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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자리는 이 여성에게?

딸기21 2008. 11. 1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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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향군인의 날’이었던 지난 11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존 F 케네디 전쟁기념공원을 찾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재향군인 위령탑 앞에 헌화한 뒤 한 전역병을 포옹하며 위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외신사진으로 타전된 이날 포옹의 주인공은 아시아계 혼혈 여성으로서 이라크전에 참전했다 두 다리를 잃은 라다 태미 덕워스(40)였습니다. 이라크 참전군인들을 대표해 조지 W 행정부의 무리한 전쟁을 비판하며 전역병 처우개선 운동을 벌여온 덕워스는 곧 백악관으로 갈 오바마의 상원의원 자리를 물려받을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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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 abc방송 등은 13일 덕워스가 오바마의 후임으로 일리노이주 연방상원의원이 되거나 차관급 이상의 관리로 전격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오바마는 오는 16일 상원의원직에서 공식 사퇴할 것이라고 발표했었지요. 

오바마는 2006년 당선됐기 때문에 아직 임기 6년 중 4년이 남아있습니다. 연방상원의원이 공석이 되면 해당 주의 주지사가 후임자를 결정하는데, 민주당 흑인정치가 제시 잭슨 목사의 아들과 덕워스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덕워스가 그 자리를 물려받게 되면 ‘오바마의 후임’이라는 의미와 함께, 첫 ‘이라크전 참전 의원’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됩니다. 덕워스는 지난 8월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오바마 지지 연설에 나서 눈길을 모았었지요. 미국 언론들은 ‘두 다리 없는 상원의원’이 탄생할지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오바마와 덕워스의 인연을 소개했습니다.

덕워스는 태국 방콕에서 미국인 아버지와 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유엔과 다국적기업에서 근무한 아버지를 따라 동남아시아 곳곳을 옮겨다니며 자랐고, 16세 때이던 1985년 하와이로 이주했다고 합니다. 오바마가 졸업한 푸나호우 사립학교에도 잠시 다녔다네요. 

하와이대를 거쳐 워싱턴의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국제정치학 석사를 받았고 노던일리노이대학에서 정치학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대학 시절 학군사관후보생(ROTC)이 된 덕워스는 ‘직접 전투에 참여하고 싶어서’ 여군으로서는 드문 전투용 헬기 조종사 훈련을 받고 96년 일리노이주 주방위군에 입대했습니다.

그의 인생을 뒤바꾼 것은 이라크전이었습니다. 

덕워스는 2004년11월 이라크에서 UH60 블랙호크 헬기를 조종하다가 저항세력의 로켓추진수류탄(RPG)을 맞고 추락했습니다. 전형적인 '블랙호크다운'이었지요.

귀국해 대통령 훈장을 받았지만, 당시의 피격으로 덕워스는 두 다리를 모두 잃었고 오른 팔도 못 쓰게 됐습니다. 한동안 휠체어로 움직이다가 지금은 의족을 이용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직 전역을 하지 않고 주방위군 소령으로 근무하면서 일리노이주 재향군인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덕워스는 이라크전 비판에 앞장서왔습니다. 

“군인이기에 참전했지만 이라크 공격은 명백히 잘못된 작전이었다.”
“오사마 빈라덴을 잡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나 이라크가 주전선이 돼서는 안됐다.” 

2006년 부시 대통령이 주례연설에서 이라크전을 재차 옹호하자, 민주당은 덕워스를 내세워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덕워스는 또 부시행정부의 빈약한 전역병 지원정책을 비판하면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단체를 만들어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테러전 예산이 군수회사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는 걸 지적하면서 초당적 회계감사를 요구하는 운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밥 돌 전 공화당대선후보는 2년전 발표한 회고록에서 ‘한 여성 병사의 이야기’라는 소제목으로 덕워스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덕워스는 2006년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했다가 1% 득표율 차이로 낙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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