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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관계개선 될까

딸기21 2009. 1. 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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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의 대 이란 정책이 크게 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출범 초반부터 테헤란에 ‘대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고 이란도 대미관계 개선을 내심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란 내부의 역학관계가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양국 관계 전망은 여전히 유동적이며, 변화를 맞는다해도 실질적인 관계 개선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An image grab from Al-Arabiya satellite TV of an interview with US President Barack Obama. Iranian President Mahmoud Ahmadinejad has demanded that Obama apologise for "crimes" committed by the United States against Iran over the past 60 years. (AFP/Al-Arabiya)



먼저 관계 개선의 ‘신호’를 보낸 것은 미국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7일 알아라비야 TV 인터뷰에서 “이란이 주먹을 펴면 우리의 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이란과의 대화에 나설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선거전 때부터 “이란, 북한 등 이른바 ‘불량국가’ 지도자와 직접 만날 수도 있다”며 전임 행정부의 적대노선을 탈피할 것임을 시사했었다.
수전 라이스 신임 유엔대사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이란과 핵 문제를 놓고 직접 교섭을 포함한 협상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28일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국민들 혹은 이란 최고종교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의 초안이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가 2003년 이란 핵 의혹을 제기하고 2년 뒤 이란에 강경파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정권이 들어서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였다. 부시행정부는 이란에 핵 개발 시도를 포기하라면서 경제제재를 강화했으며, 유엔 안보리에서 대이란 강경 결의안을 4차례나 통과시켰다.
부시행정부는 영국·프랑스·독일을 통한 ‘간접 협상’을 몇년간 벌이다 성과가 없자 2007년 이후 이란과의 비공식 접촉을 시작했다. 그러나 공개 협상이나 양자 접촉은 끝내 기피했다. 오바마 정부가 이란과의 대화에 나선다면 양국 관계에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은 틀림없다.

오바마 정부가 대이란 정책에서 전임 행정부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나선 것은, 부시 식의 대응이 이란의 핵 개발을 막는데에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실익을 갉아먹는다는 판단을 한 때문으로 보인다. 이란은 오랜 고립에 익숙해져 있다. 쿠바나 북한처럼 작은 나라가 아니어서 미국의 봉쇄 속에서도 얼마든지 생존이 가능하다. 누가 뭐래도 이란은 세계 3위 석유보유국, 세계 2위 천연가스보유국이다. 미국 에너지기업들조차도 “경제제재 때문에 중국 기업들만 이란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봉쇄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중동 지정학으로 보아도 ‘이란 왕따만들기’는 미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시행정부가 대이슬람권 적대정책을 펼친 바람에, 그동안 아랍과 사이가 나빴던 이란은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오히려 세력을 키웠다. 이란은 또한 공교롭게도 미국의 대테러전 두 전선인 이라크와 아프간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이라크 시아파 정권을 안정시키고 미군을 무사히 빼내려면 이란의 협력이 절실하다. 이란은 아프간 탈레반·알카에다와는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에, 수니파 극단주의의 확산을 막는 방벽이 될 수도 있다.


Iranian President Mahmoud Ahmadinejad addresses the parliament on the annual budget bill in Tehran on January 27, 2009. (AFP/File/Atta Kenare)


오바마 대통령은 대화를 제안하면서도 “이란이 핵을 쥔 주먹을 편다면”이라는 전제를 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당근과 채찍 중 어느 것을 받을지는 이란의 태도에 달려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28일 미국의 제스처를 환영하면서도 “미국은 그동안 이란을 상대로 저지른 범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란 역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바라지 않을리 없다. 이란 ISNA통신은 골람 호세인 엘람 이란 정부 대변인이 “우리는 미국의 새 지도자가 양국 관계를 실질적으로 바꿔주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양측 모두 이전과 다른 관계를 희망하고는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란 내부 정세는 중요한 변수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극단적인 성향은 아니며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막가파’식 발언에 오히려 제동을 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회적 혼란과 보수파들의 반발을 가져올 급속한 개혁·개방을 추진할 수도 없는 처지다. 1997년 집권했던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개혁파 정권은 미국 빌 클린턴 행정부와 호흡이 맞아 관계개선을 모색했으나, 워싱턴 내부의 대이란 정책 입장정리가 안 돼 관계정상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러다가 양국에 각기 보수강경파 정부가 들어서면서 오히려 적대감만 커졌다.
이란은 오는 6월 대선을 치른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연임될지, 개혁파가 집권할지는 미지수다. 이란 내에는 현 정권의 보수강경정책과 민주주의 탄압에 대한 반발과, 하타미 정권 시절의 개혁·개방 부작용에 대한 반감이 공존하고 있다. 이란 대선 결과에 따라 미-이란 관계변화의 속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서 개혁파가 집권한다 하더라도, 양국간 앙금이 풀리려면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핵 개발이냐, 국제사회 복귀냐를 선택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뒷이야기)

어제 가디언에서 <오바마, 이란에 친서> 이런 내용을 보도했길래 읽어봤는데 좀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점이 많았다. 아니 왠 친서? 왠 편지? 그것도 오바마가 이란에, 대체 누구에게? 이란 아마디네자드에게? 하메네이에게? 그걸 왜 미국 언론들도 모르는 것을 가디언이 보도해? source 는 누구야? 등등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그래서 나는 그냥 한 줄 언급하면서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오늘 아침 조간들을 보니, <오바마가 이란에 편지 보낸다>는 제목+내용으로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등이 줄줄이들 썼다. 또다시 갸우뚱...
그러면 그렇지,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이 "그런 편지는 본 적도 없다"면서 부인했다고.
가디언 하나만 믿고 보도한 신문 기자들, 좀 쪽팔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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