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일본의 유권자들

딸기21 2009. 8. 3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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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돌아가는 모양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금이야말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올해 78세의 카즈야 쓰다는 일본 도쿄 외곽에 산다. 의사 출신으로 연금생활자인 그는 30일 총선에서 민주당에 표를 던졌다. 도쿄 시내 한 간호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 투표하러 나온 68세 유권자 나카무라 도시히로도 “이제는 우리도 변화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평생 투표해온 자민당 대신 민주당을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 자민당의 ‘55년 체제’를 뒤엎고 역사적인 정권 교체를 이뤄낸 밑바닥에는 변화에 대한 갈구가 있었다. ‘현상유지’를 택하던 유권자들이 이번 총선에서는 이례적으로 변화에 힘을 보탰다.

외신들은 일본이 이제야 변화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유권자들의 분위기가 이전 선거와 확연히 달랐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은 “경기침체에 대한 불만과 변화 욕구가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향하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두 아들의 손을 잡고 요코하마의 투표소를 찾은 미스 아쓰시(39)는 민주당 후보를 찍었다면서 “우리 아이들세대를 위해 반드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요코하마에 사는 37세 유권자는 “민주당이 집권한다고 대단히 큰 변화가 오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계속 이뤄지면 정당들도 발전하지 않겠느냐”며 장기적 정치발전을 위해 표를 던졌음을 시사했다.
 
사무직 노동자인 가와키타 료지(63)는 “개혁과 변화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민주당은 그럴 의지를 갖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임시직 노동자인 아라이 마리나(28·여)는 “어느 당이 되든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번에는 민주당에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장노동자 가와노 히데키(59)는 “자민당이 계속 집권했지만 상황은 별로 좋아진 게 없다”면서 “이제는 일본도 새로운 문제들에 맞서 새로운 정당을 택해야 할 때”라고 했다.
 
자민당에 실망해 민주당으로 갈아탄 유권자들도 많았다. 주부 사사오 주리(48)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남편도 나도 예전엔 자민당을 지지했지만 이번엔 민주당을 찍었다. 자민당은 늘 달라지겠다고 해놓고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반면 집권 경험이 없는 민주당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자민당에 다시한번 표를 던진 이들도 있었다. 30세의 젊은 나이지만 자민당에 투표했다는 야마다 타쿠는 “민주당은 사람들 귀에 솔깃할 만한 말을 늘어놓지만 집권한 뒤 그 약속을 다 지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시 자민당을 지지한 연금생활자 마치다 토미코(75)는 “민주당의 정책은 훌륭해보이지만 그걸 달성할 능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자민당 지지의 변을 밝혔다. 로이터는 일본 국민들이 전례 없는 정권교체에 대해 기대 못지 않게 두려움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당초 이번 총선은 지난번 총선(2005년)의 67.51%를 웃도는 투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예상과 달리 투표마감 2시간 전인 오후 6시에도 48%대에 그쳤다.

이날 선거는 대체로 순탄하게 진행됐으나, 아이치현 고난시에서는 선거일정 발표를 위탁받은 경비행기 운항회사가 투표 당일 오전 “내일 중의원 선거가 실시된다”고 공중 안내방송을 내보내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고난시 선거관리위는 1시간 반 뒤에야 정정 방송을 내보냈다. 
 
고베시 선관위는 기일전 투표(부재자 투표) 용지를 유권자 두 사람에게 이중 교부한 사실을 29일 발견하고 부랴부랴 취소했다. 태풍 피해를 입은 효고현 사요초의 이재민들은 아침 배식을 받느라 투표 시작 시간을 한 시간 늦췄다. 도쿄도 니지마촌에서는 30일 태풍이 접근해오자 피해를 우려, 투표 종료 시간을 오후 4시로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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