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미국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 첫 선출
ㆍ中도 재선… ‘탄압국이 선도국에’ 모순
12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인권이사회 표결에서 미국이 처음으로 이사국에 선출됐다. 미국은 47개 이사국 중 18개국을 새로 정하는 이 표결에서 ‘서유럽-기타 그룹’의 후보로 나와 유효표의 90%인 167표를 얻었다.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높은 지지를 얻은 것이 기쁘다”면서 앞으로 인권이사회를 더욱 강하고 효율적인 기구로 만드는데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유엔은 2006년3월 산하 인권위원회를 격상시켜 인권이사회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미국 조지 W 부시 정부는 기구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고, 이스라엘과 함께 번번이 인권이사회 활동에 딴지를 걸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정부는 태도를 바꿔 지난 3월 이사국 출마 계획을 발표했다.
압도적인 득표는 지역그룹 내 빈 자릿수가 후보국 수와 같아 ‘무경쟁’ 투표로 이뤄진 덕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오바마 정부의 인권외교 정책이 국제사회의 승인을 얻었음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들은 미국의 동참으로 인권이사회가 실질적인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며 반겼다. 하지만 일각에선 워싱턴의 입김에 국제 인권정책이 흔들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라이스 미 대사는 표결 뒤 미국이 90%의 지지를 받은 것을 강조하면서 “인권과 민주주의 같은 중요한 문제에서 미국이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길 세계가 바라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기구가 능력발휘를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며 미국의 힘으로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미국의 지도력으로 이사회 권한을 늘리고 글로벌 인권이슈를 주도해가겠다는 말로 들린다. 라이스 대사는 전임행정부 시절 바닥으로 추락한 미국의 인권 이미지를 의식한 듯 “그렇다고 우리가 완벽하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미국인들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지해왔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의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브렛 셰퍼는 “오바마 정부는 이사회를 개혁하기 위해 이사국으로 들어간 것”이라며 “유럽은 미국의 적극적인 인권외교 정책을 반가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독일 언론 도이체벨레는 인권이사회 유럽집행위원회 토마스 하마르베르크 담당관의 말을 인용, “미국의 정책중엔 반인권적인 것들도 있다”며 ‘미국의 위선’을 지적했다.
이번 표결에서는 실제로 미국 뿐 아니라 인권문제로 손가락질 받아온 나라들이 대거 이사국이 됐다. 인권이사회는 유엔 회원국 비율에 따라 5개 지역그룹별로 이사국을 배분한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그룹은 각각 13석, 라틴아메리카는 8석, 서유럽·기타 7석, 동유럽 6석 등이다.
그러다보니 인권에 문제 있는 나라들이 인권 선도국이 되는 구조적 모순이 생긴다. 이사회는 산하에 사법행정·노예문제·원주민문제·초국적기업 문제 등 8개 분야의 워킹그룹을 둬 세계 인권향상을 추구하며, 북한 인권문제 등의 이슈에 대해서는 별도로 특별보고관을 임명해 실태를 감시하고 있다.
이번 표결에서는 세계에서 사형집행을 가장 많이 하고 언론 자유도도 낮은 중국이 재선됐다. 최근 민병대 소요를 유혈진압한 방글라데시, 여성에 대한 인권탄압으로 유명한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인사들과 비판적 언론을 탄압하는 쿠바·러시아도 이사국이 됐다. 기독교도들과 무슬림 사이 학살이 빈발하는 나이지리아는 의장국을 맡고 있다.
체코대통령을 지낸 바츨라프 하벨은 표결 전날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독재자들을 위한 자리”라며 이사국 투표를 맹비난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스티브 크로쇼 국장은 AFP 인터뷰에서 “인권이사회는 유엔 회원국들의 인권기준을 높이는데 실질적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인권탄압으로 비판받는 나라들이 제대로 된 경쟁 없이 이사국이 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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