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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대 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와 씨티그룹이 정부로부터 지원받았던 돈을 갚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의 구제금융을 받은 주요 금융회사들 대부분이 빌린 돈을 상환했거나 계획을 확정한 셈이 됐다.
미 재무부로부터 총 450억 달러를 지원받았던 씨티그룹은 14일 신주를 발행하고 자산을 매각해 정부가 갖고 있는 200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다시 사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웰스파고도 정부로부터 받은 250억 달러 구제금융 전액을 상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재무부의 ‘재무위험도평가(스트레스테스트)’에서 불합격해 TARP 구제금융 대상이 됐던 9개 거대 금융기관 중 JP모건체이스·골드먼삭스·모건스탠리 등은 지난 6월 자금을 상환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AIG도 이달 들어 빚을 갚았다. 미 재무부는 씨티그룹 보유지분 매각에 따른 시세차익으로 벌어들일 140억달러를 포함, TARP 구제금융으로 약 190억달러의 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씨티그룹과 웰스파고를 포함하면 TARP는 금융기관에 내준 2450억 달러 중 3분의2인 1610억달러를 돌려받는 것이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년여에 걸친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이정표”라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도 “웰스파고의 상환 결정은 구제금융 시대의 코다(coda·종결부)가 될 것”이라 전했다.
하지만 구제금융의 성과에 대해서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단 금융기관 연쇄파산을 막아 급한 불을 껐고, 미흡하나마 금융산업에 대한 관리감독의 모델을 만들었다. 그러나 금융회사들의 저항은 만만찮았다. 일부 기업들은 빚 내어 보너스 잔치를 벌여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다.
세금을 빌어 살아난 기업들은 지금은 경제 회생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백악관에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모아놓고 “납세자들의 도움을 받은 은행들은 경제를 살릴 책임이 있다”고 질타한 뒤 “소비자들과 주택소유자,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살찐 고양이처럼 부도덕한 금융회사들”을 수차례 비난한 바 있다.
압박에 밀린 BoA와 US뱅코프 등은 대출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구제금융을 갚은 회사들에 대해서는 당국이 규제를 가할 지렛대가 약해진다. 금융회사들은 당국의 간섭이 싫다며 빌린 돈을 서둘러 갚아버렸다. 이 때문에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탐욕과 방만한 경영에 완전히 재갈을 물리지도 못한 채 ‘살찐 고양이’들을 다시 풀어준 꼴이라는 지적도 있다.
빚을 다 갚기로 한 날 씨티그룹 주식은 주당 25센트 떨어진 3.70달러로 마감했다. 비크람 팬딧 CEO는 백악관 회동에도 나오지 않은 채 하루종일 주식매각 대상을 찾아다녔다. 증시분석가 리처드 보브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TARP에서 탈출했지만 씨티그룹의 재무상태가 좋아졌다는 증거는 아무데도 없다”면서 “앞으로 서너달 더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쉴라 베어 총재는 “금융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은행들의 몰락은 내년에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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