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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고급호텔에서 17일 연쇄 폭탄테러가 일어나 9명이 숨지고 한국인 1명 등 50여명이 다쳤다. 외국인들을 노린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자카르타포스트 등은 이날 오전(현지시간) 도심 상업지구에 위치한 JS매리엇 호텔과 리츠칼튼 호텔에서 몇 분 간격으로 연쇄 테러가 일어나 외국인 18명을 포함, 6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목격자들은 먼저 JS매리엇 호텔 라운지에서 폭발이 일어난 뒤 가까이 있는 리츠칼튼 호텔의 식당에서 또 한 차례 폭발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테러범들은 두 호텔에 체크인, 투숙객으로 가장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은 긴급안보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테러범들은 반드시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말했다고 자카르타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미국 등 각국은 즉시 테러범들을 비난했다.
Smoke billows from J.W. Marriott hotel after an explosion went off in Jakarta, July 17, 2009. / AP
A view of the damage to a restaurant in the Ritz-Carlton hotel after an explosion in Jakarta /로이터
지난해 인도 뭄바이 테러와 파키스탄 테러에 이어, 이번에도 외국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고급 호텔이 공격 대상이 됐다. 테러 뒤 두 호텔은 건물 전면 유리창이 모두 박살나 비틀린 철골들만 남았으며 거리에는 처참히 훼손된 시신이 나뒹구는 등 아수라장으로 변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이날 테러로 JS매리엇 호텔에 묵고 있던 세계 2위 시멘트 제조업체 홀심의 인도네시아 법인 티머시 매케이 회장 등이 숨졌다.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던 한국모델협회 도신우 회장도 경상을 입었다. JS매리엇 호텔은 2003년 8월에도 차량 폭탄 공격을 받아 12명이 숨진 바 있다. 리츠칼튼에서는 18일과 19일 영국 축구팀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선수들이 머물 예정이었다.
이번 공격은 보안이 느슨한 ‘소프트 타깃(연성 공격목표)’을 노린 전형적인 알카에다식 동시다발 테러다. JS매리엇 호텔은 2003년에 이어 두번째로 테러공격을 받았다.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를 제마아 이슬라미아(이슬람 공동체·JI)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JI는 인도네시아에 근거지를 둔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으로, 1950~60년대 활동했던 ‘다룰 이슬람(이슬람의 집)’이라는 조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남부를 하나로 묶어 이슬람 신정국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과거 수카르노·수하르토 집권 시절만 해도 인도네시아에서는 정부의 억압 때문에 이슬람 세력이 활개를 치지 못했지만 98년 수하르토가 축출되자 극단주의자들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99년 이래 JI와 그 연계세력에 의해 일어난 테러공격이 50차례가 넘는다. 2002년 호주인 88명 등 202명의 목숨을 앗아간 발리 나이트클럽 테러와 6년전 JS매리엇 호텔 테러도 모두 이들 소행이었다. JI는 당국이 지난해 11월 조직원 3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하자 이에 대한 보복을 선언한 상태였다. 게다가 2002~2005년 검거됐던 이 단체 조직원 100여명이 최근 잇달아 형기를 마치고 석방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었다. 당국은 JI의 폭탄제조책인 말레이 국적의 테러범 누루딘 무하마드 토프(오른쪽 사진)가 이번 공격에도 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토프는 발리·자카르타 테러에도 깊숙이 관여, 여러 나라에서 수배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대선 며칠 만에 테러조직이 공격을 가해온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친미 온건파인 유도요노는 지난 8일 실시된 대선에서 승리한 것으로 확실시되며, 2기 집권을 앞두고 있다. 그는 첫 임기 동안 미국의 대테러전에 협력했고, 발리 테러 뒤에는 호주 정부와 함께 테러범 소탕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슬람 세력의 눈치를 보느라 극단주의에 강력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다. JI 지도자 아부 바카르 바시르를 2005년 투옥했다가 이듬해 석방한 것이 단적인 예다.
인도네시아는 수만 개의 섬으로 국토가 나뉘어져 있어 치안 유지가 어려운데다, 아체·발리·파푸아 등 중앙정부에 소속감을 못 느끼는 지역들이 많다. 자와 섬이 국가의 부를 거의 독점해 지역간 빈부·개발 격차도 매우 크다. 이 때문에 반정부 정서와 결합된 종교적 극단주의가 기승하기 쉬운 환경이다. 자카르타의 정치분석가 케빈 오루르케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정부가 몇년에 걸쳐 힘들게 추진해온 치안정책이 이번 테러로 일거에 무너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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