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인류의 영원한 보물, 금

딸기21 2009. 11. 17.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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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영원한 보물, 금. 비싼 것을 가리켜 흔히들 ‘금값’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요즘 금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금을 가진 나라가 여전히 세상을 지배하며, 세상을 지배하려는 나라들은 더 많은 금을 가지려 애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금값 뒤에 숨겨진 사실들을 추적해본다. 


불변의 가치, 금 


2003년 미국이 이라크전을 일으켰을 때부터 금값은 급상승을 시작했다. 이전까지 배럴당 20~25달러에 머물던 기름값이 먼저 껑충 뛰었다. 달러는 떨어졌고, 그 반작용으로 금값은 올라갔다. 1987년 처음으로 온스당 500달러를 돌파한 뒤 한동안 안정세를 보였던 금값은 2005년 11월 18년 만에 다시 50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3월 사상 최초로 1000달러를 넘어섰으며 올들어서도 계속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달 들어 금값은 1100달러를 웃돌며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국제 금값은 공개 시장에서 결정된다. 1919년 9월 런던 시장에서 시작된 영국의 금고시가격(Gold Fixing)이 국제 금시장에서 최초로 통일된 기준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미국이 금값을 인위적으로 달러에 고정시켜둔 탓에 20세기 중후반까지 수십년 동안 시장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1968년 미국, 영국 등 서방 7개국은 화폐시장의 교란을 막기 위해 금의 이중가격제도를 채택, 통제를 계속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주요국들은 71년 금본위제를 포기했으며 4년 뒤인 75년에는 미국 정부가 달러-금 교환가격을 자유시장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이후 원유 거래와 마찬가지로 금 거래에서도 런던과 뉴욕 시장이 국제 시세의 기준이 되고 있다. 


금값이 앞으로 얼마까지 오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울한 예언을 많이 하기로 유명한 미국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와 상품투자 전문가인 로저스홀딩스의 짐 로저스 회장 간에 최근 금값 논쟁이 붙어 관심을 끈 바 있다. 로저스는 “당분간 금값 상승세는 계속될 것이며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루비니는 “금값을 그렇게 끌어올릴만한 요인이 없다”면서 “터무니 없는 예측”이라 깎아내렸다. 


둘 중 누가 옳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금값은 지난 750년 동안 계속 올랐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요동은 있었을지언정 금값은 장기적으로는 계속 상승해왔다. 금이 ‘불변의 가치’를 지녔다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맨해튼 지하의 금 창고 


전세계에서 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미국 정부다. 미 재무부의 금 보유량은 2억6150만 온스(약 7400t)로, 세계 각국 정부 금보유량 전체의 3분의1에 이른다. 


단일 기관으로 따지면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맨해튼의 지하 수장고에 약 2만5000개의 금괴를 보관하고 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의 금보유량만 해도 전세계 금의 3%에 이른다. 이와 비슷한 양의 금이 켄터키주 포트녹스의 지하금고에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정부는 장부상 금 가격을 온스당 42.22달러로 책정해놓고 있다. 이는 현 시세인 1100달러의 26분의1에 불과한 금액이다. 미 재무부는 1973년 이래로 이 장부상 가격을 고치지 않았다. 보유한 금을 시세대로 처분하면 약 2900억달러에 이르지만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 정부가 금에는 절대로 손을 대지 않는다. 


CNN은 최근 인터넷판에 ‘미국 정부가 금을 팔지 않는 이유’를 분석한 기사를 실었다. 첫째, 세계에서 금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미국 정부가 금을 내다팔면 시장에 혼란이 올 것이며 달러 가치는 더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영국은 1999~2002년 사이 금보유량의 60%에 해당하는 400t을 온스당 275달러에 내다팔았다. 10년만 기다렸으면 4배를 벌 수 있었을텐데 아깝게 국고를 헐값에 넘긴 셈이다. 금값이 예측불허라는 것도 미 정부의 손을 무겁게 한다. 


또한 미국 예산규모로 볼 때 2900억달러는 ‘미미한 액수’다. 여전히 기축통화의 발권국가로서 세계 통화를 움직이고 있는 미국이 금까지 내다팔 이유는 없다고 NN은 분석했다. 미국이 금을 팔면 각국이 이 보물을 사들이고 미국 국채 보유분을 줄일 것이라는 우려도 들어있다.


금광의 이동 


돌반지에서부터 시계와 귀걸이까지, 세상에 흔한 것이 금처럼 보이지만 실제 금의 총량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지난해 세계 전체 금 생산량은 2356톤이며, 인류가 4000년 동안 찾아낸 금의 양을 모두 합쳐봐야 15만t에 지나지 않는다. 


눈에 띄는 것은 ‘금 가진 나라’ 명단에서 신흥경제대국들이 차지하는 위치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금 생산국이 되었다는 점이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중국은 2007년 276톤을 생산, 처음으로 남아공을 제친데 이어 지난해 288톤을 생산해 1위 자리를 굳혔다.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의 창샨하오 광산 등은 최근 몇년간에 걸친 개발을 통해 세계적인 금광으로 부상했다. 반면 1905년 이래로 금 생산에서 세계 선두였던 남아공의 채굴량은 해마다 10%이상씩 줄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금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길목은 단연 스위스다. 세계 금 유통량의 3분의1이 스위스에서 가공된다. 노예나 다름없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강변의 모래에서 건져낸 사금, 브라질의 노천광에서 퍼올린 금조각들이 대개 스위스를 거쳐 금괴와 세공품으로 만들어진다.


금은 사라지지 않지만 ‘소비’된다. 장신구로 가공되거나 투자의 대상이 되어 묻히는 것이 금의 소비에 해당된다. 소비량으로 봤을 때 세계에서 금을 가장 사랑하는 나라는 인도다. 세계 연간 금 소비량의 4분의1이 인도인들에게로 들어간다. 


중국과 인도의 ‘금 전쟁’ 


소비량과 생산량, 보유고 모두에서, 중국과 인도 사이에 몇년 째 은밀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남아공을 제치고 세계 1위 금 생산국이 된 중국은 지난해 소비국으로서도 인도에 이어 2위 자리로 올라섰다. 


지난해 중국의 금 소비량은 395.6t으로 인도(660.2t)에는 훨씬 못 미쳤다. 하지만 인도의 금 소비는 전년대비 14% 줄어들었고 금 투자량도 2007년 217.5t에서 지난해 190.5t으로 감소했다. 반면 중국의 금 소비는 해마다 늘고 있고, 특히 금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인들의 금괴 투자는 전년에 비해 3배로 뛰어오른 68.9t으로 기록됐다. 


세계 금보유국 상위랭킹 중 중국은 5위로 14위인 인도를 앞선다. 중국은 해외 금매입과 함께 금광들도 사들이고 있고, 자국 내 금광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인도도 질세라 자국 내 금광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인도 중앙은행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금 200톤을 67억달러에 매입, 세계 금값을 끌어올렸다. 


금 보유 경쟁은 여러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금은 ‘돈’인 동시에 ‘자원’이다. 세계에서 매년 생산되는 금의 40% 가량은 산업용으로 소비된다. 특히 반도체·정보통신(IT) 산업이 발전하면서 산업용 금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화



나쁜 것이 좋은 것을 몰아낼 때 쓰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표현은 원래 화폐에서 금의 함량이 점점 떨어지게 되어있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금이 귀금속에서 교역의 수단인 화폐로 변모한 것은 26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화폐들 중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화로 꼽히는
‘리디아의 사자’가 기원전 6세기 오늘날의 터키 지역에 있었던 리디아에서 탄생했다. 자갈과 비슷한 이 금화에는 앞뒤에 양각과 음각으로 사자가 새겨져 있다. 리디아는 그리스와 페르시아 사이에 자리잡고 있어 중개무역이 성했고, 화폐가 발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금화는 그리스와 소아시아(지중해 연안 중동지방) 곳곳으로 전파됐다. 기원후 4세기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대제 때 주조된 소리두스 금화는 1000년 이상 제국 전역에서 유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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