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 평등 수준... 이번에도 어김없이, ‘세계 바닥권’으로 조사됐네요.
스위스 소재 세계경제포럼(WEF·보통 ‘다보스 포럼’으로 알려져 있지요)이 27일 발표한 ‘2009 글로벌 성(性)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성 평등 순위는 전체 134개국 가운데 115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습니다.
순위의 기준은 ‘성 격차 지수(GGI)’라는 건데요. 한국은 작년에 0.615점을 받아 130개국 중 108위였습니다. 이번에도 똑같은 점수를 받았는데, 다른 나라들이 개선됐기 때문에 전혀 개선되지 않은 한국의 순위가 더 떨어졌습니다. GGI는 교육, 보건, 고용, 정치 등 4개 부문에서 남녀 간의 불평등 정도를 계량화한 것으로 완전히 평등할 경우를 1, 완전히 불평등한 경우를 0점으로 표시합니다.
한국은 경제 참여·기회 부문에서 GGI 0.520로 113위, 교육 획득 부문에서는 0.894로 109위, 건강·생존 부문에서 0.973으로 80위, 0.071로 정치 권한 부문에서 104위를 차지했습니다. 네 부문에 각기 세부항목들이 있는데 ‘건강한 기대수명’ 항목에서는 사실 3년 연속 1위일 정도로 순위가 높았습니다. 여성 정부수반 재직 기간은 30위(한명숙 전 총리 혼자의 힘;;)로 비교적 높았지만 남녀 임금평등 분야에서는 109위, 출산 성비에서는 116위, 여성의 정부 각료직 진출에서는 124위에 그쳤습니다.
그럼 1등은 어느 나라일까요?
지난해 경제위기 때 금융 산업이 흔들려서 체면을 구기긴 했지만 유엔 ‘살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노르웨이와 1, 2위를 다투는 아이슬란드랍니다. GGI 수치는 0.828이네요. 그리고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뒤를 이었습니다.
잘사는 북유럽 나라들만 평등한 것 아니냐고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레소토가 6등과 10등을 했습니다. 레소토는 남아공에서 1970년대에 독립한 작은 나라인데요, 남아공 가운데에 콩처럼 콕 박혀있는 소국입니다. 필리핀도 10등 안에 들었고요.
한국보다도 못한 나라들은 어느 나라냐고요?
예멘, 카타르, 이집트, 말리, 이란,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베냉, 파키스탄, 차드... 등이랍니다. 한국이 이런 나라들과 다른 분야에서 어깨를 맞대고 있다면 자존심상한다고 난리들을 칠 텐에 말입니다 ^^;;
그동안 이슬람권 여성 인권실태를 엄청 비난해왔는데 갑자기 심히 부끄러워지는군요. 이러다가 사우디 여성들에게서 ‘너네나 잘 해라’ 하는 소리를 듣는 거 아닐까 싶네요.
한국보다 못 산다는 아시아의 태국은 59위, 중국은 60위. 선진국 중에서는 일본이 75위로 ‘압도적으로 낮은’ 순위를 보였군요. -_- 싱가포르는 85위, 인도는 114위입니다. 카스트 제도 등으로 꽁꽁 묶여있는 인도가 한국보다 성 평등에서 앞서다니...
이번엔 또다른 통계를 살펴보죠.
의회 내 여성 의원 비율을 조사한 겁니다. 1등은 어디일까요?
극심한 내전과 ‘인종청소’라는 이름의 학살을 겪은 아프리카의 르완다입니다.
Rwanda's parliament is the world's first where women hold a majority -- 56 percent, including the speaker's chair. (By Stephanie Mccrummen -- The Washington Post)
사정이 좀 있습니다. 내전 뒤에 국제기구들과 서방의 지원 속에 르완다는 새 헌법을 만들면서, 어느 나라보다 모범이 되는 ‘좋은 헌법’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법에 따라 여성의 정치진출을 적극 권장하고 평등을 기치로 내세웠습니다. 그 결과, 세계에서 유일하게 의회(하원) 의석의 절반 이상을 여성이 차지한 나라가 탄생했습니다.
우리보다 후진국이라고 은근 무시해왔던 나라들, 예를 들면 쿠바, 앙골라, 모잠비크, 네팔, 에콰도르, 벨라루스 같은 나라들이 20위 안에 들어있네요.
한국은 몇 위냐고요?
위에는 지부티(소말리아 끝부분에 있는, 독립한 지 얼마 안 된 나라입니다)가 있고 아래에는 스와질란드가 있네요. 스와질란드는 국왕이 해마다 새 부인들을 우르르 맞는 것으로 유명한 아프리카 남부의 왕국입니다.
한국사회가 평등국가로 다시 태어나려면 얼마나 더 있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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