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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테러 정보체계

딸기21 2010. 1. 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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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가 ‘성탄절 테러기도’ 사건과 뒤이은 아프가니스탄 중앙정보국(CIA) 기지 테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정보 분석·처리의 실패’를 거론하고 나서면서 미 정가에서는 책임자 문책론까지 나오고 있다.
막강한 힘을 과시해온 미국 정보라인에 어떤 문제가 생겼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전문가들은 정보기구들이 대테러전을 거치면서 너무 커지고 너무 관료적이 됐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정보라인은 말 그대로 ‘방대하다’. 전통 있는 CIA나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같은 정보기관들 외에도 수많은 정보기구들이 있고, 재무부·에너지부 등 주요 부처에는 정보를 담당하는 부서들이 있다. 국무부는 해외 각 공관에서 모아들인 정보를 총괄한다. 공군·해군·육군·해병대·해안경비대는 각각 별도로 정보부서들을 운영하고 있다. 2001년 9·11 테러 뒤 조지 W 부시 정부가 본토 안전을 맡기기 위해 만든 국토안보부는 지금은 직원 22만5000명의 거대한 조직이 됐다.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국장실(ODNI)에서는 이 기구들이 모은 정보들을 취합한다. 국가정보국장실은 이란, 북한, 아프간·파키스탄을 담당하는 별도의 분석실을 두고 있으며 국가대테러센터(NCTC)를 비롯한 8개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04년 대통령령으로 설치된 대테러센터는 16개 기관이 모아들인 테러관련 정보를 종합·분석하는 역할을 한다. 이 센터에는 16개 기관 정보담당자 500여명이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일하고 있다. 대테러센터는 분석한 내용을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장과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보 분석·처리과정의 실패를 질타하면서 “점(dots)들을 연결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대테러센터가 제 기능을 했다면 테러미수범 우마르 압둘무탈라브와 관련된 내용이 이 곳에서 취합돼 보고가 이뤄졌어야 했다.


하지만 압둘무탈라브 사건에서는 방대한 정보라인의 이곳저곳이 모두 뚫렸다.


대테러센터에 참가하는 국가안보국(NSA)은 국내외 통신감청 내역을 모니터링해 정보를 분석한다. 국가안보국은 사건 4개월 전에 테러 배후인 예멘 ‘아라비아반도 알카에다’ 간부들의 통신 내용을 포착했다. 대화 내용 중엔 이름을 알 수 없는 ‘나이지리아인 테러범’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 존 브레넌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도 이 정보가 대테러센터로 전달됐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정보는 어떤 연유에서인지 중시되지 않았다.


해외정보를 가장 많이 가진 곳은 물론 CIA다. 이 기구는 독자적인 해외 비밀작전까지 수행할 수 있다. CIA는 지난해 11월 압둘부탈라브의 아버지가 나이지리아 미대사관에 전한 경고성 정보를 입수했다. CIA는 “그 뒤 압둘무탈라브를 찾기 위해 예멘 쪽과 연락을 취했고 데이터베이스를 뒤져 관련정보를 모으려 했다”고 해명했지만 비판론자들은 후속조치가 불충분했다고 지적한다. 국무부 역시 11월에 나이지리아 대사관을 통해 압둘무탈라브 아버지의 경고를 보고받았지만 “정보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고, 이미 미국 비자를 내준 뒤였다.

또하나의 문제는 CIA와 국가정보국장의 알력이었다. 리언 파네타 CIA 국장은 블레어 국가정보국장과 파워게임을 벌여왔다. 불과 5년전 신설된 국가정보국장이 직제상 위에 있다는 게 CIA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분석이다. 지난 1년간 두 사람은 해외 비밀공작을 누가 주도할 것인지, 해외 정보기관 고위관리로 누구를 임명할 것인지 등을 놓고 기싸움을 벌였다.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재’에 나선 일도 있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고위당국자 인책론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책 대상으로 첫손 꼽히는 것은 재닛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이다. 나폴리타노는 테러시도 사건 뒤 “우리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했다”고 말했다가 비판이 쏟아지자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정보 수장’인 블레어 국가정보국장도 화살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8월말, 늦어도 9월 초에는 백악관에까지 알카에다가 PETN 폭탄테러를 준비하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갔다”며 백악관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백악관은 아직 문책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여론이 악화되면 오바마 정부 들어 첫 ‘문책성 경질’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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