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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변화 정상회담이 예상을 뛰어넘는 낙관적인 분위기 속에 끝났다. 미국은 전임 행정부 시절의 완고한 태도를 접고 기후변화 대응체제에 동참할 것임을 분명히 했고, 중국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일본은 어느 나라보다 앞서는 이산화탄소(CO2) 감축계획을 발표해 분위기를 이끌었다. ‘포스트 교토의정서 체제’를 논의할 12월 덴마크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정상회의의 전망도 한결 밝아졌다. 하지만 “진정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이제부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회의에서는 세계 180여개국 대표들이 모여 포스트 교토 체제를 출범시키기 위한 의지를 다졌다. 회의를 제안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코펜하겐 기후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한층 커졌다”며 “정상들은 국익을 넘는 글로벌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치하했다.
가장 눈에 띈 지도자는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었다.
하토야마 총리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25%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기후변화 관련 최고 전문가기구인 유엔 기후변화협상 정부간 위원회(IPCC)는 같은 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25~40% 감축할 것을 제의했었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앞서나간다는 유럽연합(EU)도 지금까지 발표한 방안은 ‘90년 대비 20% 감축’에 그치고 있었다. 따라서 ‘하토야마 이니셔티브’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나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일본은 교토의정서 때부터 기후변화 대응체제를 주도하려는 욕심을 보여왔다. 하토야마는 외교 데뷔 무대인 이 회의에서 선도적인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교토의정서 체제의 걸림돌이었고 포스트 교토 체제의 출범 여부를 시험대에 올린 ‘주범’이었던 미국과 중국도 이번 회의에서는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후 주석은 22일 연설에서 “CO2 배출량을 현저한 폭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미국은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친환경 녹색성장 정책’의 원조 격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코펜하겐 회의를 앞두고 11월에 주요국 정상들끼리 한번 더 모임을 갖자고 제안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코펜하겐 회의 준비에 모든 힘을 쏟고 있다”면서 이번 회의에 참가한 대표들에게 공식 초청 메시지를 전했다.
코펜하겐 회의를 앞두고 주요국들이 협력의지를 다진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뉴욕타임스는 “미국과 중국이 ‘행동’을 다짐했지만 목표치는 밝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번 회의는 구체적인 목표를 발표하는 자리는 아니었지만, 양대 온실가스 배출국에 쏠린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거대 개도국을 대표하는 중국과 인도는 개도국들에 온실가스 배출량 의무감축을 유예해주고 ‘자발적 감축’에 맡겨달라는 입장이다. 후 주석이 CO2 배출량을 ‘현저히 줄이겠다’면서도 목표치를 명시하지 않은 것은 자발적 감축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 1위인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행동 의지’를 강조했지만 동시에 “개도국들도 제 몫을 하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교토의정서의 기준인 ‘90년 대비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한번도 밝힌 적이 없다. 반기문 총장은 “이번 회의에서 확인된 모멘텀(동력)을 코펜하겐까지 이어가자”고 당부했으나, 코펜하겐 이후 교토의정서 체제가 만료되는 2012년까지 세부방안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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