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신발을 던져라!

딸기21 2009. 2. 6.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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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총리가 영국에서 신발 공격을 받은 데 이어 스웨덴에서도 이스라엘 대사를 겨냥한 ‘신발투척’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지난해 말 이라크 기자가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날린 뒤로, ‘신발 공격’은 세계 곳곳에서 새로운 시위 형태로 번지고 있습니다. 모욕적이지만 폭력성은 덜하다는 장점(?) 때문에 신발던지기는 세계 곳곳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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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하레츠지는 주 스웨덴 이스라엘 대사 베니 다간이 스톡홀름 대학에서 5일 연설을 하던 도중 반이스라엘 시위대 2명이 책과 신발을 던지며 가자 공격에 항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치피 리브니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돌발적인 공격에 유감을 표했습니다.
앞서 2일 영국을 방문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연설하다가 신발 봉변을 당했었지요. 이스라엘은 스톡홀름 사건이 스웨덴과의 외교 마찰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 모습이지만, 중국의 반응은 달랐었습니다. 중국 언론들은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 ‘이례적으로’ 원 총리가 수난을 당했다고 보도했고, 중국은 영국 정부에 ‘강력한 불만의 뜻’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부랴부랴 원 총리 앞으로 ‘깊은 유감의 뜻’을 담은 서한을 보내 진화에 나섰다고 차이나데일리가 보도했습니다.

터키 동부 반(Van) 시에서는 교육정책에 불만을 품은 시위대가 후세인 젤릭 교육장관에게 신발을 던졌고, 우크라이나에서는 의원들이 신발세례를 받았습니다.
앞서 부시 신발 투척 사건 직후에는 반전단체 ‘코드 핑크’가 백악관 앞에 천으로 만든 대형 구두 모형을 장식하는 등 전세계적인 신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이스라엘이 지난해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침공한 뒤에는 아랍권은 물론 필리핀, 인도, 대만, 파키스탄, 레바논, 호주 등 곳곳에서 신발을 이용한 반이스라엘 시위가 열렸습니다. 필리핀에서는 ‘시오니스트 살인자’들을 비난하는 문구가 새겨진 대형 신발이 등장했고, 시위대는 성조기와 이스라엘 국기를 불태우는 대신 신발로 내려쳤습니다.

브라질에서는 시위대가 부시와 에후드 이스라엘 총리의 사진을 신발로 치는 모습이 외신사진들로 전송됐습니다.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이스라엘 대사관에는 시위대가 ‘인종말살(genocide)’이라는 문구가 쓰인 신발들을 집어던졌습니다. 영국 런던에서는 지난달 수천명의 시위대가 다우닝가의 총리관저를 지나 트라팔가 광장까지 행진한 뒤 일제히 가자 침공에 항의해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연출했습니다. 신발은 어느새 반미·반이스라엘 시위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모양입니다.

영국 더타임스의 컬럼니스트 벤 매킨타이어는 5일자 컬럼에서 “신발 시위(Bootslapping)라는 말이 곧 영어 사전에 등록될지도 모르겠다”면서 신발던지기가 ‘글로벌 현상’이 됐다고 꼬집었습니다. 농담을 좋아하는 브라질의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하면서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기자들에게는 내가 신발을 던지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고 합니다.
이라크에서는 며칠전 신발 동상까지 설치됐다가 하루만에 철거되는 해프닝이 일어났습니다. 필리핀 대통령궁은 지레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에게 신발을 던진다면 용납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언론의 빈축을 샀다는군요. 미국 애플사는 마샤블이라는 이동통신 컨텐츠회사가 만든 신발투척게임 ‘마이슈(MyShoe)’를 아이폰(iPhone)에 탑재하기를 거부해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이라크에서 신발 투척 사건이 일어났을 때 서방 언론들은 “이슬람권에서는 신발을 던지는 것이 대단한 모욕의 뜻”이라고 풀이했습니다. 그런데 이슬람권을 넘어 세계로 비슷한 시위가 퍼진 이유는 뭘까요.

가장 큰 이유는, 신발이 '위험하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아무리 보안요원을 많이 배치한들 기자회견장이나 연설장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신발던지기는 당하는 쪽에 매우 모욕적인 느낌을 주지만 폭력의 강도 면에서는 위험성이 낮은 거지요. 더타임스는 “특히 유럽 등 서방국들은 신발을 던지는 정도는 심각한 공격으로 보지 않는다”며 “게다가 신발 던지기는 약간의 유머감각까지 겸비한 시위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신발을 던진 시위자에 대한 처벌은 장소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라크 기자 문타다르 알 자이디는 2달 째 바그다드의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자이디 석방운동에 곳곳에서 벌어졌지만, 이라크 법원은 그에게 최대 징역 15년의 중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자이디는 최근 “스위스로 망명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반면 영국에서 원 총리에게 신발을 던진 27세 청년은 사건 이튿날 공공질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가벼운 처벌을 받는데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신발던지기는 예방하기도, 엄벌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앞으로도 유효한 시위 수단으로 계속 번질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