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딸기의 하루하루

명절

딸기21 2009. 10. 5. 16:23
명절이 너무 짧았다. 

어머님더러 연휴 전에 넉넉잡고 며칠 미리 올라오시거나, 명절 끝나고 며칠 더 계시다 가시거나, 둘 중 하나를 하시라고 했더니 딱 목욜 밤- 정확히 말하면 금욜 새벽 1시 -_-;;에 도착하셔서, 월욜 아침 8시 쯤에 내려가셨다. 남들은 시어머니가 못찾아오게 이름 복잡한 아파트에 산다던데 우리 어머님은 아무리 오시라, 계시라 해도 당신이 답답하고 불편하셔서 통 머물려고 안 하신다. 
솔직히 우리가 좀 염치가 없긴 없다. 어머님이 올라오시면 항상 반찬통 그득하게 밑반찬이니 김치니 해가지고 오시고 서울에 계시는 동안 쉬지않고 일하시는데... 먹을거 갖다주세요, 와서 살림도와주세요, 꼭 이러는 것 같아서 죄송스럽긴 하다.

나는 일욜 출근이라 금, 토 달랑 이틀 놀았고 아지님은 일욜까지 놀았다. 그런데 아이는 초등학교 자율휴업일이라 월욜까지 논다. 암튼 연휴 때 경복궁도 가고 이태원에 밤마실도 가고 뭐 그러긴 했는데, 맏동서네가 외국으로 간 터라 온 식구 탈탈 털어 일곱 명... ㅠ.ㅠ 
나도 늙나보다. 식구가 좀 많았으면(그러는 너는 왜 달랑 하나 낳았니;;), 식구들끼리 모였으면 좀 복작거리며 먹는게 맛이지... 하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우리집이야 제사도 안 지내고(실은 나는 제대로 된 제사라는 걸 태어나서 한번도 본 적이 없다.), 먹을 거는 어머님이 다 하시고 나는 옆에서 잔심부름(아주아주 자잘한 심부름 ^^;;) 하고, 몇년 전부터는 설거지도 아들딸며느리 돌아가며 하는데다 뭐 그게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니고... 
올해는 전도 어머님이 부쳐오셨고, 나는 집주인;;으로서 뒷정리 정도나 하면 되니 편했다. 하도 먹어서 속이 불편한 거 빼고... (근데 식구들이 다들 이박삼일 동안 엄청 먹고서 왜 나의 귀여운 체중계를 탓하는지 ㅋㅋ)

오늘 아침 어머님이 꼭두새벽에 일어나셔서 김밥을 말아 남편 아침으로 먹이시고, 나한테는 도시락으로 이쁘게 싸주셨다. 내가 단무지를 걍 막 집어넣어 가려고 하니까 "그러면 김밥 눅눅해진다"고 잔소리하시면서 랩 꺼내오라고... 그래서 회사에서 자랑 쫌 하고 점심 때 냠냠 먹었다.
그리고 울집 이불빨래 해다주신다는 거 말렸다. 울집 세탁기가 작아서 이부자리 빨래를 못한다. 그래서 겨울 이불 두 채를 어머님이 갖고 내려가셔서 이번에 빨아가지고 올라오셨는데, 이번엔 여름이불 갖고내려가신다고... 사실은 내가 일욜 출근해있는 동안에 이미 어머님이 울집 이부자리 한채 다 빨아놓으셨는데 또 가져가신다고 해서 말렸다. 

울어머님은 뭐든지 너무 많이 잘해주셔서 자식들이 그 고마움을 잘 모른다. 나도 신혼 초엔 잘 몰랐다. 왜 저렇게 과하게 하시나, 명절 음식 누가 저렇게 먹는다고... 근데 결국 수혜자는 자식들이다. 그래도 내가 나름 좀 벌 때에는 돈이라도 딴집 자식들보다 넉넉하게 드리는 편이었는데 이젠 돈도 없어서 드리지도 못하고... 
친정엄마한테야 말할 것도 없고 ㅠ.ㅠ


알라딘 조선인님이 명절날 미운 남편 적어 놓으신 걸 보니 울집은 대략 해당사항 없다.
남편들이 저러지 않으면 모두가 행복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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