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이노무 전쟁, 언제나 끝나려나

딸기21 2009. 10. 5. 19:02
728x90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7일로 만 8년을 맞는다. '제2의 베트남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개전 때부터 있었는데, 거의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이대로라면 꼬박 10년 채우고 미국도 소련처럼 피 철철 흘리며 물러가게 생겼다. 미국이나 소련이나 혹은 그보다 한 세기 전의 영국이나, 남의 나라에 총탄 퍼붓는 자들이 피 흘리며 나가는 건 괜찮은데 그 나라 사람들 당하는 것이 문제다.
아무튼 미군은 엄청난 화력을 쏟아부어 아프간 민간인 수만명을 희생시켰지만 ‘승전’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미군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 등 다국적 치안유지군(ISAF) 10만명이 작전을 벌이고 있는데도 알카에다·탈레반 지도부는 건재하다. 전황이 악화되자 병력을 증강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미 정부 내에서 ‘자중지란’까지 일고 있다.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4일 CNN방송에 출연, “아프간전 총사령관이 증파 요구를 밀어붙이려 여론에 기대는 것은 좋지 않다”면서 “백악관이 여러가지 옵션들을 검토하는 데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령관이 할 말이 있으면 “지휘 계통을 밟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존스가 겨냥한 사람은 아프간전 총책임자인 스탠리 매크리스털 사령관이다. 매크리스털은 미군 6만여명과 ISAF 4만명 등 아프간의 10만 주둔군을 지휘하고 있다.

발단은 매크리스털이 올들어 계속된 증파에 더해 또다시 4만명 추가 파병을 요구한 것이었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이라크 철군-아프간전 집중’ 공약을 내세웠던 오바마는 앞서 5월 특수전 전문가 매크리스털에게 아프간전을 맡기면서 병력을 늘려줬다. 사실 오바마는 대선 전 후보였을 때 솔직하게 "아프간에서 못 이긴다, 쓸데없는 소모전 말고 빨리 손을 떼야 한다"고 말했어야 했다. 하지만 선거에 나온 정치인이 저런 솔직한 발언을 할 수는 없었고, 걍 이라크 군대 빼서 아프간전에 몰입하겠다, 이런 공약을 내세울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여튼 매크리스털은 증강된 병력으로 남부 칸다하르·하자르주 등지에서 대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그 결과는 민간인 대량살상으로 인한 외부의 비난과 미군-나토군의 불협화음 등 부작용 뿐이었다. 그러자 백악관에서는 증파를 멈추고 전략을 수정하자는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 등의 제안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매크리스털은 지난달 말 또다시 4만명 증파 요구 보고서를 냈다. 심지어는 이 보고서가 '리크' 즉 누출돼 언론에 먼저 흘러나갔다. 당근 백악관은 '군 측이 흘렸다'는 의심을 하게 됐다.
백악관이 증파 결정을 미루자 매크리스털운 지난주 영국 런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서 연설하면서 “근시안으로 보면 전쟁에 승리할 길이 갈수록 좁아진다”며 비판했다. 그는 “아프간 전략을 무인항공기나 특수부대 위주로 전환하자는 얘기가 있지만 이는 혼돈만 자초할 것”이라며 바이든 등의 주장을 일축했다. 당시 네덜란드 코펜하겐을 방문 중이던 오바마가 매크리스털을 불러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25분간 질타를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이 매크리스털의 런던 발언에 격분해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부사령관, 마이크 멀른 합참의장 등 군 간부들에게 경고를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군 간부들과 공화당·보수파들은 매크리스털 편을 들고 있다. 어찌 보면 '굴러들어온' 오바마의 민주당 정권과, 8년간 전쟁으로 덩치와 말빨을 불린 국방부 그리고 군과의 힘겨루기 같은 느낌도 든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백악관에 ‘빠른 결정’을 촉구한데 이어, 앤서니 지니 전 미군 중부사령관도 4일 CBS방송에 나와 “전략토론도 좋지만 결정을 오래 끌면 안된다”고 말했다. 아프간 전황을 놓고도 매크리스털은 탈레반이 득세하고 있다며 우려한 반면, 존스 보좌관은 “탈레반이 다시 아프간을 장악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하는 등 양쪽의 평가가 엇갈린다.

아프간전에 집중하겠다던 오바마 정부는 갈수록 고조되는 종전 여론 속에 ‘뽑아든 칼’을 다시 넣지도, 자르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백악관과 국방부·군 간의 갈등은 이런 고민을 방증한다. 3일 하루 동안에만 아프간에서 미군 8명, 아프간군 7명이 숨졌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전략 토론이 계속되는 동안 아프간 미군은 탈레반군에 휘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