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아메리카vs아메리카

특수아동들 돕는 워싱턴의 퇴직자 도우미

딸기21 2009. 12. 13.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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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근교 페어펙스카운티의 특수학교 학생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들처럼 의사소통을 하기 힘들고 발성이 안되지만 등교하는 순간부터 ‘대화’가 시작된다. 휴대용 컴퓨터장치의 키보드를 누르면 합성음으로 “안녕하세요”, “굿모닝” 하는 인사말이 나온다. 간단한 인사는 물론, 점심 메뉴에서부터 수업 이야기까지 다양한 대화가 이뤄진다.


의사소통 기계가 고장나거나 장애아동들을 위한 교구와 안전장비가 부숴지면 낭패다. 하지만 이 곳 학생들에게는 모든 고장을 수리해주는 ‘미스터 수리공(Mr.Fix-Its)’들이 있기 때문에 걱정이 없다. 워싱턴포스트는 13일 페어팩스 특수학교 학생들의 벗으로 세상과의 대화를 가능케 해주는 두 명의 퇴직자 스토리를 소개했다. 카운티 내 장애인 지원단체들에 소속돼 이 학교 아이들을 돕고 있는 빌 포터(76)와 리 조스트(74)가 그들이다.






두 사람은 1990년대 후반 이 학교 봉사일을 하기 전까지는 일면식도 없었지만 인생 경로는 비슷했다. 대공황 이후 자라난 그들은 부모 세대에게서 물건을 고쳐 쓰는 법, 근검절약하는 법, 어려운 이들을 돕는 법을 배웠다. 두 사람 모두 육군 통신대에서 일한 뒤 엔지니어가 됐다. 포터는 철도 통신회로, 조스트는 위성 통신망을 만지는 일을 했다.

포터는 퇴직 뒤 장애아동들을 위해 실내놀이터를 만드는 자원봉사 일을 시작했다. 몸이 불편한 아이들을 대면하는 것에 처음에는 심리적 불편함을 느꼈지만,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거부감은 존경심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그 자신 몸이 불편해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지만 아이들을 돕기 위해 늘 학교로 출근을 한다.
조스트에게는 ‘울프-허쉬호른증후군’이라는 희귀 유전질환을 가진 손자가 있었다. 이 병은 성장지체, 정신이상, 안면기형 등 다양한 장애를 일으킨다. 조스트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이 내 손자에게는 갖춰져 있지 않았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97년부터 손자가 다니던 페어팩스 특수학교 일을 돕기 시작했다. 손자는 이미 졸업했지만 그는 지금도 학교에 남아 아이들을 돕고 있다.

물리치료 설비, 전동휠체어 등 아이들이 쓰는 모든 것들을 수리하고 관리하는 것은 두 할아버지들 몫이다. 때로는 학교에 나가 밥숟갈도 들기 힘든 중증장애 아이들의 식사를 돕기도 한다. 두 사람은 “힘이 다하는 때까지 오래도록 아이들과 세상을 이어주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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