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지난 29일 크네셋(의회)에 나와 “하마스가 다시는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행동을 못하도록 심대한 타격을 입히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공격에 대해 AP통신은 “이스라엘군의 구체적인 공격 목표와 범위가 무엇인지 모호하다”며 아직 이스라엘 내에서도 이번 상황을 어디까지 끌고갈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단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점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스라엘은 과거 수차례 중동전쟁 뒤 팔레스타인, 시리아, 이집트 영토를 무력 점령한 전례가 있고 지금도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이어야 할 땅의 일부와 골란고원 등을 반환하지 않고 있다. 과거 어느때보다 많은 사상자를 낸 이번 공습을 자행해놓고 “점령은 하지 않겠다”라고 밝힌 것은,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이 쏟아질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유엔과 주변국들의 반대 속에서도 지난 몇년간 ‘분리장벽’을 만들어 이-팔 영토를 분리시켜왔다. 가자지구를 점령하면 평화협상을 모두 무위로 돌리며 스스로 그어놓은 선을 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이스라엘이 이같은 악수를 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문제는, 가자지구를 점령하지 않고 휴전협상을 할 경우 하마스는 곧바로 다시 재기할 것이라는 점이다.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 대규모 공습이라는 초강수를 던진 이스라엘은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공격 다음 수순은 이스라엘이 유리한 입장에 섰을 때 휴전협상을 하는 것이지만 뜻대로 될지는 미지수다. 이-팔 협상의 산파역이었던 이집트는 이스라엘의 ‘전쟁 도발’로 아랍권의 격렬한 비난에 부딪쳤고, 협상 중재력을 잃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온건파인 마흐무드 압바스 대통령 측과 협상하고 싶어하나, 압바스와 집권 ‘파타’ 당은 가자지구에서 통제력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AP통신은 “휴전협상을 하게 되면 결국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아닌 하마스가 지렛대를 쥐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휴전을 하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봉쇄를 풀어야 하는데, 이는 곧바로 ‘하마스 재건’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2006년 레바논을 공격했다가 이슬람 무장정치조직 헤즈볼라의 기세를 오히려 키워줬듯, 이번 공격으로 가자 주민들만 희생시킨 채 또다시 하마스를 키워주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이스라엘 내부적으로는 내년 2월 총선을 앞둔 집권 카디마-노동당 연정이 불안정한 위치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카디마 당 내에서는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와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 측이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초강경파 베냐민 네타냐후 전총리가 이끄는 우익 리쿠드당은 어부지리를 노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차기 미국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의 중동평화협상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하며 ‘공존’을 전제로 한 평화협상의 걸림돌이 되어온 게 사실이다.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하마스는 더욱 보수강경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하마스를 배제한 채 중동평화협상을 하면 두고두고 정당성 논란에 부딪칠 것이 뻔하다. 하마스는 내년 1월9일로 압바스의 4년 임기가 끝난다고 주장한다. 아직 대선 일정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서도 권력공백이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며,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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