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맘대로 세계사

어제의 오늘/ '과학자들을 불러들여라' 아이젠하워의 결정

딸기21 2009. 10. 2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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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문별 노벨상 수상자들이 발표되면서 시선은 온통 미국으로 쏠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논란 많은 평화상 수상은 논외로 치더라도, 올해 7개 부문 수상자 13명 중 무려 11명이 미국 국적을 가진 이들이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미국의 돈과 야심이 노벨상 독식을 가져왔다”는 해석이 나왔고, 유럽은 연구개발(R&D) 예산을 늘려서라도 자기네 지역 출신 수상자들을 늘려보겠다며 벼르고 있다.

1901년 이후 노벨상 수상자 총 816명 중 309명(약 38%)이 미국인이라고 하니 독식이라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 그 ‘독식’ 이면에는 세계적인 두뇌들을 빨아들이고 키워주는 포용정책과 장기적인 안목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스웨덴 한림원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할 때에는 관행적으로 수상자의 국적은 발표하지 않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세계적인 지식인들 중에는 여러 나라의 국적을 가진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근래에는 혈연에 의해서든 환경에 의해서든, 다문화적인 분위기에서 자라나고 여러 지역의 문화들을 흡수한 ‘하이브리드 지성’들이 정치·경제·문화 어느 영역에서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찰스 가오는 중국에서 태어나 영국과 미국 국적을 갖고 있고, 공동수상자인 미국 벨연구소의 윌러드 보일은 캐나다와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화학상 수상자인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은 인도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공부하고 지금은 영국에서 일하고 있다. 미국은 이들을 받아들여 키운 뒤 과학발전의 양분으로 빨아들였다.

두뇌들을 흡수하는 미국의 정책이 본격화된 것은 2차대전 이후다. 그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1959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결단이었다. 

그 해 10월 21일, 아이젠하워는 로켓 개발의 아버지였던 물리학자 베르너 폰 브라운을 비롯한 독일 과학자들을 받아들여 미군 군사연구소들과 항공우주국(NASA)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차 대전 때 독일을 위해 로켓개발을 주도했던 브라운은 패전의 기운이 짙어지자 45년 미국에 투항했다.

적국의 과학자들을 자국 최고의 연구기관들에 임용하는 것을 놓고 미국 내에서도 논란이 벌어졌으나 아이젠하워 정부는 이들을 받아들였다. 이를 계기로 독일과 동유럽 등에서 과학자들의 미국행이 러시를 이뤘다. 브라운은 72년 NASA를 그만둘 때까지 우주개발의 선봉에 섰으며 그가 개발한 대형 로켓 새턴은 69년 아폴로11호에도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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