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오바마 정부, "이스라엘 편들기 이제 그만!"

딸기21 2009. 1. 30. 23:46
728x90
미국이 이스라엘에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측근 실세인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대사를 통해 “전범재판에 회부되지 않으려면 가자 공격과 관련된 국제법 위반 사실들을 자체 조사하라”고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오바마 정부는 조지 미첼 특사를 중동에 보내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봉쇄를 풀 것을 종용하는 등, 전임 행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취임 직전 벌어진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은 오바마 정부를 대이스라엘 압박에 나서게 한 결정적 요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부가 초반에 기선을 잡아 이-팔 평화협상을 밀어붙이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Susan Rice, the new U.S. Ambassador to the United Nations, speakS during her first official press briefing at the United Nations in New York, Monday Jan. 26, 2009. (AP Photos/Bebeto Matthews)


라이스 대사는 29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처음으로 연설하면서 ‘유엔 신고식’을 치렀다. 라이스 대사는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이 치밀한 계획 아래 가자 사태에 불을 붙였다는 주장이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은 국제법 위반 여부를 스스로 조사해 국제사회에 대한 의무를 지키기 바란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회의는 인도주의에 관한 국제법들을 검토하는 자리였다. 라이스대사는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 여부가 정치쟁점이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전제를 두었고 하마스의 이스라엘 로켓공격도 같이 비난했으나, 초점은 ‘이스라엘에 대한 압박’에 맞춰져 있었다.
이스라엘은 라이스 대사의 발언에 대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전범재판에 회부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는 눈치다. 특히 스페인의 한 법원이 28일 7년전 이스라엘의 가자 공격으로 민간인 15명이 숨진 사건을 놓고 ‘반인도적 범죄 재판’을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스라엘이 느끼는 압력은 더욱 커졌다. 스페인, 벨기에 등 유럽 몇몇 국가는 외국에서 일어난 범죄일지라도 테러나 집단학살 같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서는 누구든 기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 민간인 대량살상이 외국에서 재판에 부쳐지면 반이스라엘·반유대주의 정서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라이스 대사는 또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유엔의 역할에 대해 전임자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며 유엔을 무시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와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는 유엔의 역할을 강화하고 평화유지 노력에 동참하겠다는 뜻인 동시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유엔본부·난민학교 공격을 비난하는 뜻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이스라엘의 유엔시설 공격은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았으나 부시 행정부는 유독 이스라엘 편을 들어 빈축을 샀었다.


Palestinian President Mahmoud Abbas talks with George Mitchell, President Barack Obama's Middle East envoy, during their meeting in the West Bank city of Ramallah January 29, 2009. (Reuters)



미국의 이스라엘 압박은 중동특사를 통해서도 이뤄졌다. 팔레스타인 2차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봉기)가 일어난 2001년 이-팔 분쟁종식을 위한 ‘미첼 보고서’를 내는 등 중동 평화과정(peace process)에 관여해왔던 미첼 특사는 29일 이스라엘에 이어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를 방문했다. 미첼 특사는 이 자리에서 “가자지구 무기 밀수를 막으려면 가자 주민들을 위한 합법적인 생필품 유통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마스와 가자 주민들은 물론, 국제적십자위원회와 유럽연합(EU) 등은 이스라엘이 가자의 생필품·의약품·에너지 공급로를 차단해 주민들을 고사(枯死)시키려 한다며 오래전부터 봉쇄 해제를 요구해왔다. 반면 이스라엘은 가자를 장악한 하마스가 이집트 국경 땅굴들로 무기를 들여온다며 땅굴지대를 맹폭했었다.
미첼 특사는 또 “미국은 평화와 안정 속에 두 나라가 공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해, 1993년 오슬로 평화협정에서 약속된 대로 이-팔 ‘2개의 독립국가’ 공존안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 ‘땅과 평화의 교환’으로 흔히 표현되는 2국가 공존방안에 합의했었으나 2000년 보수파가 집권한 뒤 팔레스타인 압박에 몰두해왔다. 미첼 특사의 발언은 오슬로 협정의 기본 토대로 돌아가, 진전방안을 모색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전날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팔레스타인 땅인 서안에 설치한 유대인 정착민 25만명 중 6만명을 철수시키고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의 수도로 삼고자 하는 동예루살렘을 PA에 내어주고 △67년 중동전 때 점령한 서안 땅의 98%를 PA에 반환하며 △1948년 이후의 잇단 중동전쟁으로 인한 아랍계 난민들의 팔레스타인 귀환을 허용하는 내용의 협상안을 제시했었다. 이스라엘이 이같은 ‘전향적인 제안’을 내놓은 것도 오바마 정부의 강력한 압박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팔레스타인 측은 다음달 총선에서 밀려날 것이 확실한 올메르트의 협상 제안은 일축했지만, 미국의 움직임에는 내심 기대를 걸고 있다. 가자사태 이후 지금까지 이스라엘의 암살공격을 피해 은신하고 있는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는 29일 “부시 행정부는 친이스라엘 편향 정책을 펴왔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중동전문가 마크 레빈은 알자지라방송 인터뷰에서 “오바마 정부가 강력한 중동평화 드라이브를 걸려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2월10일 이스라엘 총선에서 강경파가 집권하면 오바마의 평화구상도 삐걱거릴 수 밖에 없다”며 섣부른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