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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가 ‘민주주의의 시험대’에 올랐다. 미군 철수가 시작된 뒤 처음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통해 ‘신생 민주국가’의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종족·종파 갈등이 재연될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시험에서 이라크가 어떤 점수를 낼지에 따라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라크 철군 일정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A US soldier kneels beside a wall plastered with provincial election posters of the Organisation for Iraq's Islamic Advocates during a patrol in central Baghdad's Karrada district on January 25, 2009. (AFP/File/Ahmad al-Rubaye)
AFP통신은 이라크 지방선거가 28일 시작됐으며 초반부터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몰려 높은 투표율을 예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선거는 2003년 미국의 점령 이래 2번째, 지난해말 미군이 단계적 철군을 시작한 뒤로는 처음 실시되는 지방선거다. 28일 부재자투표를 시작으로 31일까지 18개 주 중 14개 주에서 선거가 치러진다.
한국군이 주둔했던 아르빌을 비롯한 쿠르드족 자치주 3곳과 타밈주는 종족·종파간 의석수 배분에 합의가 되지 않아 선거가 미뤄졌다. 시아파, 수니파, 쿠르드족 3대 종족·종파 간의 권력배분은 전후 이라크 정치의 핵심 이슈가 돼 왔다. 현 정부를 이끄는 누리 알 말리키 총리는 시아 온건파이고, 바그다드 등 중부지역은 민병대를 보유한 수니파 정치조직들이 장악하고 있다.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은 쿠르드족이다.
일단 1669개 투표소에서 실시된 부재자투표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일부 지역에서 금품·향응 시비가 일기는 했으나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다. 유럽연합 등에서 파견된 국제선거감시단은 “2005년 지방선거가 새로운 이라크의 출발을 알리는 것이었다면 이번 선거는 ‘평화로운 이라크’로 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주둔군 철수를 시작한 미국은 이번 선거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알 말리키 정부는 이라크인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지만 수니 강경파들과 시아 근본주의자들로부터는 ‘미국이 세운 정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군이 떠난 뒤에도 이라크의 ‘민주정부’가 굳건히 서있을지는 미지수다. 알 말리키 정부는 이번 선거를 통해 국민들의 지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이번 선거는 이라크에 평화가 정착될수 있을지를 가늠케 해줄 잣대이기도 하다. 2007년 이래 이라크의 폭력사태나 무장세력의 공격은 크게 줄었으나 미군이 철수를 시작한 지난 연말 이후 다시 테러가 빈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28일 국방부를 방문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및 군 수뇌부와 회의를 한 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과 관련해 곧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조만간 ‘취임 뒤 16개월 내 이라크 철군’ 공약과 관련된 결정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철군 결정을 내리는데 필요한 정보들을 갖고 있다”며 “이른 시일 내 철군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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