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딸기의 하루하루

어제야 들었네

딸기21 2006. 11. 2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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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선생님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받아본 뒤로 계속 우울했다.
내가 3년전 황해문화에 썼던 글 바람구두한테 받아서 다시 읽어보니깐 또 우울했다.
서랍속에 누워있던 이라크 사진 몇장, 3년만에 앨범에 꽂아놓으면서 유수프 신부님 생각했는데
그저께 후배가 집에 놀러와서, 신부님 살아계신지 궁금하다고 얘기했었다.

아무래도 요새 자꾸 걸리는 것이-- 뭔가 좀 풀어야 할 게 있는 것 같아서 
어제 신문로 나눔문화에 박선생님 만나러 찾아갔다.
레바논 책 쓰시는 중이라서 많이 바쁘시단 얘기를 들었고, 
나도 저녁 약속 있고 해서 후배 2명 데리고 잠깐 다녀와야지 했는데 
박선생님이랑 나눔문화 쪽에선 밥 차려먹자고 저녁준비까지 해놓은 모양이었다. 죄송스럽게.
그냥 강의실에서 박선생님이 찍은 사진들로 만든 아체, 레바논, 쿠르드 사진 슬라이드 보고.
마음이 한껏 무거워진 상태에서 박선생님이 우리 후배들한테 나와의 인연을 설명하시다가
유수프 신부님 돌아가셨다고 했다. 놀라서 여쭤보니깐 
벌써 2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나한테 이미 얘기한 걸로 생각하셨단다. 

난 모르고 있었다. 2년 전이면 내가 일본에 있을 때니깐 박선생님이 얘기해야지 하다가 잊으신 모양이다.
많이 놀라고 충격받고 마음도 아프고. 그래도 심장병으로 돌아가셨단다. 
더 나쁘게 돌아가시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또 마음이 아프다.

그분과의 대화가 머리 속에 생생하다. 사제관 풍경, 아무 할말 없게 만들었던 신부님의 통찰력,
아람어 히브리어 아랍어 성경을 꺼내놓고 수천년 문화의 두께를 이야기하시던 모습.
걸프전 때도 사제관을 떠나지 않았었다는 신부님이셨는데, 이라크 위해 기도해달라고 하셨었는데.
저 세상에서라도 평화를 누리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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