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한국 사회, 안과 밖

▶◀ 죽음을 가릴 수 있습니까.

딸기21 2009. 5. 2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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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도 일해야 하는 회사에 다니다 보니, 오늘 같은 날도 심란한 마음을 안고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점심은 분식으로 간단히 때우고, 후배와 함께 덕수궁 대한문 앞에 다녀왔습니다.

전직 대통령이 서거했는데 분향소도 못 만들게 하려고,
추모하려는 사람들 모이는 것을 어떻게든 막고 가려보려고 전경차로 울타리를 쳐놓는 이 정권.
"초상집에 와서 이게 무슨 도리냐"고 어린 전경들 상대로 울분을 토하는 할아버지도 계시더군요. 





명색이 전직 대통령인데, 서울 바닥에 그의 분향소는 '전경버스들'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상록수>, 그리고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을 들으며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나왔습니다.
평소 자애롭지 못하고 냉정한 저이지만, 울지 않으려 해도 울지 않을 도리가 없었습니다.





노 전대통령 웃는 얼굴 사진이 왜 그리 눈물을 자아내던지.
이 사진에는 안 보입니다만, 퇴임 뒤 모자 쓰고 소탈하게 찍은 사진이 있어요.
'저런 촌로 같은 사람이 절벽에서 뛰어내렸다'는 사실 만으로도 슬퍼지게 만드는. 




전경차가 가로막아, 거기에다가 플래카드 붙이고 국화꽃 붙이고...
이런다고 추모 행렬을, 추모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슬픔을, 분노를,
가릴 수 있다고, 가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놈들. 





줄이 길어서, 저는 정작 분향은 못 했습니다.
옆에 서 있다가 왔는데, 오늘 저녁 아이 데리고 다시 나가서 국화꽃이라도 놓고 올 생각입니다. 



"그동안 힘들었다, 원망하지 마라." 


하지만 가신 분 원망에, 이 정권에 대한 분노에...
마음을 도저히 잡을 수 없는 하루입니다. 당분간 이런 슬픔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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