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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크 분리주의 무장단체 ETA(바스크 조국과 자유)가 창설 50주년을 전후해 연일 테러공격을 감행하면서 스페인이 테러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당국은 휴가철을 맞아 추가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 경계태세를 최고 단계로 올렸다.
REUTERS/Dani Cardona
(AFP/Cesar Manso)
BBC방송은 29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스페인에서 ETA의 차량폭탄테러가 일어나 수십명이 숨지거나 다쳤다고 보도했다. 30일 유명 관광지인 마요르카섬 팔마노바에 있는 민정경찰대 병영 외곽에서 차량 폭탄이 터져 민병대원 2명이 숨졌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관광객들이 몰려든 마요르카 섬은 혼란에 빠졌다.
팔마노바는 스페인 왕실의 여름 별장과 가까이 있다. ETA는 1995년과 2004년 두 차례에 걸쳐 마요르카에 휴가를 보내러 온 후안 카를로스 국왕을 살해하려 한 전례가 있다. 국왕은 이번 주말 마요르카 별장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전날에는 북부 부르고스에서 경찰대 건물을 노린 차량폭탄 테러가 일어나 64명이 다쳤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는 31일 “ETA가 비열한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했으며, 각료들도 잇달아 ETA를 규탄했다. 펠리페 왕세자 부부는 마요르카 팔마 성당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미사에 참석해 애도했다. 내무부는 ETA 테러용의자 6명의 사진을 배포해 공개수배했으며, 테러 경계태세를 최고 단계로 올리고 보안병력을 곳곳에 배치했다.
ETA는 지난 6월말에도 차량폭탄으로 경찰관 한 명을 살해했다. 올들어 이들이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테러는 8차례나 일어났다. 마요르카처럼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에서 저강도 테러를 벌이는 것은 ETA의 전형적인 수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격 강도가 유독 높았다.
당국은 ETA가 창설 50주년인 30일을 전후해 공격을 가해올 것으로 보고 국경 너머 프랑스 경찰과 협력해 검거작전을 벌이던 차였다. 지도부가 잇달아 체포된 뒤 ETA는 와해 직전까지 몰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BBC는 위기감을 느낀 ETA 잔존 세력들이 ‘여전히 공격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이번 일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바스크는 스페인과 프랑스 사이 피레네 산맥 서부에 있는 지방으로, 바스크인 300만명이 살고 있다. 1959년 창설된 ETA는 스페인 정부에 맞서 오랫동안 분리독립 투쟁을 벌여왔다. 바스크인들은 79년 자치권을 인정받았으나 ETA는 테러공격을 계속해 지금까지 800여명을 희생시켰다.
ETA는 스페인 정부와 2006년 영구 휴전을 했지만 이듬해 협정을 깨뜨렸다. 이 때문에 몇년 새 스페인 국민들 사이에서 바스크에 대한 동정여론이 약화됐고, 근래에는 바스크 내에서조차 ETA 지지가 많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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