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왼쪽),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오른쪽)과 6일 워싱턴에서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미군이 이란과 가까운 아프간 서부 파라주(州) 빌라 발둑 지역의 시완이라는 마을을 지난 4일 공격하면서 민간인 주거지역을 폭격, 130여명이 희생됐다고 뉴욕타임스 등이 6일 보도했다.
로훌 아민 파라 주지사는 이날 아프간 의회에 나와 “민간인들이 130명 넘게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AFP통신 등도 “100명 넘는 주민들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는 2001년10월 개전 이래 단일 공격으로는 가장 큰 민간인 희생이다.
주민들은 뉴욕타임스 등에 “오후 5시부터 밤늦게까지 폭격이 계속됐다”며 “트랙터 3대로 시신들을 실어 날랐지만 아직도 무너진 집더미에 깔린 시신이 많다”고 말했다. 사예드 아잠이라는 주민은 일가친척 50여명을 잃었다. 미군은 “반군 25명 이상을 사살했다”고 주장했으나, 숨진 사람들 중 무장반군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다국적치안유지군(ISAF)을 이끄는 데이비드 매키어넌 미군사령관은 “누군가 오폭을 유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군에 따르면 탈레반이 최근 현지 민간인 3명을 참수했고, 지역 관리들이 “탈레반을 몰아내 달라”며 공격을 부탁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위가 어찌 됐든 미국은 당혹스럽게 됐다. 6일 백악관에서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과 만난 오바마 대통령은 극단세력을 척결하는 데 공동대처하기로 하고 양국에 지원책을 내놓으며 모처럼 ‘공감대’를 확인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뒤 아프간 민간인 희생에 대해 직접 유감을 표명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유감의 뜻을 밝히고 “아프간 정부와 공동 조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미군이 현지 주민들의 협조 없이는 반군과 전투를 치르기 힘든데 아프간 주민들의 인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군은 매복공격이나 도로매설폭탄 공격 같은 위험을 피하기 위해 야간 공습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정보에 어둡다 보니 오폭이 많고, 탈레반의 유도 작전에 말려들기 십상이다. 아프간 민간인 희생은 탈레반군의 반격이 시작된 2006년부터 계속 늘어 지난해에는 4000명에 이르렀다. 2300여명이 저항세력에 의해, 1600여명이 미군과 다국적군의 공격에 의해 사망했다. 이 중 680명 이상이 오폭으로 목숨을 잃었다.
오바마 정부는 아프간에 병력 2만명을 증파, 주둔군 규모를 6만명대로 늘리려 하고 있다. 그러나 공습 위주에서 탈레반과의 지상전으로 전략을 바꾸려면 이라크 ‘서지’ 작전 때처럼 10만명 이상의 병력은 있어야 한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6일 카불에 도착해 아프간 측에 전쟁 협력을 구하고 있으나, 승전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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