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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설리번 쇼’는 1950~60년대 일요일 밤마다 미국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CBS TV의 쇼프로그램이다. 진행자인 설리번은 화려한 말솜씨와 재치로 유명했지만, 그 못잖게 까칠한 태도와 거만함으로도 출연자들 사이에 악명을 떨쳤다.
쇼 자체로도 시청률이 높았고 인기가 많았지만 에드 설리번 쇼가 두고두고 기억되는 것은 1956년 9월 9일 이 쇼를 통해 ‘황제의 등극’을 세상에 알린 한 출연자 덕분이었다. 엘비스 프레슬리. 멤피스의 트럭운전사 출신으로 레코드를 취입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당시 21세의 청년이 이 쇼를 통해 자신의 시대가 왔음을 선언한 것이다.
엘비스가 TV에 출연한 것이 물론 처음은 아니었다. 두달 전인 7월1일 엘비스는 설리번 쇼와 경쟁하던 NBC의 ‘스티브 앨런 쇼’에 먼저 출연했다. 하지만 이 쇼의 진행자인 앨런은 엘비스에게 ‘가족 모두 함께 보는 쇼’의 게스트 역할에 충실할 것을 강요함으로써 스스로 스타의 가치를 망쳐버렸다.
흰 나비넥타이에 검정 연미복 차림으로 출연한 엘비스는 <하운드 도그(Hound Dog)>를 부르기 시작했지만 방송에 나간 시간은 1분도 안 됐다. 엘비스는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고, 앨런은 녹화가 끝나자 “재능도 없고 바보같은 가수”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이튿날 싱글레코드로 녹음된 이 노래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엘비스가 경쟁 쇼에 먼저 나간 것에 화가 난 설리번은 “내 쇼에는 절대로 그 자를 출연시키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주만에 말을 바꿔 엘비스에게 5만 달러를 주고 3회 출연 계약을 맺었다.
9월 9일의 첫 출연 때 엘비스는 특유의 건들거리는 모습으로, 살짝 비틀린 듯한 웃음을 지으며 기타를 메고 <하운드 도그>와 <러브 미 텐더(Love Me Tender)>를 불렀다.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설리번 쇼의 명성에 한창 떠오르던 엘비스의 이름값이 합쳐져, 무려 5500만~6000만명이 이날 브라운관 앞에 모여들었다. 엘비스는 이 쇼를 통해 가수들의 무대가 ‘레코드’에서 ‘TV’로 바뀌었음을 보여줬다.
지금은 우스꽝스런 얘기로 들리지만, 당시 엘비스의 모습은 화면에는 절반밖에 비춰지지 못했다. 방송사측의 엘비스의 ‘허리 윗부분’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말로 루이스 PD는 “엘비스가 춤을 출 때에 여성팬들의 눈길을 끌려고 바지 속에 콜라 병을 넣는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설리번이 엘비스를 내심 견제하려 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설리번은 엘비스를 불러놓고도 프로그램 내내 노골적으로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찌됐든 ‘엘비스의 상반신’은 시청자들을 사로잡았으며 미 방송계의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영웅으로 발돋움했다. 이듬해 1월 설리번은 마지막으로 출연한 엘비스에게 무려 7곡을 부를 시간을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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