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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버릇 개 못 준' 월가

딸기21 2009. 9. 1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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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15일 미국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진지 어느새 1년이 지났다. 혹독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미국 금융업계는 ‘자성’과 ‘개혁’을 되뇌었지만 1년새 또다시 ‘옛날 버릇’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9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리먼 사태도 바꾸지 못한 월가의 버릇’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첫째, 리스크 높은 사업에 다시 치중하고 있다는 것. 둘째 도덕적 해이의 상징으로 비난받았던 고액 보수를 계속 받아챙기고 있다는 것, 세째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난해한 파생금융상품에 다시 손대고 있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골드먼삭스그룹,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등 미 5대 금융회사들은 올들어 트레이딩 규모를 엄청나게 늘렸다. 정부에 손내밀어 국민 세금을 지원받은 기업들은 그에 상응하는 규제는 피하기 위해 앞다퉈 구제금융 자금을 갚았다. 그리고는 당장 이익이 남는 단기거래에 집중했다. 
올 상반기 5대 그룹의 트래이딩 수익은 233억 달러. 2007년 상반기의 498억 달러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지난해의 손실에서는 상당부분 회복됐다. 하지만 기업들은 이전보다 더 모험적으로 변했다. 주가가 본격 오름세를 타기 시작한 올 2분기(4~6월) 5대 그룹의 최대손실예상금액(VAR)은 일평균 10억달러였다. 이는 지난해 2분기보다 18%, 2007년 상반기에 비해서는 75%나 늘어난 것이다. 그만큼 기업들이 리스크를 꺼리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회사들의 보수도 다시 올라갔다. 올 상반기 5대 그룹이 임직원 보수로 책정해놓은 예산은 610억 달러였다. 리먼 사태 이전인 지난해 상반기 650억 달러 수준으로 거의 되돌아간 것이다. 이들 회사의 직원 수가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1인당 보수는 더 늘어난 셈이다.

시장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어 책임지지 못할 파급효과를 불러오는 것으로 지탄받았던 파생금융상품들은 이름만 바뀐 채 시장에 다시 등장했다.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서로 다른 금융상품 간 수익을 맞바꾸는 파생상품인 토털리턴스와프(TRS·위험회피거래)는 금융위기 뒤 한동안 사라졌다가 근래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 파문으로 도마에 올랐던 부채담보부증권(CDO)을 살짝 바꾼 이른바 ‘미니 CDO’들도 나타났다. 
미국 통화감독청(OCC)집계에 따르면 지난 3월말 현재 미국 내 파생상품의 명목가치는 14조60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말보다는 8% 줄었지만 3년전에 비하면 3배로 늘어난 액수다.

반면 규제는 제자리다. 
AFP통신은 “버락 오바마 정부는 AIG의 보너스 파동 때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를 맹비난했지만 보수 규제 입장에서 슬그머니 후퇴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과 민주당 내 보수파, 금융권은 물론 ‘과거 회귀’를 지적한 월스트리트저널 등 보수 언론들도 오바마 정부의 규제강화 움직임에 대해 “정부가 시장에 손대려 한다”며 반발해왔다. 오바마 정부는 ‘구제금융 차르’, ‘보너스 규제 차르‘ 등 금융시장 관리감독 기구들을 만들고 파생상품을 규제하겠다고 했으나 아직 딱부러진 성과를 못 내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부회장을 지낸 피터 솔로몬은 “은행의 숫자가 줄었을 뿐 운영방식이나 당국의 규제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