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일본 총선 사흘전

딸기21 2009. 8. 27.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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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이른바 ‘55년 체제’가 끝나고 자민당에서 민주당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면 일본 현대 정치사에 일대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 셈이다. 기대는 어느 때보다도 크다. 일본 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이번 총선이 일본에 가져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총선을 앞두고 실시되고 있는 ‘기일전 투표(부재자 투표)’를 중간집계한 결과 지난번(2005년) 총선의 1.5배인 305만명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오키나와, 나가노 등은 투표율이 지난번의 2배에 이르렀다. 기일전 투표에는 총 1000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후쿠오카가 지역구인 아소 다로 총리도 도쿄 치요다구 투표소에서 25일 미리 투표했다. 

앞서 NHK 여론조사에서는 90% 이상이 “꼭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실제 어느 정도나 투표로 이어질지 몰라도, 일본인들의 고질적인 ‘정치무관심’이 이번 선거에서 바뀌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오카다 가쓰야 민주당 간사장은 “우리는 정책 변화를 넘어서 일본 정치의 다이내미즘(역동성)에 변화를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Japan's main opposition Democratic Party leader Yukio Hatoyama shakes hands with voters during a campaign for the lower house election in Tokyo August 25, 2009.


이번 선거가 가져올 변화에 대한 외부의 관심도 뜨겁다. 하지만 오랜 민주주의 경험을 가진 서방의 시선은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6일 “역사적 정권교체를 앞둔 일본 유권자들은 기대감과 동시에 전례없는 ‘사건’에 대한 긴장감과 두려움을 안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이 가장 눈여겨본 것은 일본 정치와 정책결정과정의 ‘투명성’이 제고될까 하는 점이다. 정당제도가 도입된지 한 세기가 넘었지만 일본은 여전히 주요현안을 ‘막후 협상‘으로 처리하는 데에 익숙하다.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정치를 투명하게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여·야 모두 고령화사회로 인한 부담 등 일본 사회의 중요 이슈들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일본의 정치풍토가 얼마나 바뀔지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정교한 관료체제는 일본이 정치안정을 유지하는 바탕이 됐지만 소수 엘리트들이 정책결정을 독점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 불거져 나온 세습 정치인 논란은 엘리트들의 ‘정치 독점’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민주당도 엘리트층 중심인 것은 마찬가지다.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하토야마 유키오 대표는 전형적인 정치엘리트다. 차세대 주자로 부상한 오카다 간사장 역시 자민당 정권에서 각료를 지냈다. 민주당 지도부가 자민당과 과연 얼마나 다른가에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다. 자민당은 관료제도를 이용해 정치인들을 훈련시키고 다시 정계로 돌려보내는 독특한 인력 양성 구조를 갖고 있다. 정치평론가 이토 아쓰오는 “2차대전과 미군정을 거치면서도 살아남은 것이 일본의 관료체제”라며 “하토야마 시대가 되어도 관료체제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민주당이 집권해도 미-일 관계에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민주당의 외교·안보분야 경험부족에 대해서는 내심 우려하고 있다. 하토야마는 미군 핵항모의 일본 기항과 관련해 최근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논란이 벌어지자 그는 생각을 분명히 밝히기보다는 말실수를 피해 입을 닿는 쪽을 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교체의 의미는 작지 않다. 컬럼비아대 일본전문가 제럴드 커티스 교수는 “일본 유권자들에게 ‘선택’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기만 해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오게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너무 잘나가도 손해? (8.27)

오는 30일 일본 총선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지나치게 선전, 비례대표 후보 등록자가 모자라 의석을 잃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총선(중의원 선거)은 지역구별로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의석 300석)와 전국을 11개 권역으로 나눠 정당투표로 선출하는 비례대표제(180석)의 두 가지 방식으로 치러진다. 소선거구와 비례대표 후보로 동시에 등록할 수 있어, 민주당 소속의 일부 후보들은 이중으로 등록을 해놓았다.

문제는 민주당이 소선거구와 정당투표 모두에서 압승하는 경우. 권역별 비례대표 순위에 든 이중 등록자들이 소선거구에서도 승리하면 비례대표 후보가 모자라 의석을 잃는 기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오사카, 교토 등이 위치한 긴키(近畿) 권역과 후쿠오카, 나가사키 등을 포함하는 규슈(九州) 권역에서 민주당이 이런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규슈 권역의 경우 민주당은 비례대표에서 8~11명이 당선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등록된 비례대표 후보 30명 중 28명이 지역구에도 출마했다. 중복후보 20명 이상이 지역구에서 당선되면 모자라는 후보 수 만큼의 비례대표 의석은 차기 순위의 다른 당에 넘어가게 된다. 득표를 하고도 자민당에 의석을 내주는 얼토당토 않은 일이 발생하는 것이다. 

긴키 권역에서 민주당은 52명의 비례대표 후보를 등록했는데 그중 44명이 중복후보다. 비례대표 15석을 확보하고 지역구에서 45명 이상이 당선되면 의석이 다른 당으로 넘어간다. 실제로 자민당이 압승했던 2005년 선거에서 자민당 비례대표 1석이 사민당 후보에게 넘어간 적이 있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