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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디부아르]그랑라우, 호수와 바다가 만나는 곳

딸기21 2010. 7. 3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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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디부아르, 아비장에서 그랑라우 가는 길. 사진 질이 형편없네.. -_-


그랑라우의 호숫가에 도착했다.
바다가 있고, 그 바로 앞에 라군(석호)이 있다. 라군은 어느 지점에서인가 바닷물과 만난다.
일 없이 앉아있는 청년. 날씨는 너무 더웠다. 

낚싯배, 허름한 집, 배 위의 궁둥이. 


배를 타고, 바다와 호수가 만나는 곳에 섬처럼 덩그마니 놓인 마을을 찾아가기로 했다.
배 안에는 나와, 내 안내원으로 따라와 준 대사관 직원, 운전기사, 그리고 그랑라우 어느 마을의 촌장님.
말하자면 '특별대우'였다. 한국대사관의 도움으로 새마을운동을 하는 마을의 촌장님께서 주신 혜택이랄까.
우즈베키스탄의 히바에서처럼, 이 곳, 그랑라우의 호수-바닷가도 비현실적이었다.
도대체 내가 지금 어디에 와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싶은.
사진에는 그 이상함이 나타나지 않아 아쉽다. 

주변에 사람들이 싹 사라진 듯한, '생활인'들의 '낯익은' 모습이 사라져버린 풍경.
날은 너무 더워서 도대체가 움직이기엔 힘들었고, 내 몰골은 땀과 먼지에 절어 흉칙할 정도였고.
건너편에 보이는 것은 프랑스 식민통치의 흔적. 일종의 '유적'이다. 
목적지에 다다랐다. 프랑스인들이 지어놓은 성당과 건물 몇 채가 섬 같지만 섬이 아닌 그 곳에 있었다.
내게, '프랑스식 성당'이란, 그러니까 이런 것이다.
식민지에 지어진 프랑스인들의 흔적.
일전에 만화가 김군을 만나 저녁 먹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어떤 사람들은 남프랑스의 햇살과 아름다운 성당을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상아해안 뜨거운 모래밭의 작열하는 태양과 성당을 본 내게는, 
프랑스의 어떤 것이건 '식민지의 무언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한국인들이 때로는 경멸하고 때로는 무지와 동정의 시선을 보내는 곳들, 
이른바 '제3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나의 시각은 일그러지고 비틀린다. 
살인을 저지른 자의 아름다운 기예를 눈 뜨고 보아줄 수 없는 것처럼 
남의 것을 무지막지하게 빼앗아 자기 것을 일궈놓은 유럽이나 미국을 결코 곱게 봐줄 수 없는, 
나만의 반감과 나만의 몽니.

내게 '프랑스'는, 그랑라우의 저 성당이다.
아름답기엔 너무나 뜨겁고 너무나 지치고 너무나 이상해서 몽환적이기까지 했던 날.
이건 또 뭔가. 이거야말로 현실의 한 조각?
너무 더워서 아무도 친절할래야 친절할 수 없었던, 웃으며 인사하기조차 버거웠던 날.
코트디부아르가 무쟈게 더워서가 아니라, 이 뙤약볕에, 대낮에, 이 바닷가에 나돌아다닌 내가 문제였다. 

호수와 바다가 만나는 섬 아닌 섬 가운데에 연못이 있는 희한한 풍경.

몇 걸음만 걸어가면 바다다. 
상아해안. 대서양이다. 
나에게 대서양은, 유럽과 미국 사이에 놓인 바다가 아니라 상아해안에서 바라보는 쓸쓸한 바다.
가나에서도, 토고에서도, 코트디부아르에서도. 
돌아오는 길, 끔찍한 내 발.
샌들을 신고다니니 뜨거운 모래바닥을 걷기는 너무 힘들었고
심지어 뾰족한 가시풀들까지 날 괴롭혔다. 발 생긴거 하고는... 

발이 너무 더러워지면, 한두번 닦아서는 깨끗해지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이틀 정도 지나니까 때가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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