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시아의 어제와 오늘

젠더사이드

딸기21 2010. 3. 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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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성의 날’이 제정된지 100년이 넘고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사라져가면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더이상 ‘여성의 날’이 존재할 이유가 있느냐”는 여론이 퍼지고 있다. 하지만 지구촌 곳곳에서 여전히 여성들은 정치적·사회적·문화적 권리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생존권, 이 세상에 ‘존재할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여전히 지구상 곳곳에서 ‘사라지는’ 여성 수가 1억명이 넘는다는 기사를 실었다. 성별을 이유로 대량학살을 자행하는 이른바 ‘젠더사이드’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는 태아 성감별에 따른 여아 살해다. 이코노미스트는 여아 살해가 널리 퍼져있거나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국가들로 ‘미개발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행하고 있는 나라’들을 꼽았다.


‘가족계획’에서 딸들을 희생시키는 이런 나라로는 중국과 인도를 가장 먼저 들 수 있다. 자연 출생성비는 여아 100명 당 남아 105명 정도이지만 중국과 인도 일부지역에서는 남아 비율이 많게는 130명에 이른다. 잡지는 경제발전과 함께 여아 살해가 많이 줄어든 나라로 한국을 꼽으면서 “중국이나 인도 등 아시아 개도국들에서 여아 살해가 줄어들려면 경제발전이 훨씬 더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야 등 유라시아 내륙 카프카스 지역도 여아 살해가 많은 지역으로 거론됐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인도의 석학 아마르티아 센은 1990년 자연성비와 실제 성비를 분석한 뒤 “약 1억명의 여성들이 ‘사라진(missing)’ 상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세계 인구에 자연성비를 대입, 추산한 여성 숫자보다 실제 여성 인구가 1억명이나 모자랐다는 뜻이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인구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인구분포에서 사라진 여성 수도 더 늘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라지는 이유는 여아 살해, 출산시 사망, 영양 결핍으로 인한 사망 등 여러가지다.

전쟁·분쟁 지역에서는 인종말살의 일환으로써, 생식력을 가진 여성들을 없애는 집단 학살이 종종 벌어진다. 미국 민간단체인 ‘젠더사이드 와치’ 등은 대표적인 예로 수단 다르푸르를 꼽았다. 다르푸르에서는 아랍계 민병대들이 아프리카계 마을들을 돌아다니며 여성들을 집단 강간·살해했다.
1988년 이라크 쿠르드족을 학살한 ‘안팔 작전’ 때나 90년대 옛 유고연방 내전, 인도네시아군의 동티모르 학살 때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여성단체들은 이슬람권에서 ‘명예살인’이라는 이름으로 남성 가족구성원들이 여성을 살해하는 것도 젠더사이드라고 지적한다.


젠더사이드(gendercide)란

성별에 따른 대량살상을 인종말살(제노사이드·genocide)에 빗댄 용어. 1985년 미국 여성작가 메리 앤 워런의 <젠더사이드(Gendercide: The Implications of Sex Selection)>라는 저서에 처음 등장했다. 전쟁 시에 적국의 민간인 남성·소년들을 살해하는 남성살해(viricide), 여성들을 집단 강간·살해하는 여성 학살(femicide) 등이 모두 젠더사이드에 해당된다.


젠더사이드 관련 자료/AFP



Gender selection: In India, abortion of girls on the rise /C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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