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이웃동네, 일본

자민당 거물들 줄줄이 낙마

딸기21 2009. 8. 31.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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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꿔’ 열풍 앞에서는 화려한 경력도, 거물의 명성도 소용없었다. 30일 일본 총선에서 자민당 각료 출신 중진 의원들이 줄줄이 낙선했다고 아사히·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총 16선의 가이후 도시키 전 총리는 아이치현의 지역구에서 민주당의 38세 오카모토 미쓰노리 전 의원에 발목을 잡혀 기나긴 정치인생을 접게 됐다. 올해 78세인 가이후는 무려 49년간 의원직을 내놓지 않은 일본 최장수 의원이다. 그는 연령제한에 걸려 비례대표에 중복 출마하지 못했기 때문에 근 반세기에 걸친 의원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도쿄10구에서 출마한 고이케 유리코 전 방위상은 민주당의 에바타 다카코에게 패했다. 그는 5선 의원에 특명담당대신(오키나와·북방담당상), 총리 보좌관을 지내고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에서 환경상을 역임했다. 2005년 총선 때 우정민영화에 반대하는 자민당 ‘퇴출자’들을 떨어뜨리기 위한 ‘자객’으로 출마해 압승했고, 2007년 아베 신조 내각에서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방위상에 임명됐다. 하지만 이런 쟁쟁한 커리어도 이번 선거에서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4년 전 역시 고이즈미의 여성 자객으로 시즈오카에서 당선됐던 가타야마 사쓰키도 낙선했다. ‘미스 도쿄대’ 출신에 최초의 재무성 여성 고위관료였던 가타야마는 이번 선거에서 4년 전 자신이 떨어뜨린 ‘우정 반대파’ 미우치 미노루에 패배, 입장이 역전됐다.
 
나카가와 쇼이치 전 재무금융상도 홋카이도 지역구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는 투표 마감 30분만에 패배를 인정하면서 “지난 26년간, 아버지 대부터 치면 46년간 지켜온 선거구에서 패배해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나카가와는 전 농림상 나카가와 이치로의 장남으로 농림상을 거친 세습 정치인이다. 지난 2월 주요 8개국(G8) 재무장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술에 취한 모습으로 횡설수설해 물의를 빚은 인물이다.
 
지난해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는 일본 영토”라고 주장했던 마치무라 노부타카 전 외상도 홋카이도에서 패배의 쓴맛을 봤다. 마치무라는 8선 의원에 관방상, 외무상, 문부과학상을 지냈으나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낮은 민주당 여성정치인 고바야시 치요미에 의원직을 내줬다. 현직 각료인 노다 세이코 소비자담당상은 기후현에서 출마했다가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대표대행이 내세운 ‘민주당판 자객’에 밀려 낙선했다.

2005년의 자민당 스타들, 이른바 ‘고이즈미 칠드런’이 줄줄이 낙마한 반면 고이즈미 전 총리의 차남 신지로는 가나가와현에서 당선됐다. 그는 이달 중순 신종인플루엔자 A(신종플루)에 걸려 며칠간 유세를 중단했으나 경쟁자였던 민주당 후보도 신종플루에 걸린 덕에 큰 손해를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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