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예멘 혁명'도 일어날까

딸기21 2011. 3. 2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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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의 철권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65)이 궁지에 몰렸다. 한 달 가까이 계속된 반정부 시위에 궁여지책으로 내각을 해산했지만 국민들의 퇴진 요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군 장성들까지 등을 돌리는 등, 살레 정권 축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알자지라방송 등은 20일 살레 정권의 시위 유혈진압에 반발, 살레의 측근이던 군 장성 알리 모흐센 알 아흐마르가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군 지도부 5명 이상이 반 살레 진영으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앞서 18일 수도 사나 등지에서 벌어진 시위 유혈진압 과정에서 최소 52명이 숨졌다. 폭력 진압에 반발, 유엔 주재 예멘 대사가 사임하는 등 정권 내부의 반발이 이어졌다.

 

예멘 시민들이 20일 수도 사나에서 반정부 시위 도중 숨진 사람들의 장례식을 열고 있다. /신화통신
 

살레의 지지기반이던 하셰드 부족도 등을 돌렸다. 부족 지도자 셰이크 사디크 알 아흐마르는 “대통령은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평화롭게 떠나라”며 사임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20일 발표된 이 성명에는 유력 종교지도자들도 서명했다. 이슬람 지도자들은 “군은 시민들에 대한 발포명령을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인권장관 후다 알 바안은 내각 해산 전 항의표시로 사직서를 냈고, 집권 국민의회당 의원 24명이 탈당했다. 유혈진압 희생자 장례식에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살레는 부랴부랴 ‘민주화 순교자 추모일’을 제정하고 유혈사태 책임을 야당에 돌렸으나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사나의 정치분석가 압둘 가니 알 이르야니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등 돌리는 이들이 사회 전방위에서 나오고 있다”며 “이는 (반 살레 투쟁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살레 대통령
 

초등교육도 마치지 못한 채 군인이 된 살레는 부족 지지기반을 바탕으로 젊은 나이에 군부를 장악했고, 1978년에는 북예멘 대통령이 됐다. 전쟁을 통해 남예멘을 흡수한 뒤 90년 통일 예멘의 대통령 자리에 앉았다.
살레가 쫓겨나면 미국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들어 살레와 손잡고 알카에다와의 싸움을 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사실상 예멘으로 대테러전 전선을 확대시켰다. 사우디도 살레의 앞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멘 정부는 북서부 시아파 반군과 몇 년째 교전 중이다. 수니파 대국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 국경 안에까지 군대를 들여보내, 시아파를 지지하는 이란과 대리전을 치르고 있었다.
 
살레가 물러나도 예멘의 민주화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예멘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600달러에 불과한 걸프 최빈국이다. 인구 45%가 빈곤선 이하에서 산다. 아덴만 너머에는 소말리아 해적들이 진을 치고 있다. 민주정부가 들어서고 국제사회 지원이 이뤄지면 석유자원(매장량 31억배럴)을 바탕으로 성장을 노릴 수 있겠지만, 정정불안이 이어질 경우 역내 혼란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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