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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선, 보-혁 전현직 대통령 '진검승부'

딸기21 2009. 2. 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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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개혁파를 대표하는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65)이 오는 6월 대선에 출마한다고 발표했다. 보수파의 총력 지원을 받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대통령(53)도 조만간 재선 도전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져, 전·현직 대통령간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이번 대선은 이슬람 신정통치를 고집할 것인지, 개혁·개방으로 방향을 바꿀 것인지의 갈림길에 놓인 이란의 운명을 가르는 선거다.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의 ‘대화 제의’와도 맞물려 이란 선거의 향방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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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전면에 나선 하타미

이란 국영 IRNA통신은 하타미(위 사진)가 8일 테헤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대선에 후보로 나설 것임을 알리고 싶다”며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란 언론들은 개혁세력이 보수파의 준동에 맞서 힘을 모으기 위해 하타미에게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뉴욕타임스, BBC방송 등 서방 언론들은 “하타미가 몇달에 걸친 고민 끝에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하타미는 이란 개혁파의 상징적 존재다. 시아파 이맘(성직자) 출신으로 문화부 장관을 지낸 하타미는 ‘무명 정치인’에 가까웠던 1997년 사회적 개혁과 민주화를 주창하고 나서 돌풍을 일으켰다. 그는 보수파의 거두였던 마즐리스(국회) 의장을 누르고 여성·청소년표에 힘입어 70%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79년 혁명 이래 국제사회에서 악마 취급을 받던 이란에 지적이고 온건한 ‘대화형 지도자’가 탄생하자 서방은 열광했다.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는 연일 이란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보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 아랍권들도 환호했다. 2000년 9월 하타미는 유엔 총회에서 ‘문명 간의 대화’를 역설해 다시 주목받았다. 하타미의 연설문들은 국내에도 책으로 출간돼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기대했던 만큼의 개혁 성과를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이란은 최고종교지도자와 혁명수호위원회를 필두로 한 종교 통치기구가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는 정치구조를 갖고 있다. 최고지도자는 여러 복잡한 장치들을 통해 정부를 감시·견제한다. 특히 최고지도자는 혁명수호군(정규군)과 500만 병력의 ‘바시지 민병대’를 보유, 언제라도 개혁세력을 물리적으로 탄압할 수 있다.
하타미는 여성권익 향상, 언론자유 확대, 경제개방과 대외관계 개선 등의 개혁을 추진해 2001년 77% 득표율로 재선됐지만, 보수세력의 반발도 만만찮았다. 개혁을 지향하는 정부·의회는 번번이 보수적인 종교·사법부에 발목잡혔고, 민주화와 개혁조치들을 법·제도로 굳히는데 실패했다.

보·혁 ‘진검승부’

테헤란 시장을 지낸 아마디네자드는 2005년 보수파의 봉쇄로 하타미의 3선 출마가 금지됐던 대선에서 정부의 엘리트주의를 비판하며 당선됐다. 그는 하타미 집권기간 사회적 갈등이 계속되면서 빚어진 국민들의 개혁 피로감, 에너지산업 이익을 독차지한 ‘개혁 특권층’의 도덕적 해이 등을 집중공격하며 ‘검소한 서민 지도자’의 이미지를 심었다.
하지만 집권 뒤 반미·반이스라엘 돌출행태를 계속해 이란을 더더욱 고립시키고 하타미 정부가 내세운 민주적 가치들을 뒤집었다. 서방과의 ‘핵 갈등’에 더해, 최근에는 유가하락으로 경제사정마저 악화되면서 반발을 사고 있다. 에너지 자원으로 얻는 수입을 고루 나눠주겠다던 약속을 사라지고 물가와 실업률은 치솟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디네자드는 여전히 보수세력의 굳건한 지지를 받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보수파 정권은 보안기구들을 총동원해 개혁세력을 탄압하고 있다. 하타미의 인기가 여전히 높다 하지만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뒤에 둔 아마디네자드와 맞붙어 이길지는 알수 없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무리 하타미가 명망가라지만 현직 대통령인 아마디네자드가 여전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보도했다. CNN방송은 “아마디네자드는 취임 첫날부터 재선운동을 시작한 사람”이라고 했고, 뉴욕타임스는 “혁명수호위원회가 하타미의 출마 자체를 봉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전했다.

하타미는 8일 회견에서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민주정부를 위한 구상을 타협 없이 추진할 것”이라 강조했다. 그가 당선된다면 오바마 정부와 발맞춰 대미관계 개선과 적극적인 개혁·개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 핵문제가 깨끗이 해결되지 않는 한 선뜻 외교관계 회복과 경제제재 해제 등을 약속해줄 수 없는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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