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한국 사회, 안과 밖

명박산성

딸기21 2009. 6. 2.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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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산성이라는 해괴한 짓을 넘어서서 서울 광장을 막아놓고 저런다.
전직 대통령이 죽었는데, 분향소를 광장 대신 구석배기에 만들라 하면 죽은 사실이 가려지나.
장례식 끝났다고 버스로 가리면 대통령 돌아가신 일이 그냥 그렇게 잊혀지나.

안 되는 짓을 자꾸만 하는 걸 보니 분노도 분노이지만 한심하고 답답하다.
노제 끝나고 또다시 전경버스를 동원해 틀어막았는데, 저렇게 자꾸 막아놓으면
늘 열려있던 곳이 닫혀있으니 그걸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봉쇄를 '풀어준다'는 행위 자체가 엄청난 의미를 갖게 된다.
이미 서울광장은 봉쇄와 탈환(개방)의 싸움장이 되었다. '광장 싸움'이 노무현 서거의
또다른 동반이슈가 되어버린 셈이다.

저노무 정권, 경찰, 서울시는 어케 감당하려고 저 짓을 하나 싶다. 계속되는 악순환일텐데.

당장 노제 끝나고 막았으니 6월10일까지는 막아야 할 것이고,
그럼 또 7월10일 무렵이 노전대통령 49재라니 저들 썩은 대가리로 보면
그때까지는 막아야 할 것이고...

날마다 한번은 저 언저리를 산보하는데, 일단 막은 이상에야, 열기만 하면
그들이 두려워하는'사람들(엄마, 아빠, 얼라들, 여고생, 아저씨, 할아버지, 기타등등 모든 사람들!)'이
그리로 들어갈 것이다. 원래가 이 곳은 드나듦의 개념조차 없는 공간이었는데
저들이 그 곳을 봉쇄와 개방의 대상으로 만들었으니 개방되면 '들어가는' 수밖에.

애당초 '광장을 봉쇄한다'는 발상은 모순 그 자체인데 모순에 모순을 고집하니...


영결식 전날 이미 노대통령 서거 전부터 약속이 되어 있었던 친구와 만나 저녁을 먹었다.
우리나라에서 3대 법무법인 중 한 곳에 다니는 하루살이...
우리 회사는 정동길에 있다. 정동극장 위층 레스토랑에서 맛난 스테이크 얻어먹고
돌담길 걸어내려가 대한문 지나 코리아나 호텔 쪽으로 해서 쭉 돌아오자꾸나, 하고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정동길 밖에서 촛불 들고 나가면 놈들이 잡아."
내가 일러줬더니, 요즘 바쁘다고 세상과 담 쌓고 살았던 하루살이 왈
"촛불 들고 다니는 걸 무슨 법적 근거로 잡아?" 한다. 내 마뤼...
"시청앞 광장을 전경버스로 몽땅 막았어." 했더니 그것도 모르고 지냈단다.

그리고 대한문 앞을 지나 촛불 하나씩 들고 광화문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참 가관이다. 조선일보 앞에 분향객들 줄 못 서게 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정말로 조선일보 앞이어서인지, 아니면 거기가 쥐박이 정권이 서울광장 못잖게 무서워하는
광화문 네거리로 이어진 길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분향객들 줄을 비비 꼬아 뒤로 돌려서,
지하도 지나 큰길 건너 시청 옆으로 빠지게 해놨다.
분향객들 지하도로 밀어넣었다는 얘기는 신문에서 봤지만
기형적으로 휜 줄을 보니 기도 안 차더구만.

거길 지나 둘이서 광화문 쪽으로 가다가 정말로 전경한테 '걸렸다'.

아놔, 내가 이 나이에 전경과 싸우리? 

싸웠다. 하루살이가 "법적 근거를 대라"로 시작해서 책임자 나오라 그래,
중대장 불러와, 니 신분증 내놔 봐라...
이렇게 우리는 '선량한 시민이 길거리에서 양초를 들고 다녀도 되는가 안 되는가'를 놓고
전경들에 둘러싸여 쌈 같지도 않은 쌈을 했다.
시민들이 달려오자 전경 아해들은 우리의 촛불을 불어 끄는 만행을...
아해들 왈, 과격시민하고 선량한 시민을 겉으로는 구분할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허허...

이노무 세상 꼬라지하고는.


서울광장 언제 열지 놓고 저 정부도 머리 깨나 아프게 생겼다.
그러게 왜 막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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