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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평안해야 국민이 오래산다- WHO 보고서

딸기21 2009. 5. 22.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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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태어나는 일본의 여자아이들은 평균적으로 2095년까지 살 수 있다. 운이 좋으면 22세기를 볼 확률도 높다. 하지만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태어난 남자아이들의 경우, 네 명 중 한 명은 다섯 살까지도 살아남기 힘들다. 어린 시절을 넘긴다 해도 마흔살 넘어까지 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1일 유엔 밀레니엄개발목표(MDG)의 보건 분야 목표달성을 점검하고 세계 각국 보건현황을 담은 연례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1990년에서 2007년 사이 각국의 평균기대수명과 영아 사망률 등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준다. 지금 태어난 아이가 앞으로 몇 살까지 살 수 있을지를 예측한 수치인 평균기대수명은 한 사회의 보건·의료 수준을 가늠케 하는 잣대다. 이번 보고서는 특히 정치불안과 내전 등이 사람의 수명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드러내주고 있다.




90년대 최악의 내전을 겪은 시에라리온의 남성 평균기대수명은 39세, 여성은 43세다. 그나마 90년 38세에서 늘어난 것이다. 
반면 함께 내전을 겪은 이웃나라 라이베리아는 31세에서 56세로 뛰어올랐다. 라이베리아는 2005년 민주선거로 인권·민주화운동의 대모 엘런 존슨-설리프 대통령이 집권한 뒤 정국이 안정돼 한창 개발에 나서고 있다.

동아프리카 소국 에리트레아 국민들은 기대수명이 27년이나 늘었다. 이 나라는 에티오피아와 분리독립전쟁을 벌이던 90년 기대수명이 36세였다. 아직 새 국가 체제가 완전히 정비되지는 않았지만, 93년 독립과 함께 전쟁이 끝나면서 기대수명이 63세로 올라갔다.
인도네시아에 점령됐던 동티모르도 90년 51세에서 2007년 61세로 기대수명이 늘었다. 이 나라는 2002년 독립 후 자원을 개발하며 빈곤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독립이 사람들의 수명을 10년이나 끌어올린 셈이다. 앙골라, 몰디브, 방글라데시 등도 국민 건강이 크게 좋아진 나라들로 꼽혔다.

반대로 레소토, 보츠와나, 스와질란드 등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에이즈 재앙으로 기대수명이 10년 이상 줄었다. 가장 극적인 하락을 보여준 것은 짐바브웨다. 로버트 무가베 정권의 독재와 정정 불안, 경제 위기, 의료 종사자들의 국외 대탈출로 이 나라 의료 체계는 완전히 무너졌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콜레라가 기승을 부려 수천명이 숨지기도 했다. 짐바브웨인들의 기대수명은 90년 이후 15년이나 줄었다.

아프가니스탄의 평균기대수명은 옛 소련이 물러난 90년이나, 탈레반 통치와 전쟁을 겪은 2007년이나 똑같이 42세다. 아시아에서는 드물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최빈국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라크도 전쟁을 거치면서 66세에서 63세로 낮아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 시절 선진국 수준의 보건·의료를 자랑했으나, 사회주의가 무너진 뒤 보건 인프라가 망가지고 실업률이 높아져 국민 건강이 나빠졌다.

정정 불안과 보건체제 붕괴로 가장 위협을 받는 것은 어린이들이다. 5세 이전 숨지는 세계 어린이 숫자는 90년 1250만명에서 2007년 900만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5세 이하 어린이 1억1200만명이 저체중과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WHO는 “미주지역의 기대수명이 76세인 반면 아프리카는 52세에 불과하다”며 “특히 영아 사망률이 사람들의 기대수명을 낮추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