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공은 둥글대두

플레이어 vs 플레이어

딸기21 2002. 9. 25.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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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바르셀로나-에스파뇰 경기로 시작해, 어제는 저녁때 레알마드리드와 오사수나 경기를 보고 곧이어 챔피언스리그 발렌시아-리버풀 경기를 시청.


마드리드에서는 지단이 지난번 AS로마와의 경기에서 다친 탓에 출장을 못했다. 어쩐지 걱정스럽더라니...지단이 빠지니 마드리드의 <예술성>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피구가 잘 하기는 하지만, 그리고 스코어 상으로는 4대 1이라는 압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피구의 연속 어시스트는 멋있었지만 사실 상대팀이 너무 못했다.


(여담이지만, 중계 도중 캐스터가 "한국의 종국 선수 어쩌구 저쩌구" 얘기하는 걸 들었다. 영어라서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우리 종국이 칭찬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아이마르 vs 오언

발렌시아-리버풀 경기는 개중 재미났던 게임이었다. 선수들의 이름값으로만 보자면 리버풀이 발렌시아를 누르고도 남는다. 마이클 오언-에밀 헤스키라는 잉글랜드 국대의 투톱, 세네갈 돌풍의 주역인 엘 하지 디우프, 잉글랜드의 차세대 선두주자 제라드, 폴란드 국대 주전 골키퍼인 예지 두덱, 독일 국대 수비형 미드필더인 디트마어 하만 등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각국 대표선수들이 즐비하다.


반면 발렌시아에서는 <제 2의 마라도나> 파블로 아이마르와 스페인의 믿음직스런 공격수 바라하, 지난 월드컵 때 발등 부상으로 뛰지 못했던 (화장품병을 떨어뜨려 안타깝게도 출전을 못했다는 전설의) 스페인 제일의 골키퍼 카니자레스...정도를 제외하면 사실 <톱 클라스>의 선수들은 리버풀에 못 미친다.

발렌시아 홈구장이었다고는 하지만 어제 리버풀의 경기는 실망스러웠다. 오언은 컨디션 난조 때문에 후반부터 뛰었지만 기대했던 돌파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하만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리버풀 선수들은 물에 젖은듯 둔해보였던 반면 발렌시아 선수들은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았다. 아이마르의 플레이는 21세기에도 <개인기 축구>가 유효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나 할까.

요새 축구 보면서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바르셀로나에 멋진 선수들이 너무 없다는 거였다. 히바우두 떠난 바르샤는 공격력도 <현저히> 약화된 것 같고, 눈에 딱 띄는 플레이어들이 별로 없었다. 월드컵 때 멘디에타가 아일랜드전에서 보여준 투혼의 플레이를 기억하는데 요즘 멘디에타는 체력 저하에 시달리는 것 같고, 네덜란드팀 <부동의 스트라이커>라는 클루이베르트는 내가 좋아하는 플레이 스타일이 아니다. 찬스를 자꾸 놓치는 스트라이커는 진정한 스트라이커가 아니지 않은가.

카시야스 vs 발데스

그러나 최근 바르셀로나에 반짝이는 선수가 등장했으니...신예 골키퍼 빅토르 발데스. 며칠전 경기 중계하던 아나운서가 "요즘 꽃미남이라는 말들을 하는데 발데스 골키퍼야말로 꽃미남이죠" 어쩌구 저쩌구 두번이나 언급하길래 눈여겨봤더니 과연 볼만한 얼굴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어쨌든 잘 생겼다.


그치만 골키퍼가 얼굴로 공 잡나? 역시 키퍼는 카시야스다. 


카시야스는 마드리드의 주전 골키퍼 세자르가 지난시즌 챔편스 리그 결승전에서 부상으로 안타깝게 막판 하차한 뒤 승리를 거머줬고, 카니자레스가 운이 없어 월드컵 때 못 뛰는 동안에도 분투하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지 않았던가. 바르샤가 카시야스에 <맞먹는> 스타로 키우기 위해 주전이던 보나도 대신 요사이 발데스를 많이 내세운다는데, 두고 볼 일이다.

요즘 아줌마의 관심을 끄는 플레이어들이 몇명 있으니...불세출의 아티스트 지네딘 지단과 루드 반 니스텔루이, 그리고 클루이베르트.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몸매가 좋다는 것이다. 대머리에 가려 몸매가 잘 안 보이는 것이 지단이다(내 눈에만 그런가?). 그치만 3초만 더 보면, 아주 훌륭하고 예술적인 몸매, 그리고 몸 동작을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3자의 플레이가 멋지냐...하면 그건 아니다. 지단의 플레이야 두말할 나위 없지만 클루이베르트는 앞서 말한 대로 찬스를 종종 놓친다.

반니스텔루이는 아래 사진에 보이듯, 선량하면서도 다소 얼빵하게 생겼다. 실제로도 좀 얼빵한 모양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쟁쟁한 스타군단 사이에서도 빛을 발하며 지난 시즌 라울-지단과 함께 <유럽축구 최고선수 3파전>을 벌였을 정도로 유명한 선수이지만 초장에는 확실히 두드러지질 못했었나보다.

루드 반 니스텔루이 vs 클루이베르트

재미난 것이, 반니스텔루이는 클루이베르트와 같은 날(1976년 7월 1일) 태어났다. 클루이베르트는 네덜란드의 수도이자 축구에 있어서도 중심지인 암스테르담에서, 루드는 변방인 남부의 오스에서. 


<클루이베르트 부모님은 수리남 이민자였고, 그의 아버지는 꽤 유명한 축구 선수였다. 클루이 역시 10살때 아약스 유스팀에 들어갔고, 빠르고 위대하게 성장해 갔다. 반면 루드는 자신의 열망에 따라 축구를 시작했다. 그의 아버지는 기술자였고 할아버지는 농부였다.> 


루드가 자라난 곳은 히딩크가 가 있는 아인트호벤 부근인데 예부터 네덜란드의 스타플레이어들- 요한 크루이프, 반 바스텐, 데부어 형제, 베르캄프, 클루이베르트, 다비즈 모두-은 암스테르담과 그 주변의 북부 네덜란드 출신들이라고 한다.

어느 축구 칼럼니스트가 쓴 재미난 글.
 

<루드는 큰 재능은 없었음에도 축구 선수로 길러졌다. 그는 학교에서 근면했고, 많은 시간을 공 차는데 보냈으며 또 축구선수들에게 싸인해 달라는 편지를 쓰는 것을 즐겨했다>.

같은 날 태어나 똑같이 축구를 시작했지만 97년에 이르렀을 때에는 클루이베르트의 몸값이 루드의 30배였다고 한다. 루드는 늦깎이로 성장해서, 98년에 유명한 PSV 아인트호벤이 네덜란드 사상 최고 이적료인 470만 파운드를 투자해 루드를 스카웃해 갔는데 루드와 클루이의 플레이스타일 비교가 흥미롭다.

클루이: 전형적인 네덜란드 축구 선수. 항상 영리한 패스를 찾고, 어리석은 각도에서는 슈팅하지 않는다. 스피드로 2명의 수비수를 제끼기도 하지만 단순한 찬스를 놓치기도 하고(그래서 난 클루이를 안 좋아한다) 특정한 선수와만 호흡이 맞는 단점도 갖고 있다.

루드: 남미 선수처럼 플레이한다. 신체는 클루이와 유사하지만(둘다 훌륭한 몸매!) 루드는 신체를 더 많이 이용한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바티스투타와 가장 많이 닮아 있음에 동의한다(딸기 눈에는 물론 바티가 루드보다 훨 멋지지만). 바티스투타와 루드는 다재다능하고 근면하다. 또한 슈팅을 남발하지 않는다. 그들은 항상 포스트 안으로 슈팅을 날린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클럽에서 꽤 잘했음에도(사실은 상당히 잘 했다고) 불구하고 네덜란드 국대에서 <그의 자리는 없었다>. 왜냐? (메이븐님이 좋아하시는) 베르캄프가 있었으니까. 


스캔들 하나 없이 <축구를 위해 살았던> 루드는 2000년에 무릎을 다치는 고비를 맞는다. 그의 회복과정을 지켜본, 역시나 부상으로 고생했던 호나우두의 한마디. <루드에게 감명받았다. 마치 그는 부상이 없었던 선수처럼 플레이했고, 그 점이 가장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루드의 약점을 종종 지적한다고 한다. 188이라는 키에 비해 헤딩력이 약하고, 개인기가 부족하다는 점. 그렇지만 네덜란드 전설의 영웅 요한 크루이프는 루드의 <배우려는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클루이베르트는 배우려는 걸 너무 일찍 포기해 버렸다>고 말한 것과 반대로.


내 경우에, 맨유의 경기를 몇번 보면서 처음에는 루드가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좋아졌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 위에 인용했던 글들이 지적한대로, <열심히> 뛰는 것이 좋아서. 입 헤- 벌리고 선량한 얼굴로 웃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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