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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국가 미국'의 어두운 단면

딸기21 2009. 8. 12.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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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탄 건물, 피묻은 매트리스, 굴러다니는 구급약, 병원에 실려간 사람들. 마치 폭탄테러공격이라도 받은 듯한 처참한 장면이지만,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분쟁지역이 아니라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교도소에서 재소자들 간 인종 충돌이 벌어져 200여명이 다쳤다. 결국 폭동으로 비화된 이 사건을 계기로 ‘감옥국가 미국’의 열악한 교도소 실태가 다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고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 등이 11일 보도했다.


Prison riot aftermath
Robert Gauthier/Los Angeles Times
Joshua Hall is left in ruins after Saturday's riot at the California Institution for Men at Chino. 


LA 동쪽 치노에 있는 캘리포니아남자교도소에서는 지난 8일 저녁 재소자들의 폭동이 일어나 접견동과 수감동 일부가 불타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당초 싸움은 사소한 다툼에서 시작됐지만 곧 인종 간 충돌로 이어져 순식간에 수백명이 폭력사태에 휘말렸고, 대피하려는 사람들은 높은 담장을 기어오르거나 불길을 피해 지붕으로 올라가다가 부상당했다. 
이 교도소의 재소자들은 백인 그룹 대 비백인(라틴계·흑인·아메리카원주민 등) 그룹으로 나뉘어 평소에도 비누 한 조각 나눠쓰지 않는 등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한 교도관은 “당국은 이런 인종분리를 막으려 애쓰고 있으나 미국 대부분 교도소에서 굳어진 현상”이라고 말했다.

몇몇 건물은 심하게 부서져 재소자 1100명이 다른 시설로 임시 이송됐다. 당국은 재소자들이 감방 주변에 숨겨놓은 사제 무기들을 수색하고 있다. AP통신은 “일부 재소자들은 교도소 벽에 ‘8월8일 폭동기념일’ 낙서를 해놓는 등 언제라도 다시 폭동을 일으킬 기세”라고 전했다. 이 교도소에서는 지난 2006년에도 폭동이 일어났다.
교도소는 1941년 3000명 수용규모로 지어졌지만 현재 두배에 가까운 5900명이 들어가 있다. 건물마다 약 200명씩이 수감돼 있는데 경비는 2명뿐이며 건물 2동을 한 명이 돌아봐야 할 정도로 순찰 인력도 적다. 이곳 수감자의 95%는 가석방 기간 중 요건을 어긴 재수감자들이다. 석달 안에 재석방되거나 다른 교도소로 옮겨질 사람들을 임시수용하는 곳이었던 탓에 경비도 철저하지 못했고, 열악한 시설을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캘리포니아의 33개 교도소는 대부분 설계기준의 2배에 이르는 인원이 수용돼 있어 충돌이 자주 일어난다. 이번 사건 직전에도 연방정부가 주정부에 “현재 15만명에 이르는 재소자 수를 향후 2년 동안 4만명 이상 줄이라”는 권고안을 내놨었다. 뉴욕타임스는 “캘리포니아의 엄격한 형법과 형벌주의 때문에 재소자가 양산되는데 교정 역량은 거기 못 미친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범죄자를 무조건 잡아가두는 대신 범죄율을 낮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캘리포니아 뿐 아니라 미국 전체 감옥들이 재소자들로 포화상태다. 지난해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 재소자 수는 231만9000명으로 세계 1위였다. 인구 10만명당 재소자 수는 773명으로, 미국이 인권탄압국가라 비난하는 중국·러시아·이란보다도 수감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