카에다 기지에서 훈련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 뒤 미국은 사실상 예멘으로 대테러전을 확대했습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22일 “예멘이 불안정해지면 대테러전에서 불리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사우디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예멘 정부는 북서부 시아파 반군과 몇 년째 교전 중입니다. 수니파 대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 국경 안에까지 군대를 들여보내, 시아파를 지지하는 이란과 대리전을 치르고 있었지요. 살레가 사우디에 외무장관을 급파했다는데, 사우디 지원을 요청하려는 것 같군요.


 


-그럼 살레가 쫓겨난다면 민주화는 되겠지만 혼란이 더 가중되는 것 아닌가요.
 

예멘의 민주화 과정이 이집트처럼 순탄하지는 않을 겁니다. 예멘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600달러에 불과한 걸프 최빈국입니다. 인구 45%가 빈곤선 이하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덴만 너머에는 소말리아 해적들이 진을 치고 있고요.

미국 우파 저널리스트 로버트 카플란이라는 사람이 예멘의 미군 기지를 돌아보고 나서 쓴 글이 있는데요. 예멘에는 마약도 많이 퍼져있고 또 소형화기가 워낙 많이 들어가 밀매되고 있어서 사람들 살기가 참 힘들다고 합니다.

군부가 갈라져 싸우게 되면 예멘 사람들에게는 최악의 상황이 되겠지요. 다행히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국제사회가 제대로 지원을 해주면 31억 배럴 정도 석유자원을 갖고 있으니 그걸 바탕으로 안정을 꿈 꿀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정불안에 역내 혼란이 더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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