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잠보! 아프리카

아프리카에서 만났던, 기분 좋은 두 사람.

딸기21 2010. 4. 14.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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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는 최근 10년 새 군부 쿠데타와 정부군-반군 간 유혈충돌로 정정불안을 겪었다. 유엔은 코트디부아르 평화유지사령부(ONUCI)를 만들고 병력을 파병해 정국을 안정시키고 갈라진 나라를 통합하려 애쓰고 있다. 머나먼 상아해안에서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는 한국인 장교 2명을 지난달 아비장에서 만났다. 이호준 공군 중령(42)과 문한옥 육군 소령(34)이 그들이다.

 

문 소령(왼쪽)과 이 중령(오른쪽). 아비장의 ONUCI 본부 앞에서.


그루지야에서 2달간 평화유지활동을 경험한 뒤 지난해 7월 코트디부아르에 온 문 소령은 “세계 여러나라에서 온 군인들과 생각을 나누고 반군 무장해제와 치안 패트롤 등 국내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면서 “열악한 환경이지만 따뜻하고 낙천적인 현지 사람들 틈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문 소령과 함께 파병된 이 중령도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같은 환경에서 일하며 제 몫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배우는 게 많다”고 입을 모았다.

1960년 프랑스 식민통치에서 독립한 코트디부아르는 초대 대통령 우푸에 부아니가 장기집권하는 동안 주변 국가들보다 안정되게 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우푸에가 죽고 2000년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정정불안이 시작됐다. 2002년 대선으로 로랑 바그보 현대통령이 집권했지만 빈농이 많은 북부에서 반군들이 봉기하면서 분란이 일었다. 유혈충돌로 최소 200명에서 많게는 20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은 2004년 ONUCI를 만들어 평화유지군을 파병했다. 반기문 사무총장을 제외하면 유엔 내 최고위 한국 출신 외교관인 최영진 사무총장특별대표가 ONUCI를 이끌고 있다.

1만여명의 평화유지군 중 한국인은 단 둘 뿐이지만 두 장교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두 사람이 하는 일은 2007년 정부와 반군 간에 체결된 와가두구 평화협정에 따른 정전 조치들이 지켜지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 날마다 루트를 정해 유엔 마크가 달린 차량으로 순찰하면서 무장해제를 지켜보고, 어느 나라 무기가 어떻게 변형돼 어떤 경로로 내전에 이용되는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문 소령은 “노동착취, 특히 소녀들에 대한 성 착취와 여성 할례 같은 인권문제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유엔이라는 거대한 기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엿볼 수 있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3살, 5살 두 아이를 역시 군인인 남편에게 맡기고 멀리 와있지만 배우는 게 많아 기쁘다고 했다.

이 중령은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것, 세계의 군인들과 평등하게 일한다는 것”을 가장 큰 보람으로 꼽았다. 유엔군은 팀을 하나 꾸리더라도 팀원들의 국적별 밸런스, 성별 밸런스를 모두 고려하기 때문에, 미국 등 서방 기준에 맞춰져 있던 시각이 새롭게 바뀌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이 중령은 유엔 시설에조차 전력망이 깔려 있지 않은 북부의 저개발지역 부나에서 6개월간 근무하다 얼마전 수도 야마수쿠로로 파병지를 옮겼다. 그는 “주민들이 느끼는 치안 상황과 생활환경을 매일매일 보고하는 유엔의 촉수가 우리 평화유지군”이라며 “한국 군인은 정보통신(IT)에 강해 다들 좋아한다”고 전했다.

유엔 평화유지군 파병자들은 군 내 지원을 통해 선정되며, 합참에서 실시하는 영어 필기시험과 영어 인터뷰를 통과해야 한다. 최근 젊은 장교들 사이에 국제적인 감각을 쌓을 수 있는 해외 평화유지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경쟁률이 치열하다. 이 중령과 문 소령은 “아프리카가 처음이라 낯설었지만 우리와 그들 사이의 공통점들을 찾으며 지역·인종에 대한 선입견을 버릴 수 있었다”면서 한국에서도 평화유지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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