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여론조사기관인 미드감연구소가 27일 발표한 유권자 여론조사에 따르면 강경파 베냐민 네타냐후 당수가 이끄는 우익 리쿠드당이 다음달 총선에서 크네셋(의회) 120개 의석 중 30석 이상을 확보, 제1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하레츠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치러진 여러 여론조사에서 리쿠드당은 중도우파 카디마당과 노동당에 비해 꾸준히 우위를 지켜왔다.
반면 카디마의 의석은 29석에서 22석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가자 공격과 휴전 결정을 주도한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이 이끄는 노동당 의석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중도-좌파의 의석은 줄고, 우익 정당이 득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서 귀국한 유대인들의 정당인 우파 ‘이스라엘 우리집(YB)’은 의석수가 11석에서 16석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 등은 “현 연정 지도부는 국제적 비난 속에서도 가자를 공격했으나 민심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가자 공격으로 이스라엘의 국가이미지가 크게 실추된 반면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안보’는 나아지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이스라엘은 전날 가자를 다시 공습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정치조직과 교전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 군인·전투원이 1명씩 숨졌다.
이스라엘 크네셋은 여러 정당이 할거하는 구조로 돼 있다. 건국 이래 노동당이 대세를 이루다가 1970년대 이후 ‘좌파 노동당-우파 리쿠드’로 양분됐으나,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제1당은 대개 30석 안팎의 의석을 기반으로 군소정당들과 연립정권을 구성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2006년 리쿠드당에서 떨어져나온 온건파들이 카디마당을 결성한 뒤 카디마-노동당-리쿠드의 3당 구조로 바뀌었으나, 어느 당도 30석 이상을 얻지 못해 카디마-노동당 연정이 구성됐다.
카디마가 실권할 조짐을 보이자 노동당은 리쿠드와의 연립을 통한 집권 연장을 꾀하고 있다. 의회 내 주요세력으로 부상한 YB도 리쿠드 중심의 연정에 가세할 태세다. 유대교 보수파 정당인 샤스는 이미 “네타냐후 리쿠드 당수를 차기 총리로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따라서 이변이 없는 한 네타냐후가 차기 총리가 될 것으로 확실시된다.
Israel's Likud Party leader Benjamin Netanyahu speaks during a conference in Tel Aviv, Israel, Tuesday, Jan. 27, 2009. (AP Photo/Dan Balilty)
네타냐후는 미국 매서추세츠공과대학(MIT)을 졸업하고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일하다 1980년대 초반 이스라엘로 돌아와 정계에 입문했다. 96~99년 리쿠드당을 이끌며 한 차례 총리를 지냈으나 팔레스타인에 대한 강경 일변도 정책을 펼치다가 바라크의 노동당에 밀려 실각했다.
2005년 리쿠드당 소속이었던 아리엘 샤론 당시 총리가 당내 중도우파들을 결집해 카디마당을 만들어 떨어져나간 뒤로, 네타냐후는 리쿠드당을 아예 극우강경파 정당으로 만들었다. 이-팔 관계 악화를 이용, 유권자들의 안보불안 심리와 반아랍 감정을 자극해 인기를 얻어왔다.
그가 총리가 되면 가자 사태로 가뜩이나 험악해진 이-팔 관계는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는 27일에도 “요르단강 서안 등지의 유대인 정착촌을 계속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은 샤론 집권 때부터 팔레스타인 땅인 서안 일대의 정착촌들을 철수시키고 자치정부(PA)에 돌려주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네타냐후가 정착촌 철수 약속을 무위로 돌리고 오히려 공세에 나설 경우 팔레스타인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의 조지 미첼 중동특사는 28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중동평화과정을 다시 가동시키기 위한 외교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의 극우파 집권은 오바마 정부의 중동전략에도 차질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네타냐후는 이-팔 평화협상의 토대인 93년 오슬로 평화협정의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 합의안마저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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