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공은 둥글대두

무서운 아르헨티나

딸기21 2002. 7. 9. 02:22
728x90
어제 케이블에서 틀어주는 축구경기를 봤다. 아르헨티나 리그 1위인 리베르 플라테(River Plate)와 3위인 힘나시아와의 경기였는데, 좀 오래된 경기인지 리베르 플라테에는 아르헨 국가대표인 아리엘 오르테가가 뛰고 있었다.
화질이 좀 별로이긴 했지만 경기 자체는 아주 재미있었다. 또 심판이 한-포르투갈전에서 후앙 핀투에게 레드카드 줬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이 경기의 히어로는 리베르 플라테의 페르난도 카베나기(Fernando CAVENAGHI) 선수. 이제 19살인데, 후반전이 반 정도 흘렀을 때 아주 멋있는 중거리 슈웃! (카베나기는 나이는 어리지만 이탈리아의 명문 클럽 유벤투스와 라치오에서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K리그에도 이런 애 하나 있었으면!)
힘나시아는 힘겹게 만회골을 뽑으려고 애썼지만, 전반적으로 리베르 플라테가 앞서는 경기였다.
넋놓고 앉아서 '아무나 이겨라' 하는 맘으로 경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래도 '우리 편'이 있어야 훨씬 박진감 있는 법. 그래서 나는 첨부터 '왠지 멋져뵈는' 리베르 플라테를 응원했는데 카베나기와 오르테가, 디알레산드로(이번 월드컵에는 국가대표 탈락했지만 축구전문사이트 게시판에서는 심심찮게 이름이 나오는 선수다) 등등의 멋진 플레이가 내 기대를 충족시켜줬다.

그런데!
후반 44분, 종료를 1-2분 남겨둔 시점에서 화면 한 구석에 뽀얀 무엇인가가 스쳐지나갔다. '어, 연기같은 것이 보였는데...폭죽인가?'
이렇게 생각한 것도 한 순간, 축구장 잔디밭에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경기가 열린 곳은 힘나시아의 홈구장이었는데, 홈팀이 질 것 같으니까 성난 관중이 화염병 따위를 집어던진 거였다.
워낙에 그런 일이 많아서, 아예 백골단이 경기장 안에 상주하고 있는 모양. (그런데 백골단은 어느 나라나 비슷한 옷을 입는가보지? 석탄빛 방패에 헬멧, 짙은색 청바지...) 백골단이 순식간에 관중석과 그라운드 사이를 막아섰다.

그리고 심판은 곧바로 힘나시아의 몰수패 선언. 폭력을 막기 위한 규정인지, 아르헨에서는 경기장에서 폭력사태가 일어나면 홈팀에 몰수패를 준단다.
모든 것이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서...외국인들이 어째서 우리나라의 관중들 훌륭한 매너에 감동했는지 정말 알만하다. 7백만명이 거리에 뛰쳐나왔는데도 큰 사고 안 나고, '우정의 응원' 같이 해주고, 지고 나서도 화풀이 같은 거 안 하니 정말 '명랑국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728x90

'이런 얘기 저런 얘기 > 공은 둥글대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전의 날이긴 한데...  (0) 2002.09.18
환상특급  (0) 2002.09.16
면역체계가 무너진 축빠  (0) 2002.07.02
추억은 계속됩니다  (0) 2002.06.26
딸기 선정 오늘의 인물들-  (0) 2002.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