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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이번엔 이스라엘 벌할까

딸기21 2010. 6. 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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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스라엘에 대해 구호선단 탑승자들을 즉시 석방하고 공정한 조사를 할 것을 촉구했다. 또 가자지구에 대한 비인도적인 봉쇄를 풀라고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모호한 비판’에 머물렀으며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안보리 15개 이사국은 1일 긴급회의를 열고 이스라엘에 민간인 전원 석방, 공정하고 투명한 진상조사 등을 촉구하는 의장성명을 냈다. 성명은 “각국 영사관이 사망자와 부상자들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선단이 구호물자를 목적지까지 옮기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스라엘에 의해 3년째 물품과 사람의 출입이 금지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지속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언급하면서 “인도적인 구호물자와 인력이 차질없이 계속해서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호선단 공격을 비난하면서도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못박지는 않았고, 가자지구 ‘봉쇄 해제’를 명시하지도 않았다. 아랍권과 터키, 유럽의 ‘독립적인 조사’ 요구 대신 ‘공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만 적었다.

의장성명이 나오기 전 미국을 뺀 4개 상임이사국들은 “이스라엘은 즉시 가자지구에 대한 비인도적인 봉쇄를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도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이 된 가자 봉쇄를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안보리 이사국들과 EU, 아랍연맹, 브라질 등은 ‘투명하고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안보리 의장성명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요구 수위가 내려간 데에는 미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소한 봉쇄조치의 완화를 요구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에는 무시 못할 압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자침공과 두바이 암살사건 등으로 이미 ‘왕따’ 처지가 된 이스라엘은 31일 가자지구를 향하던 구호선박을 공격, 9명 이상 사망자를 낳아 국제사회의 ‘공적’이 됐다. 터키 이스탄불, 영국 런던, 요르단의 암만, 그리스 아테네 등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안보리 뿐 아니라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아랍연맹이 31일과 1일 일제히 긴급회의를 열었다. 유엔 인권이사회도 팔레스타인의 요청에 따라 1일 회의를 한다.

아랍권은 “이 참에 이스라엘의 버릇을 고쳐놓아야 한다”며 격앙된 모습이다. 지난해 초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유엔본부를 포격했을 때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공개비판하기는 했지만 제재조치를 취하진 못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침공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하려는 움직임이 일었으나 유야무야됐다. 영국과 스페인 법원이 이스라엘 지도부를 ‘전범재판’에 회부했지만 상징적 조치에 그쳤다.

안보리의 제재논의는 미국의 거부로 늘 무산됐고 구속력 없는 결의안들만 나왔다. 1980~9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정권을 제재했을 때처럼 이스라엘의 행위를 반인도범죄로 규정하고 경제제재나 무기거래제한 같은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무법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과 유럽, 이집트가 하마스의 고삐를 죄는 데 급급해 이스라엘의 비인도적인 봉쇄를 용인해왔던 것이 문제라는 얘기도 나온다.

예를 들면 이스라엘은 국가 재정 상당부분을 미국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이 원조자금 지급을 일시 늦추는 경우는 간혹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판매의 시기와 규모를 조절하는 경우도 있다. 유엔 안보리 제재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압력을 넣을 수는 있다. 문제는 미국이 그러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 들어서, 비록 미온적이기는 해도 이전 부시 시절과 비교하면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가 일방적인 옹호에서는 조금 벗어난 것이 사실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정착촌 건설을 비판하고 평화협상을 재개하라고 종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오바마의 이같은 ‘중립적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은 이번 사건 뒤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대열에 동참하지 않은 채 어정쩡한 유감표명을 했다. 하지만 난처한 입장을 감추지 못했다. 뉴욕타임스 등은 이번 일로 미국의 중동정책과 간신히 재개되는 듯했던 중동평화협상이 복잡하게 꼬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1일 가자지구에 대한 모든 구호선박 접근을 막는다고 발표했다. ‘자유가자운동’ 구호선 탑승자 중 480여명은 이스라엘 남서부 항구도시 아슈도드의 감옥에 수감됐고, 50명은 추방됐다. 이스라엘 국내 반응은 두 갈래다. 아슈도드에는 일군의 이스라엘인들이 모여 “외신들이 우리를 나쁘게 묘사한다”며 오히려 항의시위를 벌였다. 반면 유력지 하레츠는 “우리 스스로를 외톨이로 만들어버린 가자침공에서 아무 교훈도 얻지 못했느냐”며 정부를 비판했다. 미 미시건대 스콧 에이트런 교수는 AP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이단아로 굳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내 아랍계 주민들은 정부에 대한 항의로 총파업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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